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빵 굽는 도시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빵 굽는 도시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 승인 2024-09-19 17:08
  • 신문게재 2024-09-20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2016년 깊은 가을날, 대전의 옛 충남도지사 공관 마당에 펼쳐진 잔치는 바로 성심당의 6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얼마 전 이곳을 대전의 역사적인 명소로 문체부 지역문화컨설팅을 마치고 옛 관사 촌 일대를 역사 문화의 장소로 만들고 난 다음이었다. 이곳은 정원이 아름다운 곳이며 건축 역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근대 건축유적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날 마당에선 멋진 예복의 가톨릭 주교와 멀리 로마의 바티칸에서 보내온 교황 프란치스코 사진이 박힌 커다란 축복 상장과 대전시장을 비롯해 지역의 유지들이 한자리에 같이 한 기념식이 성대하게 펼쳐졌다. 대전에 많은 장소가 있었지만 이곳 도지사 공관 마당이 특별하게 선택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전쟁이 나고 긴급하게 정부가 피신하여 잠시 국정을 보며 미국과 대전협정을 맺은 이승만 대통령의 임시공관이 바로 이곳이었고 대전 구도심 중심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어서 그 의미는 컸다고 본다.

천주교의 카리타스(애덕활동)가 지은 작은 자선으로 밀가루 2포대의 기적이 일고 나눔의 경제 미학을 간직한 지역의 한 빵집이 요즘 참으로 도시를 엄청 뜨겁게 달구는 기폭제가 되어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른 새벽부터 여행 캐리어를 들고 대전을 찾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56년을 기점으로 시작하여 지난 2016년 가을 60주년이 된 묵직한 역사 뒤에는 화재가 일기 전 목재로 된 옛 일본식 가옥이 있었다. 사진은 당시의 소소한 건축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그 빛바랜 사진 주변에는 흙 더미와 잡동사니로 어수선한 시절의 짙은 배경이 어우러져 있다. 대전의 구도심 대종로와 일본식 발음인 중교통으로 더 알려진 중교로가 만나는 지점에 천주교 대전 교구 성당이 있고, 길 건너엔 작지만 어딘지 역사적인 냄새가 깊은 건축 한 채가 모서리에 파빌리온처럼 서 있다. 오래 전 지역의 농산물품질관리를 맡아 온 관공서였고 지금은 대전 시립 미술관 창작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성심당 개업 2년 뒤인 58년 건립된 등록 문화재 100호 건축으로 대전 근대 건축의 한 축을 간직한 곳이다. 그전에 구도심의 상징처럼 서 있는 천주교 성당은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기념비적 건축으로 외모는 현대건축의 모습이지만 10칸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되어 시련의 역사를 온전하게 간직한 기념비적 대전의 건축물이다. 그 재료와 표현은 현대건축의 간결함을 지니지만 배경은 고전의 수사와 열정을 담고 있는 한국 모더니즘의 기량을 지닌다. 고전성과 근대의 절충된 답습 매너들을 간직한 이 지역의 건축 역시 이런 현대건축의 통로를 지나고 있었다. 대전 구도심의 근대건축들은 많은 질곡 속에서도 나름 갈무리되어 잘 유지되고 있고 지배역사 속에 우리의 역사가 동시에 바느질되어 아픈 역사를 현재에 같이 하는 것이다. 쉽게 보이지 않는 소중한 힘의 한 지류이고 역사적인 건축들이 지켜지는 지역의 저력은 바로 한 무리의 지역 건축 연구자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학습의 도시건축이자 역사의 지난 통로를 보는 도시 중심의 가로길 중교로 변은 지난 100년의 역사를 한곳에 모아 보는 역사 도시의 짙은 자취이기도 하다.

역사의 산책길 중교로를 돌아 바로 길 건너에 마주한 성당과 성심당은 떼어 낼 수 없는 깊은 관계로 묶여 있다. 성당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이곳으로 자리한 설립자의 숭고한 정신이 가장 큰 은덕의 시작이라 생각된다. 전쟁은 모든 것을 빼앗고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들었기에 이주민의 삶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팍팍했을 것이고 그래서 이런 나눔의 삶이란 경로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크고 높은 건축 짓기에 빠지지 않고 빵을 지어 나누고 평범하게 삶을 이어갔다. 그 곳에 바로 지금의 성심당 옅은 붉은색 벽돌집이 위치 해 있다. 역사의 산책로인 대전의 중심 구도심을 이어가는 이곳은 빵 굽는 도시의 이야기들을 찾아 빵과 시간을 만나러 오는 이들로 가득한 곳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5-2생활권 첫 주택 공급 포문…'우미린 센터파크'
  2. 세종시 청렴도 하락세, "공정한 인사와 상호 존중이 해법"
  3.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4.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5. 충남교육청 7월 1일자 인사 단행… 부이사관 승진 2명 등 총 652명 규모
  1. [대전MZ로그]"평범한 건 싫어요"···각양각색 소품을 나만의 취향대로 개성있게 꾸미는 2030 소비 트렌드
  2. 전신주 구리 접지선 훔쳐 한전에 2500만 원 손해 끼친 50대 검거
  3.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아쉬움으로 끝난 월드컵 응원
  4.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5. '외부 연구수주로 인건비' 출연연 PBS 폐지 '임무중심 거점으로'

헤드라인 뉴스


[대전MZ로그] ‘내 멋’대로 꾸민다… 2030세대 커스텀 열풍

[대전MZ로그] ‘내 멋’대로 꾸민다… 2030세대 커스텀 열풍

'평범한 볼펜과 모자, 신발 등을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커스텀으로 변신~!'최근 SNS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담아 물건을 꾸미는 이른바 '꾸미기 문화'가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기자가 직접 가 본 대전 서구의 한 소품가게는 수많은 종류의 파츠와 와펜이 알록달록한 컬러를 빛내며 매장 한가득 진열돼 있어 소비자의 구매욕과 골라보는 재미를 자극하고 있었다. 게다가 키링과 신발, 가방, 볼펜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현장에서 바로 소품을 꾸밀 수도 있었다. 매장을 운영하는 임한나 씨는 "SNS와 팝업스토어를 꾸..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교통사고 현장에 남겨진 차량에서 경찰이 블랙박스 SD카드를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차량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물 취급한 경찰의 절차 판단이 재판에서 부적절하다고 확인된 것이다. 과거 분실 휴대전화 마약 수사 사례처럼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 배척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 경찰의 증거 확보 역량과 적법절차 이해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제3-1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사람의 뇌 신호로 외골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고, 로봇이 감지한 촉각·힘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차세대 뇌-로봇 인터페이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기계공학과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은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플래그십 과제로 세계 최초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제는 4월부터 2032년 12월까지다. 뇌 신호로 커서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미 인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