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노조 조끼 착용은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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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노조 조끼 착용은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

이용석 노무사

  • 승인 2026-01-21 17:37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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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석 노무사
잠실 롯데백화점측이 노조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조합원 출입을 제지하고 탈의를 요구한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롯데백화점 부근에서 열린 쿠팡 집회에 참석한 뒤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노조 조끼를 입고 저녁식사를 위해 백화점 지하 식당가를 찾았다. 그들은 노조 조끼를 입고 백화점에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백화점 입구에서부터 출입제지를 당했고, 에티켓을 지켜달라며 탈의요구를 받았다.

이번 일은 금속노조차원의 조합활동이나 쟁의행위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헌법 제33조)위반에 직결되는 사안은 아니다. 다만 행복추구권 및 차별금지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규정한 헌법 제10조 및 제11조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보기에는 충분하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언급했듯이 백화점 내규상 노조 조끼 착용시 출입금지 등 규정은 없다. 설사 있더라도 헌법에 위반되는 규정을 이유로 한 행동 역시 무효이기에, 내규를 이유로 한 출입제지가 행해졌더라도 해당 행위 역시 헌법 취지에 반하는 행동일 뿐이다. 만약 조합원들이 사유지인 백화점에서 그들의 단결강화를 위해 조합활동을 하여 일반 시민의 생활에 피해를 끼쳤다면 달리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행사 후 가까운 식당인 롯데백화점에 방문했을 뿐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판결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방문했는데 보안관리대원들은 그가 노조 조끼를 입고 법원을 출입한다는 이유로 출입을 제지했다. 이를 두고 국가 인권위는 "집회 및 시위와 관련한 복장을 착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청사 출입을 차단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 바 있다.

2025년 2월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경비직원이 서점에 입장하려는 노조 조합원에게 조끼에 붙은 선전물을 가리라고 하여 교보문고는 "직원의 개인적 판단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2025년 5월 KBS 공개 화장실을 이용하려던 시민을 노동 조합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KBS 보안요원이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

즉, 이번 롯데백화점 사태는 큰 이슈가 되었을 뿐, 처음 있는 일이 아니며 우리 사회 속 고질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노조에 대한 혐오 의식이 발현된 현상일 뿐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은 모두 다르고, 그 다름이 존중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주관적 인식과 별개로 그 인식에서 비롯한 혐오표현 등을 허용할 수 있는지는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설령 특정집단의 평소 행실 등 문제가 있어 다수에게 불편함을 주었다 하더라도 이는 이 자체로 공론의 장에서 토론이 되어야 하지, 이를 그대로 둔 채 그들에 대한 적대심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즉, 노조 조끼를 입은 사람들을 보고 부정적 인상을 느낄 수 있지만 이를 이유로 그들의 출입을 제지하거나 강제 탈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예 다른 차원이다. 그 어디에서도 이를 허용하는 규정이 없고, 사규가 있더라도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일 뿐이다.

노조에 대한 인식이 안좋다고 하여 ‘노조가 백화점을 왜 가냐, 시장에나 가지’, '니들이 평소에 잘했어봐라 이런 꼴 당하겠냐’ 등 노동조합이라는 메신저 자체를 이유로, 해당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댓글들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메시지는 댓글 작성자의 메신저로서의 정당성을 결여시킬 뿐이다.

노동조합이 위법을 저질렀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당 행위에 대한 처벌을 하면 된다. 그런데 사안에서 노동조합은 어떠한 위법행위도 하지 않았다. 단지 밥을 먹으러 갔을 뿐이다.

노조 문제를 떠나서 특정 집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그들이 한 정당한 행동이나 주장과 상관없이 폭력을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행위는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를 허용하면 내가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대항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뿐이다.

법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롯데백화점에서 문제가 있던 날, 해당 조합원들은 저녁식사를 못한 채 일부는 이탈하고 일부는 보안요원과 언쟁하느라 감정이 상하게 되었다.

우리의 일상에는 수 많은 위험과 변수가 있다. 노조 조끼를 입은 것만을 이유로 한 차별은 그 변수에 들어가지 않기로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것은 어떨까.

이용석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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