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지역 속에서 대학이 살아가는 길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지역 속에서 대학이 살아가는 길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

  • 승인 2025-12-02 10:15
  • 신문게재 2025-12-03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정철호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대학을 둘러싼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지역 대학의 존립 자체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는 역설적으로 지역 대학이 본래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지역과 긴밀히 연결되며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기회이기도 하다. 대학이 지역을 떠나면 지역도 미래를 잃는다. 그렇다면 지역 속에서 대학이 살아가는 길은 무엇일까.

첫째, 대학은 지역 주민 모두에게 열린 '평생교육 허브'가 되어야 한다. 일부 지역 대학의 경우, 중장년층과 재직자 맞춤형 단기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주민들이 일터와 삶의 변화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디지털 농업, 고령층 대상 스마트기기 활용 교육 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이는 대학이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사회 역량 강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중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될 성인학습자 수요는 대학의 지속가능성에도 새로운 기반이 된다.



둘째, 지역 산업과 긴밀히 연결된 '산학협력의 내실화'다. 한 제조업 중심 지역에 위치한 대학은 지역 기업과 기자재 공동활용센터를 구축해 학생과 연구자가 고가의 최신 장비를 실습·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했고, 기업은 실질적인 기술 지원을 받으며 생산성을 높였다. 대학의 교육과정도 기업 프로젝트 기반으로 전환되며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산학협력이 형식적인 협약 체결을 넘어 산업 생태계 자체를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셋째, 지역 특성을 반영한 '늘봄 고도화' 전략도 중요한 과제다. 늘봄 정책이 지향하는 학교·지역·기관의 통합 돌봄과 교육 지원 체계를 대학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때, 지역의 공교육 생태계는 한층 안정된다. 우리 지역 또한 14개 대학이 '대전형 RISE U-늘봄 협의체'를 구축해 늘봄 강사 양성 및 고도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가정의 양육 및 돌봄 부담을 줄이며, 지역 교육의 질까지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넷째, 이제는 해외 유학생 유치를 통한 양적 확대를 넘어 '유학생 지원의 질적 개선'도 지역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단순 유치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언어 교육, 생활 적응, 지역 기업 인턴십 및 취·창업 지원까지 연결된 통합적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일부 지역 대학에서는 유학생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통합적 지원체계를 수립하거나 지역 기업과 취업 연계를 통해 졸업 후 정착률을 높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학생이 지역의 노동력, 문화 다양성,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기여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지는 순간이다.

끝으로, 대학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복잡한 현안을 해결하는 '지역문제 해결형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경제, 문화,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대학은 전문성과 연구력을 갖춘 거의 유일한 기관이다. 대학의 연구 역량을 지역 현장과 연결하고, 지역 주민과 지자체, 기업과 협력해 실험적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그 자체가 대학의 경쟁력이 된다. 지역을 연구실로 삼는 리빙랩(Living Lab) 방식은 대학의 지식을 사회적 혁신으로 확장하는 탁월한 모델이다. 이는 지역의 미래와 직결될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사회적 책임과 실천적 지식을 학습하는 교육적 효과도 동시에 제공한다.

이제 지역 대학의 생존 전략은 더 이상 학생 모집 확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학이 지역과 연결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과 산업, 정책, 글로벌 인재를 묶는 지역의 대표 지식 플랫폼으로 변화할 때 비로소 새길이 열린다. 지역이 대학의 성장과 발전을 외면하지 않고, 대학 또한 지역과 긴밀한 연계·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지역 속에서 대학이 살아가는 길은 대학 속에서 지역이 살아나는 것이다. 대학이 지역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 그리고 지역이 대학을 지역 발전의 파트너로 신뢰할 때 비로소 지역과 대학은 서로를 살리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원휘, '오직 유성' 출판기념회… "유성의 내일, 시민과 함께 그릴 것"
  2. 단비처럼봉사단, 취약계층에 사랑나눔… "지역에 따뜻한 온기를"
  3. 나사렛대, 2025학년도 천안시 겨울방학 영어캠프 성료
  4. 천안직산도서관, 청소년 독서동아리 '단짝독서' 운영
  5. 백석대 물리치료학과, 찾아가는 건강 프로그램 운영
  1. 천안시 동남구, 천안역 동부광장 일원 합동점검 나서
  2. 천안시, 겨울철 안전사고 예방 대책 논의 위한 장애인거주시설장 간담회 개최
  3. 천안시농업기술센터, 농작업 안전컨설팅 참여 농가 모집
  4. 천안시 서북구, 노점상·불법적치물 집중단속…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
  5. 천안시, '의료·요양 통합지원 협의체' 개최…돌봄체계 강화

헤드라인 뉴스


민주당 충청발전특위 “시·도통합 인센티브, 균형성장 새모델”

민주당 충청발전특위 “시·도통합 인센티브, 균형성장 새모델”

더불어민주당 ‘대전 · 충남통합 및 충청발전특별위원회’는 정부가 발표한 '광역 지방정부 간 행정통합시 부여되는 인센티브안'과 관련, “대한민국 균형성장의 새로운 모델”이라며 환영했다. 충청특위는 1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4대 패키지 지원방안은 지방소멸의 위기를 국가 차원에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명이며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이끌 강력한 마중물”이라고 밝혔다. 특위는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 체제의 심화로 인해 서울은 집값 폭등과 교통 혼잡, 생활비 부담이라는 한계에 직면했고 지역은 인구 유출..

대전충남 통합 입법 개문발차…"정부案 미흡 파격특례 관철해야"
대전충남 통합 입법 개문발차…"정부案 미흡 파격특례 관철해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조만간 개문발차(開門發車)할 입법화 과정에서 재정 및 권한 특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충청 여야의 총력전이 시급하다. 4년간 20조 원, 공공기관 우선 이전 고려 등 정부의 당근책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기대했던 충청권의 눈높이엔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면적인 세제개편, 대전 충남 통합시장 국무회의 참석, 자치구 권한확대 등 정부 안(案)에 없는 파격 특례를 특별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빠르면 이번 주 대전 충남 통합 특별법안을 발..

행정통합 인센티브 與野 충돌…국힘 "선거용 매표" vs 민주 "정치 공세"
행정통합 인센티브 與野 충돌…국힘 "선거용 매표" vs 민주 "정치 공세"

정부가 대전 충남 등 행정통합 시도에 대한 지원 방안 4대 방향을 내놓자 여야가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앞둔 돈 풀기"라며 여당을 압박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방 소멸의 절박함을 외면한 정략적 공세"라고 반격했다. 행정통합이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 금강벨트의 뇌관으로 부상한 만큼 밀려선 안 된다는 절박감이 강대 강 대치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 광역 지방정부 간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통합특별시'에 대해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눈과 함께 휴일 만끽 눈과 함께 휴일 만끽

  • 3월부터 바뀌는 운전면허증 사진 규정 3월부터 바뀌는 운전면허증 사진 규정

  • 대전·세종·충남, 올 겨울 첫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대전·세종·충남, 올 겨울 첫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 충청권 ‘초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 발령 충청권 ‘초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 발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