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대전·충남 행정통합시대 경제분리 웬 말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대전·충남 행정통합시대 경제분리 웬 말

  • 승인 2026-01-21 10:33
  • 수정 2026-02-10 17:52
  • 신문게재 2026-01-22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박병주
박병주 경제부장
대전·충남 행정은 통합을 외치는데, 경제는 거꾸로 분리를 택하고 있다. 자립적 경제 생태계 구축을 명분으로 내건 충남 남부권 상공업계의 행보다. 이들은 독자적인 지역 상공회의소 설립을 위해 지난해 3월 충남남부상공회의소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연말 비전 선포식을 통해 설립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이제 충남 남부 8개 시·군(계룡·공주·논산·보령·금산·부여·서천·청양) 상공업계의 운명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전상공회의소 정기의원총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남부상의 설립추진위는 최근 발기인 요건과 동의 인원 등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점을 근거로 대전상공회의소에 분할 승인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어 설립을 주도하는 추진위원장이 대전상공회의소 정태희 회장에게 접견을 요청해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지지만, 분리 승인 안건 상정은 별개의 문제로 여겨진다. 상공회의소 분할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조직의 존립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상공회의소는 회원사 회비로 운영되는 민간 경제단체다. 조직 분리는 재정과 인력, 사업 역량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공회의소법이 관할구역 분할에 대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분리를 원칙적으로 막기 위함이라기보다 그만큼 광범위한 공감대와 책임 있는 판단을 요구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다.

대전상공회의소가 충남남부상의 설립을 우려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충남 남부권의 8개 시군이 떨어져 나가 자체적으로 상공회의소를 운영하더라도 회비 기반이 흔들리면 조직 운영 전반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 회원 서비스의 질 저하로 직결된다. 안정적인 운영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기업 지원 서비스와 정책 대응의 한계는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정태희 회장을 비롯해 대전상공회의소 회원 대부분이 반발하는 특정 지자체 주도의 조직 분리는 민간 경제단체의 운영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러한 우려는 확인된다. 일부 지역에서 지자체장의 강한 의지로 상공회의소가 설립됐지만, 회원사 확보와 회비 수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운영 전반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자체 주도의 지역 상공회의소 설립은 가능할지 몰라도, 향후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안건 통과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공식적 요청으로 분리 안건을 상정해야 하지만 이달 초 대전상공회의소 회장·부회장·감사 등 22명으로 구성된 회장단 회의에서는 당분간 보류하자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20명 의원 대상 정기의원총회까지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는 반대 기류가 강한 분위기다. 회원 모두의 의견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다. 조직 분리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고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크다.

이뿐 아니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충남에는 북부(천안·아산), 서산, 당진 등 이미 3개 권역의 상공회의소가 존재한다. 충남 남부권 분리는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전과 충남 경제 생태계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더욱이 현재는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논의되는 시점이다.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모색해야 할 상황에서 특정 권역의 상공회의소 분리는 시대의 흐름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향후 대전과 충남의 행정구역이 단일 체제로 재편되면 대전·충남 상공회의소 조직 역시 전반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서울상공회의소'처럼 단일 체제를 두고 권역별로 '상공회'를 둬야 할지도 모른다.

발밑만 쳐다보다 전체 숲을 놓친다면 그 책임과 부담은 결국 지역 경제계 전체로 돌아간다. 정말 지역 경제를 위한다면 조직 분리가 바람직한 선택인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관(官) 주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나 감투를 위한 결정이 아닌, 조직 분리가 지역 상공업계 미래에 어떤 결과를 남길지를 먼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박병주 경제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해수부, 중국과 해운 회담으로 현안 합의
  2. 천안 수신멜론축제 6~7일 개최
  3. 해양사고 선박의 30%, 기존 행위 반복… 예방책 없나
  4. 백석문화대, K-뷰티 실무 인재 육성을 위해 (사)대한미용사회중앙회와 MOU 체결
  5. 백석대 소셜비즈니스융합전공, 고려인 후손 돕기 모금 캠페인 전개
  1. 대전농협-보라미봉사단, 농촌 일손돕기 볼사활동 진행
  2. 장기수 천안시장 당선인, "시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고 시민과 함께 미래 열 것"
  3.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자 현충원 참배! 허태정 방명록에 남긴 말은?
  4. 소비자원-정수기 사업자정례협의체, 학교 정수기 안전 사용 캠페인 진행
  5.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헤드라인 뉴스


690g 초미숙아, 세종서 100일간 치료 끝 퇴원 앞둬

690g 초미숙아, 세종서 100일간 치료 끝 퇴원 앞둬

출생 당시 체중이 690g에 불과했던 초미숙 이른둥이가 100일이 넘는 치료 끝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을 앞두고 있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은 임신 23주 5일 만에 태어난 극소저체중 이른둥이가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해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산모 A 씨는 임신 23주차에 양막이 파열돼 세종충남대병원으로 긴급 전원됐으며, 하루 만에 시작된 진통으로 체중 690g의 초미숙아를 출산했다. 아기는 출생 직후 신생아 소생술을 받은 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와 정맥영양 치료 등을..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자 현충원 참배! 허태정 방명록에 남긴 말은?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자 현충원 참배! 허태정 방명록에 남긴 말은?

허태정 대전시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6.3지방선거 당선자들이 5일 현충원을 참배했다. 허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과 함께 현충탑에 분향하고 호국영령들에 대한 넋을 기렸다. 허 당선인은 참배 후 방명록에 "민생을 되살리고 시민주권 시대를 열어 대전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습니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당선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서 "대전의 국회의원 7분, 5분의 구청장 그리고 시의회 구의회 민주당의 절대적인 다수당의 지위를 갖게 됐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대전의 변화, 또 시민주권 시대를 여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무거운 책임..

400년 전 절절한 사부곡(思婦曲)…당진시 `안민학 애도문` 국가보물 승격 추진
400년 전 절절한 사부곡(思婦曲)…당진시 '안민학 애도문' 국가보물 승격 추진

당진시가 20대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아내를 향한 남편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충남도 유형문화재 제243호 '안민학 애도문 및 백자명기'를 국가 지정 문화유산(보물)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절차에 나선다. 시는 6월 5일 충남도 문화유산 안민학 애도문의 국가지정(보물) 승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8년 도지정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민학 애도문은 안민학 선생이 부인을 여의고(1576년 5월 10일 병자년) 관에 넣은 부장품으로서, 한글로 쓰인 16세기 애도적 내용의 편지다. 애도문은 1978년 소유자가 14대 조모인 현풍 곽씨 묘를 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 분주한 개표소 분주한 개표소

  •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