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돌아온 정치의 계절, 그 씁쓸함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돌아온 정치의 계절, 그 씁쓸함

손종학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3-12-18 08:54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교수
손종학 교수
얼마 전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비록 매서운 바람이 우리네 몸을 움츠리게 하는 계절이지만, 총선 열기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불출마 입장의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제외한다면, 충청 지역 최다선이자 TV 등 여러 언론매체에의 노출도가 높아 지역민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5선의 이상민 의원이 그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전격적으로 떠나 새로운 정치 지향점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은 정계 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지역과 중앙정가를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시계 제로의 회오리바람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조용한 탈당이 아니라 국회의장 도전이라는 나름 큰 포부를 밝히면서 이루어진 탈당이기에 호사가들의 입방정을 뛰어넘어 지지자와 비판자 모두에게 회자되며 격렬한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그렇기에 흔히 '뜨뜻미지근'으로 비유되는 우리 지역에서의 총선 분위기는 종전과는 달리 타 지역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또한 대통령실과 내각에서 국정 운영에 참여해온 다수의 여권 인사들도 이를 훈장 삼아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속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야권에서도 당 대표의 무슨 무슨 특보라는 종류도 다양한 타이틀을 각기 둘러매고 유권자의 관심을 끌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제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의 중요성이야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그렇기에 이들의 움직임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어찌 보면 바람직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왠지 편하지만은 않은, 아니 많이 거북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여 이 불편함이 세상 보는 눈 작은 필자만의 속 좁은 감정에 불과한 것이라면, 또 그냥 지나갈 수도 있으련만 주변에서 장삼이사들의 짧은, 그러나 뼈있는 대화를 들을라치면 비단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에 마음이 더욱 무겁다.

왜냐고? 이들이 본질을 버리고 타이틀만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 한 번 예를 들어보자. 정부와 대통령실 요직에서 일한 경력? 물론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스펙임에 틀림없다. 국정 최고 컨트롤 타워에서의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일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친다면 본인의 입신양명 이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였고, 그 결과 얼마나 국리민복에 이바지하였는지를 밝힐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디에서 일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의 성과를 내었는지 보여줄 수 있을 때 그 경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고, 국가 발전에 연결될 수 있기에 그렇다.

야당 쪽도 한번 보자. 명칭을 외우기도 힘든 특보 자리를 자랑스레 플래카드에 대문짝처럼 표기한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직함이 주는 무게감이 있기에 가볍게 넘겨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그 직함만으로 우리 시민에게 표를 달라고? 역시 답은 같다. 그 직함을 갖고 구체적으로 어떤 업적을 내었는지를 설명할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그 직함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유권자를 현혹시킬 요량으로 자리를 가져왔다는 비아냥을 피할 수가 없다.

핵심으로 들어가자. 자리가, 직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적이 중요하다. 실적 없는 자리는 본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가문의 영광이 될는지 모르지만, 표를 던질 유권자에게는 그저 혈세 낭비요, 알맹이 없는 포장에 불과할 뿐이다.

총선에 나오고 말고는 자유이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비전을 세운 후 과연 본인은 그 비전을 실현할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그래도 한 번쯤은 자문해보라. 그리고 그 능력의 유무를 지금까지의 본인 경력에서 이루어온 실적을 대비시켜 부합하는지 점검해보라. 본인이 거쳐온 그 자리와 그 직함은 바로 이 점검에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자신 있으면 제발 출마하시라.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발 본인의 출세욕만으로 출마하지는 마시라. 유권자가 그대들의 제철 먹잇감은 아니지 않은가?

/손종학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국방 과학수도 날개단다
  2. [우리동네 정비사업] 대전 대표 노후지 대덕구, 사업성 악화로 상당수 정비사업 '제동'
  3. [편집국에서]대한민국 축구와 민선9기 대전시
  4. "논쟁 휘둘려 기회 놓치면 안돼"…연내 특별법 제정 역량결집 시급
  5. [현장취재]크리스천리더스클럽, 제주헤리티지로 비전트립 다녀오다
  1. [월요논단] '온통대전'을 넘어, 시민이 설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2.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단재도 서포도 백호도…대전만 낯선 지역의 인문자산
  3.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4.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5. 검찰청 폐지 석달도 안 남아… 보완수사·경찰 인사까지 여전히 혼선

헤드라인 뉴스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발전에 견인할 핵심 공기업 유치를 위한 대전시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철저히 배제된 만큼, 혁신도시 완성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도심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20일 지역 정치권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2차 공공기관 이전 내용을 발표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실무적인 부분은 상당 부분 진행됐고, 가능하면 8월이나 늦어도 9월까지는 윤곽을 마련해 대통령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후반기 반등을 노리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전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불펜이 흔들리며 마운드 운영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 선발진 재정비에 나섰지만, 중심타선마저 부상 악재를 맞으며 전력 운용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가 후반기 첫 과제로 떠오른 숙제는 불펜이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후반기 첫 4연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장면을 반복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19일 경기에서는 8-1로 앞서던 승부를 지키지 못한 채 연장 11회 9-9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의 한·미 통산 25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박수현 충남지사의 취임 이후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정무부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과 민선 9기 도정 첫 조직개편에 대한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임용 절차를 놓고 노동조합이 특정 자격 미달 인사를 위한 '맞춤형 규정 개정' 의혹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다. 지역 시민사회에 이어 공직사회와 산하기관 노동조합까지 잇따라 인사와 조직 운영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면서 박 지사의 첫 인선 기조가 연이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남문화관광재단지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충남도와 재단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