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국가기념일의 의미를 다시 깊게 되새길 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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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국가기념일의 의미를 다시 깊게 되새길 때 왔다.

김덕희 전 우송대학교 교수

  • 승인 2026-06-22 16:39
  • 신문게재 2026-06-23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김덕희 우송대 교수 풍경소리
김덕희 전 우송대학교 교수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을 ' 5대 국경일 '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현충일도 중요한 법정기념일이다. 법정기념일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국가가 발전할수록 더욱 그 뜻을 깊게 새길 필요가 있다. 광복 이후 8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은 국민의 노력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며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물질적 풍요와 함께 개인의 자유와 자율 또한 크게 확대됐다. 자유가 커질수록 공동체가 공유해야 할 역사적 기억과 상징의 중요성도 더욱 강화돼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5대 국경일은 각기 고유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3·1절은 민족 자주와 독립 의지를, 제헌절은 헌법을 통한 자유민주주의의 출발을 상징한다. 광복절은 국권 회복과 국가 재건의 출발점이며, 개천절은 홍익인간의 건국 이념을 되새기는 날이다. 한글날은 우리 말과 글의 독창성과 문화적 자존을 기리는 날이다. 여기에 더해 현충일은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분들의 충성을 기념하는 숭고한 날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법정기념일에 태극기를 다는 가정이 줄어들고 더러는 단순한 공휴일로 여기며 휴일로 즐기는 일에만 급급한 나머지 기념일이 갖는 존재적 가치에 소흘하다는 느낌이 든다.

기념일의 존재감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우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제기된다. 우리가 서 있는 시대의 존재적 가치와 비약적 발전은 어디서 왔는가? 조상들의 희생과 피나는 눈물은 오늘날 우리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가? 우리의 경제적 · 사회적 윤택한 삶은 어떤 역사적 토대와 희생 위에서 이어져 왔는가? 과거의 역사는 단지 지나간 기록에 불과한가? 이와 같은 근원적 물음에 작금의 우리는 실천적 응답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교와 공공기관에서는 기념일 관련 교육과 의식행사가 축소되고, 가정에서는 태극기를 게양하는 모습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생활양식의 변화로만 볼 수 없다. 긴 역사 동안 우리 국가공동체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와 가치, 국민적 책임 의식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국가기념일은 국가의 형성과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날을 함께 기억하고 성찰하는 공적 약속이다. 과거를 기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국가 의식과 공동체 규범을 형성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다. 국경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작지만 반드시 해야하는 실천성이 매우 중요하다. 태극기 게양, 묵념, 추모는 형식적인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체화하는 교육적 행위다. 특히 현충일에 조기를 게양하는 일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국가공동체에 대한 책임의 표현이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국가적으로 굳건한 정신적 기반을 형성하게 된다.

이제 학교와 공공기관은 국가기념일을 단순한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에서는 계기교육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 수업과 연계한 토론과 독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역사적 의미를 스스로 이해하도록 나서야 한다. 공공기관 역시 태극기 게양과 안내, 내부 교육을 통해 기념일의 의미를 공유하고 공직 사회의 책임성과 공동체 의식을 높여야 한다. 기관별로 좀더 의미있는 행사 진행을 통해서 구성원들의 이해와 공감의 깊이를 더하고 나아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실천운동으로 확산 · 승화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학교와 공공기관이 그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 할 것을 기대해 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신채호의 말처럼, 법정기념일은 과거를 박제하는 장식이 아니라 현재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억의 기둥이다. 우리는 수많은 희생 위에 세워진 오늘을 살고 있으며,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달할 책임이 있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날짜를 외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기념일. 과거를 기리는 날인 동시에 미래의 국민을 길러내는 날이며 현재를 성찰하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날로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김덕희 전 우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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