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디지털 신원 지갑, 'AI 신원 비서'로 진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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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디지털 신원 지갑, 'AI 신원 비서'로 진화하다

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 승인 2025-05-22 16:56
  • 신문게재 2025-05-2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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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2025년 우리는 디지털 전환의 분기점에 서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사이버 위협이 일상화되면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는 한편,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신기술은 개인정보보호와 신원 확인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사회의 신뢰 기반을 새롭게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취약한 구조에 머물러 위기를 반복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그 중심에는 신원(Identity)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관리하는 '디지털 신원 지갑(Digital Identity Wallet)'이 있다.

현재까지 디지털 신원 지갑은 플라스틱 신분증을 대체하는 단순한 신분 확인 수단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는 AI와 결합해 'AI 신원비서'로 진화할 전망이다. Visa는 AI 에이전트를 결제 시스템에 접목해 사용자의 예산과 소비 패턴에 맞춘 지능형 구매를 구상 중이며,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지갑은 사기 탐지와 금융 조언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디지털 신원 지갑을 통해 사용자에게 데이터 통제권을 부여하고, 사기 방지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디지털 신원 지갑은 이제 단순한 인증 수단을 넘어, 일상에서 보안과 편의를 동시에 제공하는 'AI 신원비서'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금융기관, 병원, 통신사 등이 각자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며 중복 저장과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디지털 신원 지갑은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스마트폰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편의점에서는 '성인 여부'만 인증하고, 통신사에서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대신 '본인 인증'만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에겐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기관에는 최소 정보로도 신뢰 기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준다.

보안 측면에서도 디지털 신원 지갑은 강력한 기능을 제공한다. 2024년 기준, 사이버 범죄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손실은 약 9.5조 달러에 달하고 데이터 유출은 가장 큰 비용을 유발하는 위협이다. 실제로 다크웹에서는 이메일, 계정 정보,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거래되고 있으며, 피싱과 스미싱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AI 기반 디지털 신원 지갑은 사용자 행동 패턴을 분석해 이상 거래를 사전 탐지·경고함으로써 보안 대응을 '사후 대응'에서 '선제 방어'로 전환시키는 혁신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신원 지갑은 개인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신뢰 사회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단순한 기술이나 서비스가 아닌 국가 전략으로 인식하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음 다섯 가지 전략의 추진을 제언한다.

첫째, ITU-T, ISO, W3C 등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신원 관련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술, 산업 및 표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학·연·정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EU의 eIDAS 2.0 사례처럼 디지털 신원 지갑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전자서명법 등을 글로벌 상호운용성 원칙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셋째, 통신, 금융,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디지털 신원 지갑을 연계하고 민간기업에 인센티브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AI, 블록체인, 양자내성암호(PQC), 생체인증 등 보안기술을 디지털 신원 지갑에 내재화해 글로벌 수준의 보안성과 사용자 경험을 구현해야 한다.

다섯째, 아시아-태평양, EU, 미국 등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 디지털 신원 지갑이 해외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하고, 국제 금융·무역·여행 분야에서 활용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신원 지갑은 더 이상 개념 증명이나 실험 단계가 아니다. 이제 국민은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는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해야 하며, 국가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디지털 신원의 주도권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선택의 순간이다. 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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