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과학의 날] '원자력연' 국민의 건강·삶의 질을 위한 방사선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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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과학의 날] '원자력연' 국민의 건강·삶의 질을 위한 방사선 기술

  • 승인 2023-04-20 17:47
  • 신문게재 2023-04-21 2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원장 주한규)은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방사선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방사선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곳에 활용되며 나날이 그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방사선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단편적인 인식 속에서 실은 사람을 살리고 사람의 삶을 더 이롭게 만드는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다. 원자력연 연구진이 자체 생산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세계로 전파되고 있으며 일상의 미세먼지나 악취를 제거하기 위한 연구개발 성과도 잇따른다.



▲국민 건강 기여하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방사선은 사람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많은 이들이 생활 속에서 접하고 있다. 종종 병원에서 진행하는 X선 검사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는 모두 방사선을 이용한 것이다.

방사선은 물질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고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의 결합에 영향을 줘 물질 구조나 성질을 바꿀 수 있다. 극소량의 방사선을 투과해 검사하려는 곳을 확인하는 것부터 암 환자의 몸속에 있는 암세포에 방사선을 쏘이거나 주입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 등이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원자력연 연구진 자체 생산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2022년 5월엔 국내서 생산한 방사성동위원소 '저마늄-68'을 미국에 첫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은 2019년 양성자를 가속해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입자 가속기 'RFT-30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저마늄-68 생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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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저마늄-68을 생산했다. 사진은 원자력연 연구진이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원자력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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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연구진 모습. 왼쪽 뒤부터 주진식 선임연구원, 공영배 책임연구원, 이준영 선임연구원, 이종철 선임연구원, 앞쪽 허민구 방사선이용·운영부장, 박정훈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장
저마늄-68은 암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 원료이자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 방사선영상장비의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한 교정선원으로 활용된다. 반감기가 270일가량으로 비교적 길어 장기간 운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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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늄-68 포장내부 납용기와 포장외장 용기, 용액
미국·러시아·독일 등 기술 선진국이 국제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수요가 늘면서 새로운 공급처 확보가 시장의 중요 사안으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자체 생산한 저마늄-68을 미국 의료기기회사 '샌더스 메디컬'에 수출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방사성동위위원소를 수출한 첫 사례다.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은 2002년 6월 말라리아 치료에 쓰이는 국산 지르코늄-89를 아프리카에 전파하기도 했다. 매년 2억 명 이상이 말라리아에 감염되는데, 이중 95%가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국내서 자체 생산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가 처음으로 아프리카 현지 신약 개발에 쓰인 것이다.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앞선 2021년 남아공원자력공사(NECSA·이하 넥사)와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과 이용연구에 대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넥사는 말라리아 기생충에 감염된 세포만 선택적으로 찾아내 제거하는 신약을 개발 중으로, 원자력연이 수출한 지르코늄-89를 도입하면 몸속 감염 세포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치료에 필요한 영상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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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코늄-89
지르코늄-89의 반감기는 3.3일이다. 몇 시간에 불과한 다른 동위원소보다 몸속에 오래 머물러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의료용 동위원소로 주목받고 있다. 원자력연은 2021년 지르코늄-89를 대량생산하는 자동화 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99.9%의 고순도로 하루 200mCi(밀리퀴리) 이상 공급하고 있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네덜란드와 동등한 수준이다.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지르코늄-89에서 발생하는 체렌코프 효과를 이용해 암사멸 나노물질을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체렌코프 효과는 195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러시아 과학자 체렌코프 박사가 발견한 현상으로, 전기적 성질을 가진 입자가 물속을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운동할 때 빛이나 X선을 방출하는 효과다.



▲일상 속 미세먼지·악취 문제 해결=원자력연 방사선연구부는 전자선(electron beam)을 이용해 축산악취를 저감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2021년 9월 국내 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전자선 기반 축산악취 저감 기술'은 전자선으로 악취 원인물질을 분리하는 첨단기술이다.

축산시설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암모니아·황화수소·메틸메르캅탄 등이 혼합된 복합악취다. 일반 생활악취나 산업악취에 비해 다양한 유기화합물이 섞여 있어 농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때문에 처리가 까다롭고 관련 처리기술 개발이 더디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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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 연구진이 축산악취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 용액을 사용한 악취 저감이 아닌 축사 내부 공기 포집 후 높은 에너지와 전자선을 조사해 악취를 빠르게 분해하는 것이 특징이다. 후각세너와 연계한 출력가변형 전자가속기를 이용해 현장 악취의 종류와 농도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이에 맞춰 가속기 출력을 최적화한다.

전자가속기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전자들은 악취물질과 반응해 물질의 분자구조를 직접 파괴하거나 산화 분해시킬 수 있는 라디칼(쌍을 이루지 않은 전자를 가진 원자 혹은 화합물로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을 생성해 2차 분해를 유도한다. 이 과정서 95% 이상의 악취물질을 분해할 수 있다.

원자력연 연구진은 전자선 기술력을 끌어올려 이번엔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기술 상용에 나섰다. 방사선융합기술연구부 김태훈 박사 연구팀은 전자선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주)앱스필에 이전했다. 연구팀은 미세먼지 유발 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전자선으로 동시에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자선을 물질에 쪼여 분자 구조를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전자 가속기를 이용하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높은 에너지의 전자들이 물질의 분자 구조를 직접 파괴하거나 다른 물질로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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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선 이용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김태훈 박사 연구팀.
김태훈 박사 연구팀이 이전한 기술은 전자선으로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가스 형태의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염 형태의 에어로졸 입자로 변화시킨 후 전기적 성질을 띤 세정액을 분무해 제거하고 깨끗한 공기를 배출시킨다.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대용량을 동시에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어 현재 상용되는 기술 대비 시설 투자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기존 기술은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따로 처리해 설비가 각각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질소산화물을 높은 온도에서 촉매를 이용해 제거한 후 물에 잘 녹는 황산화물을 방식으로 세정해 제거하는 순차적 방식이었다. 전자선 기술은 별도의 고온 처리나 고가의 촉매가 필요없어 기존 기술 대비 연간 처리비용을 1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한규 원자력연 원장은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자선 등 대체 불가 방사선 강점 기술 육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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