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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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나!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4-08-12 10:48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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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섭 교수
어느 자리에서 누가 "과연 이순신 장군 혼자서 거북선을 만들었겠는가?"라는 화두를 꺼냈다. 임진왜란 당시 혁혁한 공을 세운 거북선이 이순신 장군의 명으로 조선 시대 주력 선인 판옥선을 개량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태종 때에도 거북선이 활약했다고 하고 야사에는 거북선을 제안한 사람이 여럿 등장한다. 오늘날처럼 특허제도가 없던 시절이니 정확히 누가 거북선을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는가가 쉽게 알기 어렵다.

8세기 갑자기 등장해서 유럽을 휩쓴 바이킹선도 마찬가지다. 얇은 목재를 사용해서 배를 가볍게 하고 모양을 길게 만들어 획기적으로 속도를 높인 바이킹선도 누구의 공로인지 기록이 없다. 다만 여러 진보의 종합이 결과물로써 걸작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만 추측할 따름이다. 이런 유의 발명품은 역사상 수도 없이 많다. 철광석으로 강철을 만들어 낸 일도 그렇고 종이를 발명한 일도 그렇다. 서기 105년에 채륜이 종이를 발명한 것으로 배워왔지만 밑거름이 된 개별 기술을 종합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분명한 것은 결정적이었든 점진적이었든 여럿이 만들어 낸 발전된 기술로부터 다시 새로운 도약을 이뤘다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모두 이름 없는 선조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허제도가 활성화한 산업혁명 이후로는 발명한 사람의 이름과 범위가 비교적 정확히 알려지기 때문에 행여라도 이를 사용할라치면 비용을 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며 처벌을 각오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함께 작업하다가 창의적인 성과물이 만들어졌다면 발명한 사람의 기여가 분명치 않을 수도 있다. 애초에 특별한 목표 아래 발명을 전제로 작업했다면 비교적 구분이 명확할 수 있으나, 우연의 산물로 발명이 만들어진 경우는 애매하기 일쑤다. 게다가 역사상 훌륭한 발명품들은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시기 대면 회의 대신 혼자 서면으로 의견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곤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개는 함께 회의하는 중에 누군가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다시 그 아이디어에 누군가가 또 창의적인 생각을 더 하면서 기대 이상의 결과가 만들어지는 경험을 일상으로 삼았었기 때문이다. 그 경우 내가 낸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오롯이 내 것만이 될 수 없다. 그렇게 인류는 함께 모여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후대에 전하면서 오늘날의 문명을 일궈낸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각자 경쟁하며 혼자서 아이디어를 만드는 사회로 굳어져 가고 있다. 서로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폭발적인 생각의 상승작용으로 기막힌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쾌감을 경험하기보다는, 행여 남이 내 아이디어를 훔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의견 내기를 주저하는 현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며 자라온 이유로 학교에서도 팀 작업이 힘든 정도다. 건축설계는 복잡한 과정이므로 설계사무소에서 팀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자연스러운 실무 적응을 위해 대학교에서도 설계 수업에서 팀 작업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팀원끼리 이견을 조율하기가 힘들어 큰 갈등을 만들기도 하고 무임승차도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합심하지 못하는 팀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반면에 협력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잘하는 부분을 시너지가 나도록 운영하는 팀은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거북선과 바이킹선은 어느 한 사람의 총체적인 혜안이 아니라 그때까지의 기술에 하나의 아이디어가 더하고 다시 그 결과물에 또 다른 생각이 붙고 이를 종합하는 사람도 생기고 하는 과정에서 걸작이 탄생한 것이다. 일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발전할 것이다. 그 길은 기쁨과 보람의 과정이지 고독과 고통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우리네 교육도 각자 지나친 경쟁으로부터 탈피하여 서로 돕고 함께하는 여정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어려서부터도 혼자만 고집부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로 내버려 둘 게 아니라 함께 협력하면서 발견하는 기쁨을 경험하도록 양육해야 한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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