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도파민 대방출의 시대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도파민 대방출의 시대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 승인 2024-06-27 17:31
  • 신문게재 2024-06-28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KIT_윤석주 부소장님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10여년 전에 케이블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시리즈 중에 병영생활을 코믹하게 다루었던 '푸른거탑'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함께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잘 엮어 화제가 되었다. 그 인기만큼 다양한 유행어를 배출했는데, 그중에 말년 최병장이 뭔가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때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던 '전두엽'이 들어간 문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얄팍하지만 뇌과학에 대한 지식을 가진 필자가 봤을 때, 대뇌의 전두엽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사건에 대한 묘사를 재밌게 표현하였다고 생각했다.

수년이 지난 후 이 전두엽을 자극하는 상황들이 일상생활에 만연해지고 있다. 최근 광고나 SNS를 보면 "도파민 터지는, 도파민 대폭발" 등등 도파민이란 단어가 정말 많이 등장한다. 신경계통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한 종류인 도파민은 다양한 작용을 하지만 특히 전두엽에서 문제해결, 감정, 추리, 주의집중, 기억, 의사결정과 충동제어 조절을 담당한다. 흔히들 전두엽의 활동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도 한다, 이에 도파민의 적절한 분비와 적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퇴행성 질환의 하나인 파킨슨병의 경우 도파민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운동능력을 서서히 잃게 되기도 한다.

도파민 분비는 특정한 행동에 대해 즐거움으로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맛있는 음식, 성적 쾌락, 약물과 같은 외부자극에 의해 도파민 분비로 보상을 받게 된다,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파민 분비가 무슨 문제란 말인가? 정상적인 도파민 분비는 당연히 문제될 게 없다, 문제는 도파민 중독이다.

필자는 몇 주 전에 TV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입상한 가수들의 콘서트를 관람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현란한 무대 매너를 즐기며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훌륭한 콘서트였다. 콘서트 중에 앞줄에 앉아 계신 중년의 여성 관객이 어찌나 호응을 잘하시는지 누가 봐도 콘서트의 매력에 푹 빠진 것 같았다. 그런데 공연 중에 어둠을 뚫고 나오는 휴대폰의 화면의 불빛이 계속 거슬려서 보니 아까 그 공연을 열심히 즐기시던 여성관객이 휴대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문자나 통화가 오는가 했는데 다시 보니 SNS의 숏폼 콘텐츠를 보고 있었다. 순간 약간의 혼란이 왔다. 이 화려하고 멋진 무대를 즐기면서도 숏폼 콘텐츠를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또 길을 걷다 보면 주변의 상황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휴대폰 화면만 보며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지하철에서도 그렇고 다들 휴대폰 이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 보인다. 유튜브같이 10분 내외의 콘텐츠를 소비하던 것이 최근에는 더 짧게 1분 이내로 줄인 형태가 유행이다. 한번 숏폼을 보게 되면 한두 시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백 편의 자극적인 영상 시청으로 이어진다. 정말 도파민 대폭발이다.



숏폼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축약된 형태로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새로운 형태이지만, 사용자가 숏폼에 중독된다는 것은 우리 뇌도 도파민에 절여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도파민 디톡스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강제로라도 모바일기기를 분리해서 자극을 줄이고 뇌의 평안을 꾀하자는 것이다. 스마트기기가 출현하기 전에는 나름 책도 읽고 신문도 부스럭거리던 우리들이 몇십 초짜리 영상에 환호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요한 양 이상의 도파민은 우리를 둔감하게 만들고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하며 결국은 무기력하게 만든다.

최근에 멍때리기 대회가 성황리에 마쳤다는 기사를 보았다. 멍때리기 대회가 국제대회도 있다고 해서 과연 영어로 멍때리기가 뭘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space out competition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예전 같으면 멍때린다고 등짝을 한 대 맞았겠지만, 지금은 멍을 잘 때리면 상도 받고 뉴스에도 나온다. 바쁘고 정신없고 분주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려면 가끔은 멍을 때리는 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도파민에 절여진 우리의 뇌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방법은 어렵지 않다.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가끔은 스마트폰을 살짝 내려놓고 볕 좋은 벤치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AI헬스케어부터 전통음식까지… 중소기업들 제품 홍보 '구슬땀'
  2. 국민의힘 대전시당 "이재명 정부, 충청권 철저히 배제"… 이 대통령 방문 전 기자회견
  3. 충남도의회 오인철 의원, 후계농업인 미래 위한 헌신 공로 인정받아
  4. 건양대병원, 전 교직원 대상 헌혈 참여 캠페인 전개
  5. 2025 대한민국 중기박람회 부산서 개막 '전국 중소기업 총출동'
  1. 대전시한의사회, 한국조폐공사와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 협약
  2.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3. 중도일보·대전MBC, 2025년 2분기 '목요언론인클럽 이달의 기자상' 수상
  4. 월드비전, 아산시에 1,000만원 냉방용품비 지원
  5. 동구아름다운복지관, 폭염대비 시원한 여름나기 사업 진행

헤드라인 뉴스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충청의 마음을 듣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박정희 시대에는 성장을 위해 결국 한 쪽으로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도성장기에는 성장을 위한 자원 배분이 한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거의 특권 계급화된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균형발전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재벌이라고 하는 대기업 군단으로 부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