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교육의 본질은 교사와 학생의 핵심역량 계발에 있다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교육의 본질은 교사와 학생의 핵심역량 계발에 있다

김정태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 승인 2023-04-03 08:4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김정태 배재대 영어과 교수(시사오디세이)
김정태 교수
오랜만에 같은 학회에서 친하게 지내는 초등학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선생님은 교직 경력 20년 차인데 학교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맡아서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정말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데 학교 업무에 치여 학생들에게 신경을 쓸 수가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교사로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는 넋두리를 들어줬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핵심역량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너무도 다양하고 무거운 업무에 치여 학생에게 집중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초등학교에서는 돌봄 업무, 학교폭력, 방과후학교, 정보화 업무 등은 교사에게 기피 업무 중 대표적인 것들이라고 한다. 심지어 작은 크기의 학교에서는 학년부장과 겸직을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한국의 교육이 무너졌다고 한탄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교사와 학생이 자신의 핵심역량을 계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수학습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교실관리 역량 등의 핵심역량을 키워야 성공한 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업무로 인해 핵심역량을 계발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3월 한 달 동안 대학가는 교육부가 발표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에 대한 예측과 신청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지방대학교 30개를 선발해 5년 동안 1,000억원을 지원한다는 엄청난 사업이다. 물론 혁신을 하지 않는 대학은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 하나로 지방대의 살생부가 마련될 것이고 재정 지원을 못 받으면 망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방 사립대 교수인 필자는 지난 15년을 돌아봤다. 솔직히 말해 나의 시간과 노력이 분산돼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한 것 같다. 교육부 지원사업 신청서 작성에 여러 번 차출되다 보니 내 연구역량이 분산됐다. 또한, 학과 구조조정으로 다양한 교과목을 강의하다 보니 강의역량도 분산됐다. 즉, 나의 핵심역량이 수렴돼 발전하지 못하고 발산돼 온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교사와 학생의 핵심역량 계발을 촉진하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의 핵심역량으로 의사소통, 공동체, 창의적 사고, 지식정보처리, 자기관리, 심미적 감성 역량을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의 '깊이 있는 학습, 교과 간 연계와 통합, 삶과 연계한 학습,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을 개발의 지향점으로 삼았다

현재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5년 내에 약 700개의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과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자신의 생활에서 적용해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인공지능 기술을 초등학교부터 도입해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 보조교사의 도움을 받으면 학생에게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온갖 업무로 바쁜 교사들은 그 어려운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이 아니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먼저다. 교사가 학생의 핵심역량과 자기주도성 계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돼야 한다. 즉, 교사에게 잘 가르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개발할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교사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국가 교육과정의 목표는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교학점제와 수능시험의 체제를 과감하게 전면 재검토하길 제안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제 공교육 정상화의 소생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정태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4658만$ 수출계약 맺고 거점 확장"… 김태흠 지사, 중국·베트남 출장 마무리
  2. 공회전 상태인 충남교육청 주차타워, 무산 가능성↑ "재정 한계로 2026년 본 예산에도 편성 안 해"
  3. [중도일보 창간74년]어제 사과 심은 곳에 오늘은 체리 자라고…70년 후 겨울은 열흘뿐
  4. [창간74-축사] 김지철 충남교육감 "든든한 동반자로 올바른 방향 제시해 주길"
  5. [창간74-축사] 김태흠 충남도지사 "중도일보, 충청의 역사이자 자존심"
  1. [창간74-축사] 홍성현 충남도의장 "도민 삶의 질 향상 위해 협력자로"
  2. [중도일보 창간74년]오존층 파괴 프레온 줄었다…300년 지구 떠도는 CO₂ 차례다
  3.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제99차 지역정책포럼]
  4. [창간74-AI시대] 대전 유통업계, AI 기술 연계한 거점 활용으로 변화 필요
  5. [창간74-AI시대] AI, 미래 스포츠 환경의 판도를 재편하다

헤드라인 뉴스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시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인 4조 7309억 원을 확보했지만, 일부 현안 사업에 대해선 국비를 따내지 못해 사업 정상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와 웹툰 IP 클러스터, 신교통수단 등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성장 동력 확충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된 대전시 사업은 총 9개다. 앞서 시는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운영지원 사업비(29억 6000만 원)와 웹툰 IP 첨단클러스터 구축사업 15억 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천댐 건설 재검토 지시를 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향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천댐 건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김돈곤 청양군수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1일 도청에서 열린 2026 주요정책 추진계획 보고회에서 김 장관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화력발전 폐지 지역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그의 반대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화력발전을 폐지하고 대체 발전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반대하는 사람이 지금 환경부 장관에 앉아 있다. 자격이..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특별자치시가 2030년 완성기까지 '국가상징구역'과 '중앙녹지공간'을 중심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1일 세종시 및 행복청의 2026년 국비 반영안을 보면, 국가상징구역은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 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40억 원으로 본격 조성 단계에 진입한다. 행정수도 추진이란 대통령 공약에 따라 완전 이전을 고려한 확장 반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국비가 집행되면, 국회는 2153억 원, 대통령실은 298억 원까지 집행 규모를 키우게 된다. 국가상징구역은 2029년 대통령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 마지막 물놀이 마지막 물놀이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