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대한민국 무한 경쟁 교육의 끝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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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대한민국 무한 경쟁 교육의 끝은 어디?

김정태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 승인 2023-11-13 08:47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김정태 배재대 영어과 교수(시사오디세이)
김정태 교수
1960년대 미국의 동물실험학자 존 칼훈은 '유니버스 25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쥐들의 천국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쥐 4쌍에게 천적이 없고 먹이가 풍부하게 무한정 제공되는 낙원과 같은 환경을 제공한다면 향후 어떤 생태계가 형성될 것인지를 장기간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이 실험은 충격적인 결과로 끝나 버렸다. 5년간의 실험 결과, 1) 쥐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1단계 성장단계, 2) 쥐들의 출산율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2단계인 정체단계, 3)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개체수가 하락하는 3단계 멸망의 단계로 진행됐다.

쥐 낙원의 멸망 원인은 2단계인 정체단계에서 나타난 쥐들의 무한 경쟁과 그 결과인 승리와 패배로 인한 격차에서 시작됐다.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수컷 쥐들은 넓은 공간을 차지한 후 암컷 쥐들과 번식을 했고, 반면에 패배한 다수의 쥐는 비좁은 공간에 모여 배고프고 힘들게 살게 된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생겨난 것이다. 패배한 쥐들은 새끼 양육을 포기한 결과, 새끼 개체들의 사망률이 급증하는 결과를 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승리한 쥐들의 출산율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새끼 양육을 위해 짝짓기 횟수가 감소했고 자기 털 고르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부유층과 빈곤층도 아닌 중간층 쥐들은 광장 중앙에서 생활하며 경쟁을 위한 싸움을 회피하고 짝짓기도 포기하는 등 삶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 행태가 나타났다. 이렇게 결국은 쥐의 낙원은 전체가 멸망의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이 기간 암컷들의 짝짓기와 번식은 멈췄고 수컷들은 짝짓기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단지 자기 건강을 위해서만 신경을 쓰는 행태를 보였다.



이 실험의 시사점은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개인 간의 경쟁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다양한 사회활동은 중단되고 종말이 온다는 것이었다. 물론 일회성으로 끝난 이 실험 결과를 도덕과 윤리와 관습 속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의 사회활동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한경쟁에 내몰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는 시사점을 줬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무한 경쟁 교육의 끝은 어디일지 참 궁금하다. 지난달 교육부는 공정과 안정을 핵심어로 2028년 수능에서 선택과목 폐지와 내신 5등급 상대평가를 골자로 한 대학입시제도 개편시안을 내놨다. 현재 수능에서 선택 과목에 따라 표준점수가 차이가 나는 결과에 대한 공정성을 회복하고 고교 2학년 이후 절대평가 도입으로 나타날 변별력 하락의 혼란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개편안에 대해 나는 교육부가 정말로 무한경쟁 교육을 개선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획일적 경쟁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자는 고교학점제와 2022 개정교육과정의 목표와 상충하는 정책이고, 학생들은 수능 대비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수강할 것이 뻔하다. 고교 내신을 기존의 9등급 대신 5등급으로 완화하면 수능 점수로 대학교에 가는 것이 매우 유리해질 것이다. 이렇다면 서울 명문 고교들의 입지만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나는 쥐의 낙원 실험과 같은 비극적 종말 시나리오가 실제로 실현될 것 같아 두렵다. 현재와 같은 무한 경쟁 교육을 통해 인공지능시대에 걸맞은 인재양성의 목표를 이룰 수는 없다. 교육부의 수능 정책은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계층과 계급의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것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쥐의 낙원 실험이 우리에게 던지는 동반 성장과 상생, 연대의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경험한 사람이다. 교육을 통해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타고 밑바닥에서 올라와서 현재 대학교수의 자리에 서 있다. 교육부는 무한 경쟁 교육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무한 경쟁이 아닌 건강한 경쟁을 통해 나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무한 경쟁에 내몰린 청소년과 청년들이 무기력증에 빠져 건강한 경쟁조차도 포기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세대가 사회 속의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고 시대적 대전환기를 돌파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정부와 기성세대의 책무다.

/김정태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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