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8·15 광복절, 그리고 대통령들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8·15 광복절, 그리고 대통령들

윤희진 정치행정부장(부국장)

  • 승인 2022-08-10 09:48
  • 수정 2022-08-10 09:5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2022042701001983700067321
윤희진 부국장
지금까지는 모두 95명이다. 1905년 ‘한일협상조약’, 이른바 을사늑약(乙巳勒約) 체결 이후 40년간 대한제국 독립을 위해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싸운 외국 국적의 독립유공자다. 아시아 전체를 자신의 발아래의 식민지로 만들려던 일본의 야욕을 헛된 욕망으로 깨닫게 하고 전쟁범죄 국가로 단죄하는 데 평생을 바친 숭고한 희생들이다.

국가보훈처가 운영하는 ‘공훈전자사료관’에서 이들의 치열하면서도 엄혹한 삶의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기록들이 많지만, 10개 나라 95명의 독립유공자가 일본 군국주의로 인해 고통받는 대한제국 국민을 보듬고 함께 싸웠다.

41명의 중국인과 12명의 러시아인은 대부분 무장투쟁을 통해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저항했다. 치열한 사상노선 투쟁과 엄혹한 현실 앞에 나선 중국과 러시아 국적의 독립유공자 대부분은 총·칼과 함께 전장에서 산화했다. 사상 노선과 소속은 달랐지만, 역사는 이들을 항일무장투쟁사(史)에 남겼다.

미국 21명, 영국 6명, 캐나다 6명, 호주 3명, 아일랜드 2명, 프랑스와 멕시코에서도 1명씩의 독립유공자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대부분은 천주교와 개신교의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전도사로서 한반도에 발을 들였다. 눈앞에서 일제 강점기 참혹한 현실을 본 이들은 전도와 교육은 물론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는 투사로서의 면모도 갖추게 됐다.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회사의 배(船))로 의열단과 임시정부 요인들의 무기와 탄약을 만주와 국내(당시 경성 등)로 옮겨준 부유했던 기업인도 있다.

95명 중에는 일본인도 2명이 있다. 영화 '박열'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가네코 후미코’(1903.1.25∼1926.7.23)와 ‘후세 다쓰지’(1879.11.14∼1953.9.13)다.

가네코 후미코는 독립운동가인 박열(朴烈)과 일본 제국주의에 반대해온 정치적 동지이자 부인으로 1923년 도쿄 대지진 이후 대역사건 주모자라는 누명을 쓰고 옥중에서 산화했다. 후세 다쓰지는 박열을 비롯해 일본 법정에 섰던 의열단과 유학생,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무죄를 주장했던 변호사다. 때문에 자격정지 3회와 투옥 2회 등 온갖 고초를 겪기도 했다.

오랜 연구와 추적을 통해 밝혀진 95명 외에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기록조차 없고 남기지 못한 채 한 줌의 흙으로 떠난 이름 없는 독립유공자는 아마 헤아릴 수 없다고 본다.

대한민국에서 광복절(Liberation Day)은 1910년 대한제국의 멸망 이후 36년간의 일제 강점기에서의 해방을 기념하는 날이다. 북한에서는 ‘조국해방 기념일’이라고 부른다. 유럽이나 아메리카 등에서는 전승(戰勝) 기념일로 기록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대일 전승 기념일로, VJ Day(Victory over Japan Day)이다.

유일하게 일본만 전쟁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8월 15일을 군국주의 실패나 제국주의 전쟁 패망이 아니라 ‘종전(終戰의 날’로 쓰고 있다. 말 그대로 단순히 ‘전쟁이 끝난 날’로 치부하면서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자국민은 물론 한반도와 중국,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등 전 세계를 고통에 몰아넣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음에도 말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통쾌한 한 방을 날리며 전례 없던 친일행위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이를 계기로 일제 강점하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돼 건국 60년 만에 친일 규명 작업이 시작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숱한 논란에도 일본 총리 담화를 반성과 사죄로 받아들이면서 두루뭉실하게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를 내세워 한일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일본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 개관을 축하하고 2243명의 독립유공자를 찾아 포상했다고 강조하면서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2022년 8월 15일 일흔일곱 번째 광복절.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윤희진 정치행정부장(부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터뷰]오노균 전 충북대 농촌관광개발전공 초빙교수
  2. 제1회 세종 마라톤 '모두 런' 성료… 2027년 성장형 대회 기약
  3. 천안중앙도서관, 8월 '체험형 동화구연' 운영
  4. 단국대병원, 입체 정위 유방생검술 200례 달성
  5. 천안법원, 무보험 차량을 운전한 혐의 '벌금 1000만원'
  1. 천안시,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 TF팀 출범…복지정책 청사진 마련
  2. 충남중기청, '2026년 수출 중소기업 스케일업데이' 개최
  3. 천안시 행복키움지원단장 협의회, 정기회의 개최
  4. 대전교도소 실탄 관리부실 논란… 이전 사업까지 우려목소리
  5. 천안시, 대표 휴식공간 '공원' 새단장…봄꽃·수경시설 확충

헤드라인 뉴스


"주식·채권 팔아 집 샀다"… 넉달간 3.7조원 주택시장 유입

"주식·채권 팔아 집 샀다"… 넉달간 3.7조원 주택시장 유입

올해 들어 주식·채권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 3조 7000억여 원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식·채권 매각대금 3조 7254억 9400만 원이 주택 매입 자금으로 투입됐다. 주택 취득 자금조달계획서는 주택을 살 때 구입 자금의 출처를 밝히는 서류다.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모든 주택과 비규제지역 실거래가 6억 원 이상 주택 매매 계약 시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대전 소상공인, 월드컵 특수 기대보다 실망... "오전 경기에 분위기 안나네"
대전 소상공인, 월드컵 특수 기대보다 실망... "오전 경기에 분위기 안나네"

"월드컵 분위기가 도통 나질 않으니 손님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저조해요." (대전 유성구 치킨집 점주) "오전 매출이 조금 늘어났을 뿐 주류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니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네요." (대전 서구 피자집 점주) 대전 소상공인들이 기대한 월드컵 특수를 누리지 못해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가 12일엔 오전 11시, 다음 경기인 19일엔 오전 10시에 각각 열리다 보니 예년처럼 저녁에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14일 지역 소상공인 등에 따르면 이전보다 저조한 월드컵 분위기에 매출 인..

고유가 폭풍에도 ‘플러스 성장’… 청주공항, 국제선 증가율 ‘전국 1위’ 질주
고유가 폭풍에도 ‘플러스 성장’… 청주공항, 국제선 증가율 ‘전국 1위’ 질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쇼크로 국내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청주국제공항이 차별화된 노선 다변화 전략을 앞세워 홀로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청주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총 40만 1234명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로써 청주공항은 국내 지방공항 중 이용객 규모 '전국 4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국제선 이용객 증가율은 무려 53.2%를 기록하며 전국 공항 중 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 ‘건강한 치아를 위해’ ‘건강한 치아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