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인간의 꽃' 아이들과의 일상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인간의 꽃' 아이들과의 일상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5-01-08 08:5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해 12월 <림스뮤직 송년연주회>에 관람 가서 민 원장을 만났다. 무척 오랜만인데도 늘 만나던 것처럼 스스럼없이 느껴지는 것은 서로 취향이 같아서인 것 같다.

그날도 우연히 만나서 너무 반가움에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가는 나와는 달리, 민 원장은 언제나처럼 함박만 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볼 뿐인데도 감동이 느껴져서다. 10년 전부터 보아온 한결같은 미소도 어쩌면 늘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싶다.

유치원을 운영중인 민 원장은 아이들과의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요즘 부쩍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많지 않느냐고 묻기라도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표정부터 밝아졌다. 나의 모친도 생전에 아이들은 '인간의 꽃'이라고 종종 말씀하셨던 걸 생각하면 아이들은 정말 천사나 다름없다. 민 원장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이들이 더 좋다고 한다. 기회가 될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다고도 했다.

다만 젊은 교사들은 현장에서 이끌어가고, 민 원장 자신은 아이들을 잘 교육할 수 있도록 교사들을 도와주고,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을 위해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민 원장은 아이들과 학부모들한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영아들을 이른 아침부터 먼 곳까지 등 하원 시키지 말고 가까운 곳에 보내는 건 어떨까요"라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부모들의 답변은 아이가 좋아하기 때문에 거리가 먼 것은 상관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더욱 오가면서 차창 너머로 배우는 게 많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인간의 뇌는 제일 먼저 감각을 통해서 인지가 발달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 배우는 시기에 매일 등·하원을 하면서 시야로 들어오는 많은 것들을 시 지각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보게 되고 알게 되면서 인지가 발달한다는 '인지발달' 이론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차츰 관찰력과 호기심이 많아지고, 얌전했던 아이가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으로 변했으며 다양한 것을 배워온다는 말을 학부모한테 들으면 민 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뿌듯했다.

사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며, 에너지를 발산하고 놀아야 신체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또한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으로 된다고 하는 말을 나도 들은 적이 있다. 자연를 통해서 관찰력과 호기심도 생기며 동식물을 통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유아들은 경험과 체험을 통해서 학습한다고도 한다. 민 원장은 유아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이렇듯 숭고한 교육철학이 배어있는 것 같아 내심 놀랐다.

다만 젊은 엄마들이 육아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 이 시기에 젊은 엄마들은 에너지가 많아서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시기인데 육아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아 마음대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육아를 위해서 엄마 일상을 잠시 멈추고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즐기면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 원장은 말했다. 아이가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요. 아기는 성장하면서 발달 단계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이루어내는 발달 과업과 눈에 보이는 발달 이행 순서가 있다. 이들 하나하나의 과업을 이루어내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육자가 도와주어야만 한다고. 매일 아침 아이를 깨울 때 안아주며 이름을 불러준다든지, 등원하기 전에 사랑한다며 꼬옥 안아주고, 하원 후에 만났을 때 잘 다녀왔냐며 꼬옥 안아주며 이야기하는 등 아이가 부모와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럴 때 애착이 잘 형성되어 지면서 신뢰감이 획득되어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불신감을 갖게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했을 때 성취감을 느껴 자신감이 생기고 재미있기에 또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 반복연습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할 수 있는 일상생활에서 즉 신발 혼자 신기, 밥 혼자 먹기, 내 물건 챙기기 등 스스로 했을 때 작은 일에서부터 성공의 기쁨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쌓이게 되면 초등 저학년에 가서 효능감이 생긴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양육자는 아이들이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기다림이 필요한 시기이다. 자칫 잘못하면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해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해야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일관성 있게 알려주어야 한다. 자기 조절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민 원장은 강조했다.

가정에서 통제받지 않고 마음대로 하던 아이들은 교육 기관에서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규칙을 지키기나 교사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아이들은 타고난 성향과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내 아이의 성향을 잘 알아서 그에 맞는 교육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내가 봐도 요즈음 교육시설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육아하기 참 좋아진 것 같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부모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기에 교육과 보육을 겸비해서다. 가정에서보다 더욱 청결하고 규칙적으로 다양한 급식 제공과 여러 경험과 체험을 통하여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부모는 교육기관과 가정과의 소통을 잘하여 연계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지난해 12월, <림스뮤직 송년연주회>에서 우연히 민 원장과 만나서 그동안 궁금했던 아이들과의 소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다음 주에 만나기로 했는데 민 원장과의 대화를 떠올리다 보니 민 원장이 더욱 보고 싶다. 봄 햇살처럼 웃음 짓는 미소가 보고 싶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리시장 인근 샌드위치패널 건물 화재… 초진 마쳐
  2. 대전서 19년만에 한국시리즈 안전관리 '비상'…팬 운집에 할로윈 겹쳐
  3. 대전교육청 교육공무직 명칭 '실무원'→ '실무사'… "책임성·전문성 반영"
  4. 산학연협력 엑스포 29~31일 대구서… 지역대 ‘라이즈’ 성과 한자리에
  5.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1. 아산시, "지중해마을에서 가을의 정취 흠뻑 느껴보세요"
  2. [편집국에서]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마지막 국정감사
  3. 사회안전 지키는 우수 교정공무원 44명 포상…교정의날 80년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학교, 대전생활과학고
  5. [춘하추동]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출발점, 기후변화 상황지도

헤드라인 뉴스


한화 이글스 반격 시작했다…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에 7-3 승리

한화 이글스 반격 시작했다…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에 7-3 승리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원정 두 경기를 LG 트윈스에 패배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9일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3차전을 7-3 승리로 장식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한화는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LG를 맞아 7-3으로 승리했다. 먼저 앞서나간 건 한화다. 2회 말 채은성과 하주석의 연이은 안타로 1사 1, 2루 기회에서 최재훈은 좌전 안타로 상대 좌익수 포구 실책을 유발하며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LG의 반격은 날카로웠다...

[2025 경주 APEC] 한미정상회담서 난항 겪던 한미 관세협상 타결
[2025 경주 APEC] 한미정상회담서 난항 겪던 한미 관세협상 타결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인 29일 한미 정상이 만나 난항을 겪던 한미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대미 금융투자 3500억 달러(497조700억원) 중 2000억 달러(284조1000억원)는 현금으로 투자하되,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28조4040억원)으로 제한하는데 합의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9일 오후 경북 경주에 마련된 ‘2025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미관세 협상 세부내용을 합의했다"며 협상 내용을 발표했다. 세부 내용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3500억..

때 아닌 추위에 붕어빵 찾는 발길 분주… 겨울철 대표 간식 활짝
때 아닌 추위에 붕어빵 찾는 발길 분주… 겨울철 대표 간식 활짝

10월 최저기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이른 추위가 찾아오면서 겨울철 대표 간식 '붕어빵'을 찾는 발길이 분주하다. 예년에는 11월 말부터 12월 초쯤 붕어빵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올해는 때이른 추위에 일찌감치 골목 어귀에서 붕어빵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29일 대전 최저기온이 5도를 가리키는 등 날씨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이 지역 상권마다 등장하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먼저 장사를 시작한 김 모(41) 씨는 "보통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면 붕어빵 장사를 했지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