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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선 기상청장 |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완화'와 '적응'이 있다. 완화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를 늦추는 노력을 말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 교통수단 도입, 에너지 효율화와 같은 정책과 실천이 여기에 포함된다. 적응은 이미 진행 중인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이고, 새로운 환경에 맞게 사회·경제 구조를 조정하는 일이다. 폭염 속에서 그늘막과 무더위 쉼터를 확충하고 집중호우에 대비해 하천관리와 배수시설을 강화하며, 기후변화에 강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그 예이다.
완화와 적응은 둘 중 하나가 선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 동반되어야 할 과제이다. 어느 하나만으로 기후위기의 파고를 막을 수는 없다. 우리는 변화를 늦추는 동시에 이미 나타나고 있는 피해를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후위기의 현주소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상청이 개발한 '기후변화 상황지도'가 바로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기온, 강수량,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 지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지도이다. 어느 지역에서 기온이 얼마나 상승했는지와 기후변화 시나리오별로 얼마나 상승할지를 보여준다. 또한, 부문별 방재·안전 기준에 따른 극한기후지표(확률강우량, 재현빈도 등)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과학적 관측자료와 기후모델 분석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기후위기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진단서'이자 '나침반'이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지역별 취약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수립할 수 있고, 기업은 기후리스크를 관리하며 지속가능한 투자를 설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어떤 위험에 놓여 있는지를 확인하고, 일상에서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 점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특정 지역이 폭염 발생이 잦아지는 곳으로 나타난다면, 지자체는 해당 지역에 무더위 쉼터와 의료 인프라 확충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집중호우 위험이 큰 지역이라면 지도를 근거로 배수시설 보강이나 주거지 이전 같은 장기적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 이렇게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과학적 근거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제공하는 기후위기 대응의 출발점이 된다.
세계기상기구(WMO)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수십 년이 인류의 기후 미래를 좌우할 '결정적 시기'라고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이러한 경고를 우리의 현실에 맞게 보여주는 도구이다. 이를 통해 모두가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일상 속 작은 실천을 해 나간다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 세대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현재의 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려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길을 가르쳐 준다고 해서 자동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발적인 참여와 사회 전반의 결단이 함께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기상청은 그 중심에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기후변화 상황지도를 고도화하고, 정부·지자체·기업·시민사회가 함께할 수 있는 협력의 장을 넓혀갈 것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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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안 기자![[붙임 3] 기고문_이미선 기상청장 사진 (2)](https://dn.joongdo.co.kr/mnt/images/file/2025y/10m/29d/20251028010018954000828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