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리더십의 조건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리더십의 조건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4-10-07 14:45
  • 수정 2024-10-09 10:44
  • 신문게재 2024-10-08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120401000190300005941
송복섭 교수
한밭대학교는 2027년이면 100주년이 되는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다. 일제 강점기 엄혹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전문 기술인 양성을 목표로 공립으로 출발해 8만여 동문을 배출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과거 '대전공전'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었으며 1993년부터는 대전산업대학으로, 2001년부터는 한밭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공대 중심 대학 특성의 결과로 다수의 졸업생이 기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공무원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입학생의 약 70% 정도가 지역 출신이면서 졸업 후에도 지역의 역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산업대학이라는 굴레 때문에 더 나은 발전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2012년에는 산업대 중 제일 먼저 일반대학으로 전환했다. 교육과 함께 연구여건도 갖추어져야 교육의 질이 더 향상되고 학생들의 진로 가능성도 넓어진다는 차원에서 시도한 큰 도전이었다. 야간정원을 감축하지 않으면서 오롯이 주간으로 전환했고, ACE사업을 비롯해 대부분 정부지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그리하여 교육부로부터 모범적인 대학으로 평가받으며 장관까지 방문하는 대학이 되었다. 졸업생 취업률은 최우수 수준이었고 몇몇 학과는 입시성적이 인근 거점국립대학보다 높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변화가 생겼다. 석권하던 정부 지원사업에서 탈락하는 일이 발생했고 최고를 자랑하던 취업률도 떨어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보는 관점에 따라 이유야 여럿일 수 있겠지만 결국은 리더쉽 문제로 귀결된다고 아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임기 말기에 당시 총장은 결과가 이리된 것이 한밭대학교가 규모가 작아서라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신임교수라는 특권으로 학교의 지원을 받아 논문을 쓰고 그 실적으로 다른 대학으로 이전하는 교수에 대해서도 역량 있는 분을 인큐베이팅해서 더 나은 곳으로 보내드리는 것이 영광이라고도 했다. 급기야는 입학자원이 현격히 줄어드는 미래를 대비해 본인이 욕을 먹더라도 인근 거점국립대와 통합을 성공시켜 젊은 교수들의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고도 했다. 아전인수격 주장이었지만 총장을 신뢰하며 젊은 교수들은 점점 이를 믿어가기 시작했다. 중견 교수들은 능력 부족을 인정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관심을 돌리는 총장을 탓하면서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젊은 교수들의 앞길을 막았다는 비난은 듣기 싫다며 말을 삼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후임 총장선거가 시행되었다. 후보 간 대학을 이끌 비전을 경쟁하는 장이 아니라 곧 거점국립대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선거공학적 구도가 모든 이슈를 삼켜버렸다. 전임 총장 임기 시 기획처장으로 일하며 누구보다 성공적인 통합을 실현할 적임이라 역설한 후보가 젊은 교수들의 압도적인 표를 얻어 총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약속됐던 두 국립대학의 통합은 글로컬사업에서 2년 연속 고배를 마시며 일단락되었다. 양 대학은 충분한 내부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동상이몽인 상태로 추진되었음이 드러났으며, 결과에 대해 상대방을 탓하는 엉뚱하고 어리숙한 민낯만을 보여줬다.

여기서 주지할 사실은 10년 전과 비교해 근본적인 대학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한밭대는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며 단단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강소대학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고, 여전히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교수와 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리더의 잘못된 판단과 방향설정이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현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로마제국 쇠망사'로 유명한 에드워드 기번은 천년 제국 로마가 오현제시대 이후 쇠망한 이유로 지도자의 자질 저하를 꼽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선거로 리더를 뽑는 이유는 경직된 시스템을 타파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새로운 리더에게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제 한밭대학교는 냉철함을 되찾고 강점을 살려 재도약해야 한다. 리더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구성원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며 열정적으로 발전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는 일은 목적을 달성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대장정을 시작하는 출발점에 서는 것이며 준엄한 역사와 마주하는 것이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편집자 주-외부 필진의 글은 본보의 보도 및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국방 과학수도 날개단다
  2. [우리동네 정비사업] 대전 대표 노후지 대덕구, 사업성 악화로 상당수 정비사업 '제동'
  3. [편집국에서]대한민국 축구와 민선9기 대전시
  4. "논쟁 휘둘려 기회 놓치면 안돼"…연내 특별법 제정 역량결집 시급
  5. [현장취재]크리스천리더스클럽, 제주헤리티지로 비전트립 다녀오다
  1. [월요논단] '온통대전'을 넘어, 시민이 설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2.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단재도 서포도 백호도…대전만 낯선 지역의 인문자산
  3.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4.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5. 검찰청 폐지 석달도 안 남아… 보완수사·경찰 인사까지 여전히 혼선

헤드라인 뉴스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발전에 견인할 핵심 공기업 유치를 위한 대전시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철저히 배제된 만큼, 혁신도시 완성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도심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20일 지역 정치권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2차 공공기관 이전 내용을 발표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실무적인 부분은 상당 부분 진행됐고, 가능하면 8월이나 늦어도 9월까지는 윤곽을 마련해 대통령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후반기 반등을 노리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전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불펜이 흔들리며 마운드 운영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 선발진 재정비에 나섰지만, 중심타선마저 부상 악재를 맞으며 전력 운용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가 후반기 첫 과제로 떠오른 숙제는 불펜이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후반기 첫 4연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장면을 반복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19일 경기에서는 8-1로 앞서던 승부를 지키지 못한 채 연장 11회 9-9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의 한·미 통산 25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박수현 충남지사의 취임 이후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정무부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과 민선 9기 도정 첫 조직개편에 대한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임용 절차를 놓고 노동조합이 특정 자격 미달 인사를 위한 '맞춤형 규정 개정' 의혹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다. 지역 시민사회에 이어 공직사회와 산하기관 노동조합까지 잇따라 인사와 조직 운영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면서 박 지사의 첫 인선 기조가 연이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남문화관광재단지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충남도와 재단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