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의대 증원하면 의료 붕괴라니…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의대 증원하면 의료 붕괴라니…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 승인 2023-12-11 08:44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종오 대표변호사
이종오 대표변호사
의협은 11일부터 총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하고 17일에는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의대 정원을 증원하면 왜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된다고 하는지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대집 의협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투쟁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나서야 어떤 논리인지 알게 됐다. 그는 "의사는 막 찍어낼 수 있는 붕어빵이 아니며 무분별한 의대 정원 증원은 부실 교육, 돌팔이 의사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교육이 문제라면 의대 증원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교육인프라를 확충하는 의과대학에만 선별적으로 증원하도록 법제화를 요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한다. 그런데 혹시라도 저 발언 속에 의대생의 자질이 떨어져서 문제라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면 1990년대 전국 의대 커트라인도 기억 못 하는 한참 잘못된 생각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정작 의사의 파업과 그로 인한 정부의 강경 대응이 현실화된다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젊은 의사들이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날개가 꺾이는 불상사가 발생할까 걱정이다.

의료법은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고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위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위 명령을 위반하면 영업정지 1년이나 개설 허가의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당할 수 있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2020년 의협과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집단 진료거부를 했을 때도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27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추가 고발 조치까지도 강행해 피해를 입은 의사들이 많이 생겨났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러한 전문직 증원 논의는 이미 여러 직역에서 벌어졌던 것이고 법조인인 필자도 경험한 바 있어 의협의 과잉대응이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로스쿨은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 때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검토했지만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당시 300명이었던 사법시험의 정원을 1,000명으로 늘렸다. 이후 2003년 참여정부에서 사법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한 끝에 그 도입을 결정했다.

당시 로스쿨 도입 이유는 소수 대학에 의한 법조인의 독점과 우수자원의 쏠림 현상과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면에는 변호사 공급을 늘려 변호사 비용을 낮추고 국민의 법조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이다.

만일 의협의 논리대로라면 변호사 수가 급증한 이후 돌팔이 변호사가 양산됐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법조인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높아졌고 법률서비스의 수준도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그 이유를 보면 먼저 사법연수원 시절 300명에서 1,000명으로 증원되자 현직 판사와 검사를 늘어난 연수생 수만큼 더 많이 사법연수원 교수로 배치해 교육의 질을 확보했고 로스쿨로 바뀔 때도 충분한 교육인프라를 갖춘 학교에만 로스쿨 인가를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변호사 수가 많아져 바뀐 모습을 보면 무변촌에 동네변호사가 생기고 법원이 없는 지역에도 변호사가 개업하면서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사무장이 아닌 변호사와 대면 기회가 늘어나고 학폭위 관련 분야 등 이전까지는 소외됐던 부분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시대가 됐다.

혹자는 필자에게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가 많아져 경제적으로 힘들어지지 않았느냐고 묻곤 하는데, 변호사들끼리의 경쟁이 심화된 것은 사실이기에 웃어넘기고는 한다.

그러나 의대 증원 문제는 의사들의 경제적 형편에만 관련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의협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꼼수보다는 좀 더 의연하고 대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국방 과학수도 날개단다
  2. [우리동네 정비사업] 대전 대표 노후지 대덕구, 사업성 악화로 상당수 정비사업 '제동'
  3. [편집국에서]대한민국 축구와 민선9기 대전시
  4. "논쟁 휘둘려 기회 놓치면 안돼"…연내 특별법 제정 역량결집 시급
  5. [현장취재]크리스천리더스클럽, 제주헤리티지로 비전트립 다녀오다
  1. [월요논단] '온통대전'을 넘어, 시민이 설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2.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단재도 서포도 백호도…대전만 낯선 지역의 인문자산
  3.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4.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5. 검찰청 폐지 석달도 안 남아… 보완수사·경찰 인사까지 여전히 혼선

헤드라인 뉴스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발전에 견인할 핵심 공기업 유치를 위한 대전시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철저히 배제된 만큼, 혁신도시 완성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도심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20일 지역 정치권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2차 공공기관 이전 내용을 발표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실무적인 부분은 상당 부분 진행됐고, 가능하면 8월이나 늦어도 9월까지는 윤곽을 마련해 대통령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후반기 반등을 노리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전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불펜이 흔들리며 마운드 운영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 선발진 재정비에 나섰지만, 중심타선마저 부상 악재를 맞으며 전력 운용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가 후반기 첫 과제로 떠오른 숙제는 불펜이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후반기 첫 4연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장면을 반복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19일 경기에서는 8-1로 앞서던 승부를 지키지 못한 채 연장 11회 9-9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의 한·미 통산 25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박수현 충남지사의 취임 이후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정무부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과 민선 9기 도정 첫 조직개편에 대한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임용 절차를 놓고 노동조합이 특정 자격 미달 인사를 위한 '맞춤형 규정 개정' 의혹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다. 지역 시민사회에 이어 공직사회와 산하기관 노동조합까지 잇따라 인사와 조직 운영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면서 박 지사의 첫 인선 기조가 연이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남문화관광재단지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충남도와 재단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