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한빛탑, 술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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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빛탑, 술이 쓰다

  • 승인 2025-11-05 11:29
  • 수정 2025-11-05 15:36
  • 신문게재 2025-11-06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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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경제부 차장
대전의 상징물인 '한빛탑'이 지역 소주 업체 선양이 아닌 전국구 소주 브랜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홍보 포스터에 등장하면서 지역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최근 대전시와 대전관광공사로부터 한빛탑 이미지 지식재산권(IP) 사용 승인을 받아 '대전에서도 역시 대한민국 NO.1 참이슬'이라는 문구를 내걸면서 불거졌다. 지역 랜드마크를 활용해 시민들의 정서를 겨냥한 대기업의 마케팅 전략이지만, 이면에는 지역 산업의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가장 큰 충격은 대전시가 지역 소주 업체인 선양이 아닌, 대기업 하이트진로에 한빛탑 사용 허가를 내줬다는 점이다. 대전시와 대전관광공사에서는 "하이트진로 측에서 대전시에 협업을 요청하고, 구체적인 제안서를 제출해 이번 콜라보가 성사됐다"며 "반면, 선양은 별도의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하이트진로의 광고가 공개된 뒤에야 뒤늦게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나 관광공사 말처럼 행정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상징적으로는 지역 산업의 존재감이 또 한 번 밀려난 것 같아 한 시민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물론 시와 관광공사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협업을 제안한 하이트진로의 요청을 쉽게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대전시장이 민선 8기 공약으로 '일류경제도시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지역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이번 결정은 시정 방향성 측면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광고 목적의 지역 상징물 사용은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니라 '누가 대전을 대표하느냐'의 문제로도 볼 수 있는 만큼, 시와 산하기관이 지역기업을 제쳐두고 대기업과 손잡은 데 대해 당분간 지역 내에서 잡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선양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선양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맨몸 마라톤과 뻔뻔한 클래식 등 이색 행사를 비롯해 계족산 황톳길 조성·관리, 대전사랑 장학기금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역 소주'로 자리 잡아 왔지만, 최근에는 존재감이 급격히 약화된 상태다. '전국 브랜드화'라는 명분 아래 다른 지역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선양을 홍보하는 SNS 마케팅에만 치중하고 있어서다.

결국 이번 논란은 어느 한쪽의 잘잘못으로만 규정하기 어렵다. 대기업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과 지역기업의 안일한 대응이 맞물려 만들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빛탑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대전의 상징물이며, 선양은 지역 소주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일류경제도시'는 지역 기업의 브랜드가 살아날 때 가능하다. 한빛탑이 내걸린 포스터를 바라보며 마시는 술은 오늘따라 왠지 더 쓰게 느껴진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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