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나 고려는 국서(國書)를 보낼 때 곧잘 ‘근화향(槿花鄕)’이라고 쓰곤 했다. 무궁화가 피는 나라다. 근역(槿域)이라고도 했다. ‘단군이 나라를 열 때 무궁화가 비로소 나왔기에 중국이 우리나라를 근역이라 한다.’ 조선 초기 문신이자 화가였던 강희안의 말이다. 고대 중국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도 ‘목근(木槿)’이라 하여 우리나라 무궁화를 언급했으니, 무궁화가 우리 민족과 얼마나 질긴 인연을 맺었는지 알 만하다.
무궁화는 이름 자체가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다. 왕성한 번식력과 끈질긴 생명력이 특징이어서 우리 민족성에 비유되곤 한다. 때문에 무궁화처럼 수난을 당한 나라꽃도 드물다. 독립지사들이 구국의 상징으로 무궁화를 내세우자 일제는 나무를 뽑아버리고 불태웠다. 게다가 근거 없는 얘기들도 퍼뜨렸다.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 해서 ‘피꽃’,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며 ‘부스럼꽃’으로 부르며 멀리하도록 했다.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로 불리는 무궁화가 악의 꽃이 되어버린 셈이다.
작은 더위, 소서(小暑). 나른한 무더위 늘어지고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시기. 국수와 수제비가 입맛을 당기고 민어엔 기름이 자르르 오른다. 애호박 숭숭 썰어 넣고 끓인 맵고 달콤한 민어고추장국이 유혹을 하는 지금, 무궁화가 피기 시작했다. 태안 천리포 수목원에는 250여종의 무궁화가 ‘울긋불긋 꽃 대궐’을 이룰 참이다. /안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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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택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