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학과통합도 추진 못하면서 대학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학과통합도 추진 못하면서 대학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3-06-19 08:2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송복섭 교수
한밭대와 충남대의 통합 이슈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두 대학의 통합논의가 언론을 통해 발표되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충남대 학생회였다. 5천여 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 결과 98% 학생이 '통합논의 자체에 반대한다'라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이후 "누가 충남대를 죽였는가?"라는 구호가 등장하고 학내에 분향소가 설치됐으며 반대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밭대 학생회도 '막장드라마'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슷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최근 들어 지역 언론도 이 사실을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으나, 이슈의 중대성에 비해 학생들을 제외하고 그동안 두 대학은 비교적 잠잠한 상태를 이어오고 있었다. 여기에는 두 대학의 집행부가 명쾌한 통합의 조건과 내용을 밝히지 못하고 미뤄온 과정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추진조직을 구성하고 소통에도 힘쓰겠다고는 하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했다.



먼저 침묵을 깬 건 한밭대였다. 올해 4월 총장 담화문의 형식으로 9개 통합원직을 발표한 것이다. 골자는 '동등한 통합'였다. 그러자 충남대 교수회도 성명서를 내고 그동안 총장이 흡수통합을 공언했는데, 한밭대가 발표한 내용에는 그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수회가 반발하자 충남대 총장은 곧바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공개한 한밭대 총장에 '심심한 유감'을 표했다. 결국, 두 대학이 2년여 동안 통합추진과 관련해 만나오면서 밀실협약은 아니더라도 서로가 다른 그림을 그려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논란은 교육부의 글로컬사업 신청과 함께 다시 표면 위로 부상했다. 두 대학이 통합을 전제로 한 신청서를 내겠다는 것이었다. 한밭대 총장은 교수간담회를 통해 충남대와 통합에 관해 정해진 건 없지만, 신청서 제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의 안을 만들어 제출하겠으니 믿어달라고 역설했다. 6월 4일 두 대학이 공동으로 제출한 제안서에는 다소 원론적인 개혁 방향만 제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통합모델을 확인할 수 없다. 어차피 예비제안서이니 1차에서 통과된 후 본 제안서를 낼 때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두 대학 모두 통합과 관련한 구성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하며 우선 접수하고 1차를 통과하면 이를 추진의 발판으로 삼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과연 이 전략이 통할 수 있을까? 실제 강의과목 하나도 쉬이 바꾸기 어려운 것이 대학의 현실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목전에 두고 대학사회의 위기를 통합으로 넘어보겠다는 심산이다. 충남대는 대마불사 전략으로 몸집을 키워 누구도 못 건드릴 거대 국립대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한밭대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한계를 거대조직에 몸을 맡김으로써 편한 생존의 길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대학혁신을 얘기하지만 결국 어려운 본질은 제쳐놓고 위기의 파고를 통합이라는 꼼수로 넘어보겠다는 계산이다. 이렇듯 혁신이 대학의 미래를 결정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견인할 중차대한 과제인데, 두 대학의 총장들은 과연 구성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고견을 청취하는 노력을 먼저 했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혁신은 위기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대응방식에서 나온다. 위기를 맞닥뜨려 전면적으로 마주할 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게 되고, 따라서 처방으로 적절한 해결책이 찾아지는 것이다. 에둘러 가려거나 꼼수를 부리는 것은 잠시 피해 갈 수는 있을망정 근본적인 처방책이 될 수가 없다. 혁신을 주도해야 할 학과가 계획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은 이를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하자이기 때문이다.

통합 추진과 관련한 두 대학 총장들의 공통점이 있다. 난관을 마주해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좌고우면과 비밀스러움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두루뭉술한 계획서로 우선 얻어걸리면 그 후부터 소통하고 좋은 안을 만들 테니 믿어달라는 논리다. 글로컬사업이 의도하는 목표와 많이 멀어져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그런지 충남대 총학생회에서는 "통합기반 혁신이 아닌 내부 혁신을 추진하십시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왜 학생들도 아는 내용을 두 대학 총장들만 모르는 걸까?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세종~충북 CTX' 완공 로드맵 가시권
  2. 'CTX 세종 노선' 촉각...2~3개 정류장 확보 쟁탈전
  3. 총경 승진도 저조한데 경정 이하 승진도 적어… 충남경찰 사기저하·인력난 심각
  4.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 통과 시 매년 9조 6274억원 더… 충남도, 특별법 원안 반영 TF 회의
  5. 민주당 대전시당 "지방주도 '성장엔진' 기대"
  1. "대전·충남 통합 때 권역별 인사교류" 장동혁 발언에… 교육계 "통합 취지 무색" 반발 여전
  2. 민주당 충남도당 "행정통합, 반드시 성공할 국가적 과제"
  3. 꿈돌이 호두과자 3호점 개소... 관광 핵심 거점 기대
  4. 세종시 보건복지국, 6개 복지 기관과 업무 협업 강화
  5. 대전시, 16일 6시부터 초미세먼지 고농도 비상저감조치 발령

헤드라인 뉴스


"통합시 4년간 20조 지원, 서울시 준하는 지위 부여"

"통합시 4년간 20조 지원, 서울시 준하는 지위 부여"

정부가 대전·충남 통합 시 4년간 최대 20조 재정지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과 지위 부여, 2차 공공기관 이전 우대 등 인센티브 지원을 약속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 최은옥 교육부 차관,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문신학 산업부 차관, 홍지선 국토교통부 차관,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개최하고 '광역 지방정부 간 행정통합시 부여되는 인센티브안'을 발표했다. 김 총리는 "정부는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올..

尹 체포방해 1심 징역 5년…"일신·사익 위해 경호처 사병화"
尹 체포방해 1심 징역 5년…"일신·사익 위해 경호처 사병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자신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작년 1월 3일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를 방해한 혐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려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를 유죄로..

`대전~세종~충북 CTX` 완공 로드맵 가시권
'대전~세종~충북 CTX' 완공 로드맵 가시권

대전~세종~충북을 잇는 충청광역급행철도(CTX)의 완공 로드맵이 2026년 조금 더 가시권에 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5일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 평가 항목의 등의 결정내용을 공고하면서다. 지난해 11월 CTX 민자적격성 검토 통과에 따른 후속 절차 성격이다. 다음 스텝은 오는 2~3월경 전략 환경영향 평가서 초안 제출과 공람 및 주민의견 수렴으로 이어진다. 최초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DL(대림)이엔씨 외 제3자 사업자 공모 절차는 올 하반기를 가리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종 사업자가 선정되면, 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세종·충남, 올 겨울 첫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대전·세종·충남, 올 겨울 첫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 충청권 ‘초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 발령 충청권 ‘초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 발령

  • 노인복지센터에 울려퍼지는 하모니 노인복지센터에 울려퍼지는 하모니

  • ‘겨울철 화재 조심하세요’ ‘겨울철 화재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