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문화 장미의문화]고구려의 바람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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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문화 장미의문화]고구려의 바람을 맞으며

  • 승인 2010-07-01 14:09
  • 신문게재 2010-07-02 21면
  •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심양(瀋陽)<사진은 심양의 코리아 타운 서탑 거리>은 길림, 흑룡강, 요녕 등 중국 동북3성의 중심도시로 인구 800여만의 대도시며 우리나라 총영사관이 개설되어 있다. 도시규모나 중국 내에서의 위상 등에 비해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도시의 하나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고구려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백두산 관광여행의 경유지로 심양을 거쳐 장군총, 광개토대왕비, 국내성, 오녀산성 같은 고구려 유적을 찾지만 기대와는 달리 고구려관련 표기나 기록, 안내판을 찾을 길이 없다. 중국으로서는 과거 변방에 위치하던 소수민족 옛 유적의 개념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민족 자부심이 훼손되고 의분이 끓어 오르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을 제압할만한 뾰죽한 대안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부르며 국토 끄트머리 일개 관광지로 생각하는 중국에 대하여 우리의 대책은 어떠해야 할까. 근래에 들어 용어자체 조차 잊혀진듯한 동북공정 대응책의 새로운 개념정립과 접근전략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역사왜곡은 일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심양 중심부 '고궁'은 누르하치가 청나라를 개국한 이후 왕궁으로 쓰이다가 북경으로 수도를 옮기고 나서는 행궁으로 쓰였다고 한다. 건축 스타일과 구조면에서 북경의 자금성과 비교되지만 규모나 웅장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이 고궁 곳곳에 청나라 왕, 왕비들의 초상과 실물크기 모형이 전시되고 있다. 한결같이 초라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특히 청조(淸朝)를 세운 누르하치의 초상은 황제의 위엄이나 기품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옹색하고 찌들어 보이는 청태조의 인상은 송, 원, 명나라 같은 다른 왕조 임금들의 모습과 대조된다. 일본의 괴뢰정부였던 만주국이 일제의 패망과 함께 사라진 이후 만주어조차 소멸된 가운데 만주족은 소수민족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만주족에 대한 중국 주류 한족(漢族)의 시각과 대접이 이러할진대 우리 고구려 옛 조상들의 역사와 유적을 대하는 그들의 인식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 바람은 무엇이냐
장수왕이 세운 중원, 고구려비에 다가갔을 때
한여름 폭염 아래서도 선뜻한 이 기운은 무엇이냐
주몽이 나라를 일으켰던 환인산성과 환도산성에서부터
광개토대왕이 충북 충주까지 승리의 깃발을 꽂았던
그 만주로부터 오는 바람소리이냐
지금도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 호령소리냐
- 김금용 '고구려의 바람' 부분 -

심양, 통화, 집안, 환인 같은 만주지역 곳곳에서 선조들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하다. 김금용 시인이 노래한 고구려의 바람을 맞으며 삼국통일의 주역이 고구려였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해봤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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