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국립대 발전은 어디에서?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국립대 발전은 어디에서?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6-26 08:44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교수
손종학 교수
충청지역 대학가, 아니 정확히는 대전권 대학가가 난리다. 윤석열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으로 가장 크다는 ‘글로컬대학’에 대전은 그 어느 한 대학 예비 선정에조차 들지 못했다. 앞서 또 다른 대형 재정지원사업으로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발전 전략과 연계해 주도적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인 라이즈(RISE) 사업에서도 대전권 대학은 전멸했었기에 이번 결과는 당혹스럽지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더 큰 충격은 충남대와 한밭대의 탈락이다. 양 대학은 '생존을 위하여'라는 기치를 들고 일부 구성원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통합을 전제로 한 혁신안을 제출했음에도 탈락했기에 그 허탈감과 무력감을 지울 수가 없다. 국립대 발전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현대 사회의 대학에서 재정지원의 중요성은 많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이고 국립대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아니기에 두 대학이 체감하는 고통은 훨씬 더 크리라. 그러나 재정지원만 많이 받으면 국립대는 잘 발전할 수 있을까? 즉 재정지원이 국립대 발전의 요체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결코 아니다. 재정지원보다 앞서 갖춰야 할 것이 있다. 아니 이들이 선행될 때 재정지원도 많이 받을 수 있다. 국립대 발전의 요체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그 요체는 무엇일까? 국립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립대 개혁이 선행돼야 하고, 그 개혁을 통해 발전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이럴 때 개혁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 첫째는 국립대의 정체성 확립이다. '과연 국립대는 무엇을 하기 위한 존재이고 사립대 이외에 왜 별도로 존재해야만 하는가?'라는 시대와 사회의 추궁에 자신 있게 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그리고 이를 위한 우리 사회의 통일된 인식을 먼저 합의하지 않는 한 국립대 발전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지금 같이 사립대와의 차이점을 쉬이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가 존재해야 할 당위성을 찾고 그에 맞추어 국립대 발전의 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을까? 국립대다운 국립대, 국립대에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는 국립대가 돼야 한다. 이 점에서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선임연구위원이 한 발표에서 국립대의 존재 이유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 것은 필자와 같은 시각에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화두를 던지는 동시에 국립대가 발전하기 위한 토대 구축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음으로 개혁할 부분은 국립대 거버넌스의 재정립, 그중에서도 총장 선출제도의 개선이다. 지금과 같이 학교 구성원의 투표를 통해 국립대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을 취하는 한 국립대 발전은 요원하다. 아무리 직선제 총장제에 민주적 당위성이 있다고 해도 정치판 뺨치는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온갖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되며 직분과 직종의 차이에서 오는 신분 갈등으로 물든 국립대 폐해를 메꿀 수가 없다. 강단에 선 지 18여 년, 나름 이런저런 대학본부 보직을 맡아 학교 운영에 관여해 온 필자가 내린, 아프지만 분명한 결론이다.

마지막 개혁 대상은 교수 채용 시스템이다. 교육의 주체는 교수이고 우수 교수 없이는 학문 발전을 꾀할 수 없음이 명백함에도 국립대 교수 채용의 실태는 어떤가? 공정과 투명은 온데간데없고 정실과 연고주의가 넘실거리는 채용 시스템, 실력자임에도 지원에 앞서 내정자가 있는지를 염탐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현실, 학교 발전이 아니라 자기 편한 사람 뽑아 충성 받고자 하는 이기심에 주도권 유지에만 관심 있는 주류 교수들, 이것이 채용의 단면이라고 한다고 하여 뉘 있어 감히 반박할 수 있을까? 이러한 세태를 방치, 아니 방조하는 현행 교수 채용 시스템의 개선 없이 과연 대학 발전을 꾀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답한다.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대통령과 교육 당국에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진정 국립대 발전을 위하고 미래세대에 부응하는 국립대를 원한다면 혁신은 위 세 가지에서 시작되기에 이들만이라도 즉시 실행에 옮겨달라고.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