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과학도시, 그리고 대전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과학도시, 그리고 대전

손종학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3-10-23 08:38
  • 수정 2024-02-08 17:0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교수
손종학 교수
대전은 어떤 도시인가? 대전의 먹거리는? 대전의 관광명소는? 이러한 외지인의 물음에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대전에서 손님맞이 행사를 치를 때 비슷한 당혹감을 느껴본 경험은 아마도 필자에게만 한정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니 실은 주위에서 종종 듣게 되는 대전 시민의 고충 아닌 고충이리라.

그러나 이 고충이 단순한 감정적 하소연에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대전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모두가 공유하지 않는 한, 그리고 공유된 정체성에 기반한 대전의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않는 한, 대전의 발전 방향과 내용을 정할 수 없고, 이는 바로 대전 발전의 디딤돌이 아닌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과연 대전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나름 마음을 새롭게 하고 짧은 머리를 짜내어 생각해낸 말은 '과학도시'다. 맞다 누가 뭐래도 대전은 아무런 재미도 없는, 그래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노잼' 도시가 아닌 대덕연구개발특구를 필두로 한 한국 최고의 과학도시다. 어쩌면 타 도시에서는 이러한 대전을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내심 자기들도 대전과 같이 과학도시로서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면 훨씬 도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는 뒤집어 보면 실은 우리의 무능함을, 우리의 노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에서 부러워할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그것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기에 그렇다. 역대 그 어느 시장도, 정치인도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연계한 과학도시로의 발전을 꾀해보거나 보란 듯이 성공한 적이 없다. 이 점에서 그동안 지역 정계를 주름잡아 왔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인들과 대전시장들은 시민들을 향해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대전과 연구개발특구의 지금 모습을 조금 더 거칠게 표현한다면 연구개발특구에 그 많은 과학연구기관이 들어서 있고 거기서 수많은 미래 성장동력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것이 지역발전으로 전혀 연결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어쩌면 대덕연구개발특구는 몸은 대전에 자리하고 있지만, 정신은 대전을 벗어나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전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고립된 섬 같은 존재, 그 느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모습은 과학인에게도 대전시민에게도,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서로의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대전 스스로 한국 최고의 두뇌체를 관심 밖으로 처박아 두고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듯 행동하는 현재의 모습은 '미래 대전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입을 닫게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대전시와 과학인들이 서로의 담장을 헐어 부수고 하나로 만나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각자 그리고 함께 머리를 짜내어 공동의 발전방안을 그려내야만 한다.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인하여 대전이 성장할 수 있고, 대전이 있기에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더 발전할 수 있게 하여야만 한다. 명색이 5대 도시니, 미래 도시니 하면서 언제까지 대전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빵집과 칼국수로 묶어둘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올해는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된 지 5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다. 서울 홍릉의 조그만 연구단지가 대전에 자리를 잡으면서 오늘날과 같은 빛나는 성장을 하였건만, 그 이후가 없다. 그 점에서 50주년은 빛이 바랬다. 오늘까지 이룩한 업적에 마냥 환희를 느낄 수 없고, 다가올 내일 설렘 가득한 꿈을 담을 수가 없다.

"첨단과학기술의 연구·개발과 과학기술 인재양성을 통해 국가과학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지역경제 발전의 거점 역할을 수행해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도록…" 이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스스로 정한 존재 이유다. 과연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위 존재 이유에 합당한 조직체인가? 10년 뒤 환갑을 맞이하는 60주년에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아니 될, 그저 감사할 뿐인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손종학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2.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산부인과내시경학회 학술대회 우수상
  4. 대전시의사회, 성분명 처방 의무화 반대 성명…"의약분업의 기본 원칙 침해"
  5. 자치경찰제 논의의 시작은..."분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
  1. 함께 노래하는 대전 의사들 20년 맞이 정기공연…디하모니 19일 무대
  2. 아산시 소재 고등학교에 나흘 사이에 2번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3. 나에게 맞는 진로는?
  4.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5. 대전대덕우체국 노사 재배 고구마 지역에 기부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