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진잠 캘리그라피(calligraphy) 전시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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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진잠 캘리그라피(calligraphy) 전시회를 보고…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5-01-12 10:33
  • 수정 2025-01-12 10:3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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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대전시청 제2전시실에서 열린 진잠 캘리그라피 전시회 개막식 모습.
2025년 1월 9일(금) 오후 2시 대전시청 제2 전시실.

'진잠 캘리그라피'회원들 19명의 작품들 50여 점이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다.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인들을 존경하는 이장우 대전 시장은 개장하기도 전인데 '축하경하기'를 보내어 회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고, 박두찬 진잠 동장과 서일환 진잠 주민자치회장도 함께 참여해 축하를 해주었던 것이다.

진잠 캘리그라피 개장 모습. 대전 시청 제2전시실(이장우 대전 시장의 '축하 경하기'가 눈길을 끈다.)



본래 '캘리그라피[calligraphy]'란 의미는 "손 글씨를 이용하여 구현하는 시각 예술. 내용을 읽을 수 있으면서 일반 글씨와 달리 상징적인 글씨의 크기·모양·색상·입체감으로 미적 가치를 높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라 한다.

처음 눈길을 끈 작품은 고경희 작가의 작품이었다. 손으로 쓴 것은 틀림이 없는 데 붓으로 썼는지, 붓펜으로 썼는지도 알 수 없는 데다가, 횡서인지 종서인지도 아리송 하였다. 한참을 갸우뚱하고 이리저리 읽다보니 횡서임에 틀림 없었다. 이해하기 쉽게 종서로 해석해보자.

"고요한 밤하늘이 그대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길"이라는 글자였다. 내용을 보니 고경희 작가는 50대 이후에 찾아오는 여성 갱년기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의 속내 깊숙이 내재된 외로운 감정을 '캘리그라피'를 통하여 아리송하게 표출했던 것이다. 아니 그렇소? 고 작가님.

다음으로 눈길을 끈 것은 안승숙 작가의 작품이었다.

안승숙 작가는 지성미가 온몸에 풍기는 지적인 매력 덩어리 그 자체였다. 한마디로 곱게 늙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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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화폭에다 "인생 후반기 나의 길동무 캘리… 백년까지 함께하길"이라고 표현했다.

21세기의 60대 초반 여성이라면 왕성한 사회활동, 혹은 가정 활동으로 적정한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안승숙 작가는 '캘리'와 백 년까지 함께 하자고 했다. 그 '함께'라는 고백에 필자가 끼어들고 싶었다. 4년 전 치매로 고생하던 아내가 하늘나라로 훌쩍 떠나고 난 후부터 얼마나 외로움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살아오고 있는가? 그래서 안승숙 작가의 얼굴을 물끄러미, 그리고 간절하게 하소연 하는 듯 바라보았던 것이다. 제발 이 간절한 심정이 전달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음으로 눈길을 끈 것은 양은영 작가의 '빛나는 사람'이었다.

양 작가는 "캘리를 만나 일상이 변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캘리를 만나기 전에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단 말 아닌가?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지니고 있는 양은영 작가도 이런 고백을 하고 있으니 나도 모든 일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짐잠동 '진잠 캘리그라피'로 달려가고 싶다.

달려가면 박두찬 동장과 서일환 진잠동 주민자치 회장께서 달려 나와 맞이해 줄 것이고, 여성 갱년기에 접어든 이들 모든 작가들이 필자와 더불어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갈 것이 아니겠는가? 양은영 작가님! 나도 날이 밝으면 달려가리라. 그래서 '캘리'를 배우며 새로운 행복을 느낄 것입니다.

다음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권경옥 작가가 그려 올린 '너에게 쓴다'라는 작품이었다. 권경옥 작가도 '캘리'를 통해 '너에게 쓴다'라는 표현으로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던 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조용히 고백하고 싶었다. "그 하고 싶은 말 저에게 하면 안 되겠느냐?"고. 바라보며 웃는 표정이 너무 밝고 화사했다. 여성 갱년기가, 권 작가만큼은 피해갈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작품을 통해 그 내면 깊숙이 잠겨있던, 힘들었던 삶이 '너에게 쓴다'라는 작품을 통해 이웃과 수강생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옮겨가 보면 성숙 작가가 쓴 '꽈리'라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꽈리 줄기 두 개에 여덟 개의 꽈리를 매달아 놓았다.

성숙 작가의 마음에 들고 싶어 길게 너스레를 떨어보자.

8이라는 숫자는 하나님께서 주신 1주일 7일에 1을 더한 숫자이다. 일주일은 7일이기에 8번째 날은 새로운 첫날이 된다. 하나님께선 "생육하고 번성하라"며 아담과 하와에게 주셨던 축복을 다시 노아와 세 아들들에게 주셨다. 그 이후로는 물로 다시 멸망하지 않겠다는 언약을 8번이나 하셨다.

하나님의 진노로 물에 쓸려 가버린 옛 세상 가운데서 방주로 들어가 구원된 사람들도 8명이며(벧전 3:20), 새 세상으로 나온 노아를 성경은 '8번째 사람'으로 칭하기도 했다.

성숙 작가는 8개의 꽈리를 그리며 "캐리는 설레는 천 개의 마음, 산들거리는 바람으로 내게 온다"고 표현 했다.

사랑하고 싶은 여인 성숙. 8개라는 숫자의 의미를 일찍 알고 그 의미를 여덟 개의 꽈리로 표현 한 '앎'이 풍부한 여인 성숙 작가. 성숙 작가는 이 단체를 이끄는 대표라했다.

빼놓아서는 안될 이분 홍경숙 작가.

'당신 덕분에'라는 주제 아래 '캘리를 알고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했다.

그동안 살면서 얼마나 무미 건조한 삶을 살아왔으면 캘리를 알고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고 했겠는가?

홍경숙 작가야말로 우리같은 남정네의 눈으로 볼 때 그야말로 조용하고 차분한 지성미가 넘치는 여인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외모에서 풍기는 멋도 그렇고 목울대를 타고 올라오는 음색에서도 차분한 지성미 그 자체를 볼 수 있었다. 14일까지 전시한다 했으니 틈 날 때마다 이곳에 달려 갈 것이다. 그래서 조용하고 차분한 홍 작가와 커피 한 잔 나누고 싶다.

필자는 아쉬움이 남아 다음날 오후 4시경에 다시 전시장엘 갔다. 모르는 얼굴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경숙 작가였다. '마음이 전하는 향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인생2막의 시작점에서 캘리를 만나 모든 날들이 행복했다"고 했다.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멋은 '상냥한 미소' 그 자체였다.

사람의 웃는 얼굴에는 세 종류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내어 유쾌하게 웃는 얼굴이고, 두 번째는 하얀 치아를 보이며 소리없이 밝게 웃는 얼굴이며, 세 번째는 이경숙 작가처럼 입을 다문 채 가볍고 상냥하게 미소 짓는 얼굴이라고 한다. 오늘 같이 필자를 만나게 되는 행운의 날에는 소리 없이 상냥하게 미소 짓는 얼굴이라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금신 강사의 말에 의하면 진잠 캘리그라피는 2023년 첫 수업을 시작하였다 한다. 먹과 붓을 처음 잡고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도전을 한 40대~80대 수강생들이 대부분이라 했다. 이번 시청 전시회는 "사랑, 인생, 행복"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는데, 전시된 작품들은 강사 작품 체본(體本)을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연습하여 2년간 4회 이상의 외부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한다.

체본(體本)이란 전통서화에서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 직접 그려, 본을 보이는 작품이다. 옛사람들은 스승의 문하에 들어가 사사 받으며 스승이 그린 그림을 모사해보기도 하고, 그려준 그림을 보고 몇 번이고 흉내 내며 그려 그 뜻을 이으려고 노력하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필자가 본 수강생들의 작품을 보니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이 실감 났다. 지도 교사보다 경륜이 많아 그랬을 것이다. 수강생들 모두가 50~60대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인생 경륜이 짧은 젊은 교사보다 살아온 삶의 애환이 많으니 '캘리그라피[calligraphy]'에 자신의 속내를 표현할 내용들이 얼마나 많았으랴!

예서 줄이자.

1월 14일까지 전시한다고 하니 시간 나면 또 달려가 이들과 함께할 것이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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