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문화 장미의문화]고흐의 죽음, 톱 스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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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문화 장미의문화]고흐의 죽음, 톱 스타의 죽음

  • 승인 2010-07-08 14:04
  • 신문게재 2010-07-09 21면
  •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빈센트 반 고흐가 세상을 떠난지 올해로 꼭 120년이 된다<사진은 자화상>. 뚜렷하고 개성적인 예술정신과 불굴의 창작의지로 나름의 조형세계를 찾아 조국 네덜란드를 떠나 유럽을 누볐지만 결국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없이 무명의 화가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떠난 고흐. 그러나 사후 그의 삶과 예술은 전설이 되어 불세출의 천재화가를 알아보지 못했던 그 시절 좁은 안목과 부박한 세태를 질타하고 있다.

어려서 그림에 뜻을 두고 초기 착실한 미술교육을 받으며 여러 경험을 쌓고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면서 부단히 노력했던 고흐의 프랑스행(行)은 당시 유행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창작개념처럼 빛과 그림자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극적인 삶의 페이지를 열어 주었다. 고갱과의 만남과 불화는 고흐 연보를 대문자로 장식하는 사건이었다. 체질적으로 또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관념에 있어 일치 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두 천재의 만남은 그렇지 않아도 고단했던 고흐의 일상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파리로 올라온 고흐는 파리 근교 오베르 쉬르 와즈라는 한갓진 마을에서 불꽃처럼 피어오른 마지막 작업을 펼치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서른 일곱의 짧은 삶을 마감한다. 권총을 쏘았으나 숨을 거두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 기간동안 고흐가 느꼈을 고뇌와 고통의 숨결이 지금도 그의 하숙집 곳곳에서 선연히 새어나오는듯 하다.

오베르 쉬르 와즈 역을 내려 오른 쪽 큰길로 조금 걸어가면 고흐가 묵었던 하숙집 '오베르주 라부'가 그당시 모습대로 서있다. 2층 고흐의 방으로 오르는 계단 역시 좁디좁은 폭만큼이나 옹색하게 삐걱거리며 고흐의 심장박동을 들려주는듯 하다. 고흐의 방에는 조그만 나무 침대와 책상 하나가 놓여있고 거리를 향해 나있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은채 수줍게 웅크리고 있다.

당시 파리에 살던 동생 테오가 달려와서 고흐는 그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하숙집 뒤편 공동묘지 제일 안쪽 벽면 가까이 두 형제의 무덤이 나란히 놓여있다. 평생 동생에게 심려를 끼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철없던 형을 따라 테오도 몇년 뒤 죽었다. 형제간에 오간 편지는 '고흐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묶여 우애좋은 형제, 정신적 동반자로서의 눈물겨운 동기간의 교류와 소통의 미덕을 보여준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잇따르는 연예인들의 자살은 후일 어떤 평가를 받을까. 생명경시, 삶에 대한 무책임한 포기 같은 고식적인 비난 차원을 떠나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고 있는 연예인들의 자살은 특히 교육적으로 크나큰 부작용과 역기능을 자아낸다. 자살한 연예인 빈소에 검은 복장차림으로 황급히 몰려드는 동료 연예인의 표정 하나하나를 훑으며 이야깃거리를 짜내는 TV의 선정, 온정주의적 방송행태는 매스컴의 책무차원에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무명화가로서의 자살과 그후 새롭게 인정받아 불세출의 천재반열에 오른 고흐의 경우를 떠올리며 최근 톱 스타 자살과 그들이 생시에 벌였던 연예예술활동이 100년 후 어떤 평가를 받을까 생각해본다. /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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