[10년간의 취재 기록-39]“128년 전, 제천 대규모 국악단체는 실제로 존재”…첫 증언자의 생생한 기억

[10년간의 취재 기록-39]“128년 전, 제천 대규모 국악단체는 실제로 존재”…첫 증언자의 생생한 기억

첫 증언자 89세 이장용 선생의 생생한 증언, 제천군지·보도내용과 거의 일치
이장용 선생, “속수승평계 단원들은 ‘갓과 도포, 두루마기’ 등을 착용, 연습했다”
‘끈질긴 추적’…이장용 선생의 기억, 영상과 그림으로 기록

  • 승인 2022-01-24 09:15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2
'1918년 제천지역 국악단체인 '속수승평계' 첫 증언자 이장용 선생'…이 선생이 6·25 전쟁 이전에 촬영한 '청풍초등학교 단체 사진'을 보고 있다. 그는 "당시 속수승평계 단원들은 갓을 썼고, 도포와 두루마기 등을 착용했다. 단원들은 각종 악기로 연주했는데, 담장 너머로 그 모습을 봤다"고 처음으로 구슬증언했다. 그는 현재 89세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제천지역 국악단체인 '청풍승평계(1893년)와 속수승평계(1918년)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생생한 구슬증언이 나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구슬증언은 이번이 처음인데, 속수승평계와 관련된 증언이다. 기록과 함께 생생한 구슬증언까지 이어지면서 제천 국악단체의 존재 가치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제천군지(1969년 제천군지편찬위원회 편찬)는 청풍승평계와 속수승평계의 규모, 소속된 율원(律員·단원) 명단, 악기 구성 등을 기록해 놨다. 악기와 악보는 6·25 전쟁 등으로 아쉽게도 모두 사라졌다. 또 율원, 즉 단원들 역시 이때 모두 향리(鄕里)로 흩어졌다.

두 국악단체의 존재여부는 사실, 제천군지에서 기록된 게 전부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본보 취재팀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제천시 청풍지역 국악단체의 존재여부를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자료 찾기 등을 본격화했다.



취재팀은 제천군지에 기록된 '1893년 청풍승평계와 1918년 속수승평계'의 단원 명단을 중심으로 제천시 청풍면지역을 샅샅이 뒤졌다.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마을 이장과 주민들을 만났다. 이들 상대로 '국악단체 단원 후손 찾기'에 나선 것이다.

또 기록으로 남아있는 관련 자료 등의 증거들을 찾기 시작했다. '후손과 증거 찾기'는 한해가 바뀔 때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자료 등 증거찾기는 모두 헛수고였다. 청풍호 조성으로 당시 마을은 완전히 수몰돼 가야금 악기 등은 모두 사라졌고, 수몰된 마을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거의 이주했기 때문이다.

1
'1918년 제천지역 국악단체인 '속수승평계' 첫 증언자 이장용 선생(왼쪽)'…본보는 이 선생의 기록을 영상으로 담고, 그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겼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추적, 한달 째.

제천시 청풍면에 거주했던 한 주민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속수승평계 단원들이 모여서 연습했던 수몰된 마을에, 실제로 거주했던 인물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당시 거주했던 인물이 현재 어디에서 거주하는지, 지금도 생존하고 있는지 등은 알 수 없었다. 산 넘어 산이었다. 추적은 계속됐고, 결국 그가 어떤 인물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한달 보름째 만이다.

그의 성함은 이장용 씨다. 1934년 생으로 올해나이로 89살이다. 90살을 바라보고 있다. 거주지는 제천시다.

그를 바로 만났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했다. 뿐만 아니라 제천군지의 기록과 거의 일치했고, 본보의 기사 내용과도 소름 끼칠 정도로 맞아 떨어졌다. 그는 본보의 속수승평계 등의 관련 기사를 못 봤다고 설명했다.

3
'1918년 제천지역 국악단체인 '속수승평계' 첫 증언자 이장용 선생(왼쪽)'…이 선생은 1940년도 중반 초교시절, '읍하리 마을 지도'를 직접 그리고 있다. 그의 기억은 생생했고, 매우 구체적이다. 당시 이 선생 거주지는 속수승평계 단원들의 연습장소와 불과 100m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이장용 선생에 따르면 그는 1945년도 초등학교 때, 제천시 청풍면 읍하리에 거주했다. 읍하리는 지금의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다. 당시 읍하리는 '읍하리와 읍상리'로 구분됐다.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된 마을이다.

이 선생은 당시 청풍지서(파출소) 앞에 살았다. 속수승평계 단원들의 연습 장소는 이 선생의 거주지 인근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선생의 거주지와 속수승평계 단원들의 연습장소는 120m가량 떨어졌다.

이 선생은 초교 고학년 시절 등·하교 때, 속수승평계 단원들의 연습 모습을 대문 틈과 담장 너머로 종종 보고 들었다고 했다. 단원들의 복장은 갓을 썼고, 도포와 두루마기 등을 착용했다.

연습 장소에서는 소리(창)와 젓대(대금) 등의 관악기 소리, 가야금 등의 현악기 소리, 타악(북과 장구 등) 소리 등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단원들은 대략 20명정도다. 그의 기억은 6·25 전쟁이 터지기 수년 전인 것으로 보여진다. 또 속수승평계가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무렵인 것으로 짐작된다.

4
1918년 제천지역 국악단체인 '속수승평계' 첫 증언자 이장용 선생이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이장용 선생(89·제천시·속수승평계 첫 증언자)은 "어릴적 기억이지만, 생생하게 기억(제천 국악단체)하고 있다"며 "기억으로는 단원들이 한 달에 한번정도 모여서 연습한 것 같은데, 어느 때는 매일같이 소리와 가야금, 타악 등의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그 집(연습 장소)은 본채와 사랑채, 그리고 마당 등이 있는 규모가 큰 저택"이라고 덧붙였다. 이 선생과의 일문일답은 '10년간의 취재 기록-40편'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설] 최교진 교육장관의 '교권 보호' 언급
  2. [월요논단] 교통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공공교통
  3. 지질자원연 창립 77주년, 새 슬로건 'NEO KIGAM 지구를 위한 혁신'
  4. [사설] K-스틸법으로 철강산업 살려내야 한다
  5. 특구재단 16~17일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투자주간'
  1. 대전권 4년제 수시 경쟁률 상승… 한밭대·우송대 선전
  2. [홍석환의 3분 경영] 무능한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3. 폭우에 도로 잠기고 나무 쓰러져…당진서 알레르기 환자 긴급 이송
  4. 9월 무더위 계속…16일 충남 서해안 강우
  5. 조선 조운선 '마도4호선' 첫 발굴 10년만에 선체인양…나무못과 볏짚 활용 첫 확인

헤드라인 뉴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이재명 새 정부가 금강 세종보 '철거 vs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찬반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정부부터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행복도시 내 '금강 친수보' 건립으로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선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철거'란 상호 배치된 흐름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와 태생이 다르나 같은 성격으로 분류되면서다. 지방정부 역시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환경부가 밀어부치기식 정책 추진을 할..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건설 승인을 받지 않고 주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전국적으로 8만787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주택법을 피하면서 주민 복리시설이나 소방시설 등 엄격한 규제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데다, 정부의 주택통계 작성과정에서도 빠져 부실한 관리를 초래해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 받은 ‘주택신축판매업을 영위하는 개인·법인 가동사업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모두 8만7876개의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신..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 2000톤을 공급한다. 최대 900억원을 투입해 과일·한우 등 선물 세트를 최대 50% 할인하며, 전국에 2700여 곳의 직거래장터를 개설한다. 정부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수급 안정을 위해 공급을 확대한다. 공급 물량은 농산물 5만톤, 축산물 10만 8000톤, 수산물 1만 4000톤 등 17만 2000톤으로, 평시의 1.6배 규모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