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시간만 일하고 5시간 쉰다?
하루 4시간만 운전해도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택시는 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선망의 직장이 될 것이다. 실제로 지역 택시회사 기사들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근로시간은 하루 3.5~6시간 정도로 짧고 나머지는 휴식이나 차량대기, 차량입고 등으로 규정한 사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세종시의 한 택시회사가 소송을 이유로 대전지법 민사11부에 제출한 근로계약 단체협약서를 보면 "택시 한 대를 2명이 교대로 사용하는 1일 2교대제에서 운전원의 소정근로시간은 1일 4시간이고 이를 제외한 휴게시간을 5시간 이상으로 운전자가 안전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오전 11시에 배차받아 다음날 같은 시간에 입고시킬 때까지 최소 4시간만 운행해 운송수입금을 회사에 납입하면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계약서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회사에 납입하는 운송수입금이 1인 2교대제에서 오전 조는 12만3000원, 오후 조는 13만2000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 운송수입금에 미달한 경우 해당 금액만큼 임금에서 차감한다는 조항도 함께 기재됐다.
▲여전한 운송수입금 강요 "혹사 여전"
세종의 택시회사 기사 A씨는 근로계약서에 명시한 대로 하루 4시간씩 운행하고 벌어들인 수입을 모두 회사에 납입하는 준법운행을 실천했다. 택시에 설치된 타코미터 기록상 A씨 차량에 엔진 가동시간은 하루 4~6.33시간씩이고, 이때 하루 평균 수입금은 2만7000~5만9000원이었다. 노조와 회사가 체결한 단체협상에서 정한 기준 운송수입금에 못미치는 수입을 회사에 납입했고, 전액관리제에서 기사에 주어지는 기본급여는 기준 운송수입금 이상을 납입한 다른 기사들과 동일했다. 전액관리제 시행 후 택시 종사자들은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먼저, 안정적 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면서 약속된 근로시간을 준수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기본급여가 100만원에도 못미처 실제 생활안정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급여를 받는 소정근로시간은 짧고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으로 직장인 월급 규모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납금제에서처럼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법인택시 운전자 수가 급감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택시업체 차고지에 운전사를 구하지 못해 운행하지 못하는 택시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이승환 대전지회장은 "사납금제에서처럼 전액관리제에서도 약속된 근로시간 이상의 장시간 운전해야 기준금액을 납입하고 생활비를 벌 수 있는 구조"라며 "하루 8시간씩 완전한 월급제를 위해 택시발전법 11조2에 제도가 마련돼 있으니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입금 미달 떠안은 회사 "도산위기"
운전원들에게 소위 갑으로 여겨졌던 택시회사마저도 전액관리제에서는 자신들이 을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준 운송수입금에 미달금액을 회사가 떠안는 와중에 땜질식 법 처방 탓에 소송까지 휘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준법운행을 한 A씨에게 소속 택시회사는 정직에 이은 해고처분의 징계를 내렸는데 해고 무효소송에서 대전지법 민사11부는 지난해 10월 해고처분은 정당하지 않다는 무효 선고를 내렸다. 기준금액 미달 차액만큼 기본급여에서 삭감하는 등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일은 운송수입금 하락에 따른 위험을 기사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며, 기준액 납입을 강제함으로써 불법을 종용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모든 근로가 회사 밖에서 이뤄지는 운전원의 업무 특성상 기준 운송수입금 성취 여부로 근무 관리·감독을 진행하던 수단이 더이상 통용되지 않게 됐다. 또 기사들이 기준 운송수입금을 납입해야 연료와 보험료, 사고처리비, 종사자 급여를 지급할 수 있으나, 부족한 차액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도 없고, 불성실 근로자 판단할 잣대도 사라져 결국 도산 위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노조와 사측이 합의로 이뤄진 계약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는 것은 택시운행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는 주장도 나온다. 준법운행 A씨 소속 택시회사는 법원이 징계를 무효라고 선고한 이후 마지막 자구책으로 승객 탑승한 영업시간만을 계산한 뒤 임금을 지급했고, 임금전액지급원칙의 위반으로 회사 대표가 피고인으로 재판정에 섰다.
해당 택시회사 관리자 B씨는 "징계는 무효가 되었고 임금에서 운송수입금 부족분을 감액할 수 없으며,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사납금을 더 낮출 수도 없다"라며 "반대로 회사 운영에 필요한 운송수입금을 지금도 충족하지 못하데 소정근로시간을 확대할 경우 회사 도산으로 갈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징계·최저임금 소송만 빗발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 택시운송사업발전법, 근로기준법 등 법률 간의 모순은 도입 3년차 택시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택시발전법 제11조의2항에 운수종사자 소정근로시간을 1주간 40시간 이상이 되도록 규정해 서울에서는 2021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5년 이내에 대통령이 정하는 날부터 시행하도록 시작 시점을 못박지 않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전액관리제에서도 서울 택시회사 기사들은 하루 8시간씩 근로시간을 인정받으나 대전·충남에서는 3.5~6시간으로 형편 없이 짧다. 또 근로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면 근로시간 축소가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과 반대로 최저임금법 위반에 따른 종사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엇갈라고 있다. 운송수입금의 기준액을 납입하지 못해 승무정지 등의 징계를 받은 택시기사가 부당징계를 주장하는 소송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법원은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단이 혼재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임병안 기자



![[지선 D-100] 충청 명운 달린 6·3 지방선거… 100일간 열전 돌입](https://dn.joongdo.co.kr/mnt/webdata/content/2026y/02m/23d/선거이미지1.jpe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