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길 "대전서민대학으로…시민대학이 더 좋아집니다"

송용길 "대전서민대학으로…시민대학이 더 좋아집니다"

  • 승인 2015-09-01 13:48
  • 신문게재 2015-09-02 9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중도초대석] 송용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대전시민대학이 아니라 대전서민대학을 만들겠다.”

출범 4년째를 맞은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송용길(60·사진) 신임 원장이 밝힌 진흥원 운영의 새로운 방향이다.

진흥원은 출범 후 대전시민대학과 연합교양대학, 배달강좌 등 차별화되고 색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대전 평생교육의 튼튼한 기틀을 잡았다. 이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만큼, 본격적인 열매맺기를 준비할 때다. 중요한 시기에 부임한 송 원장이 강조한 건 진정한 서민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으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왜 갑자기 서민일까. 그래서 21일 오전 진흥원에서 송 원장을 만나 '대전서민대학'을 향한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제3대 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소감은.

▲부족한 사람이 시민교육이라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저는 군 제대 후 1970~1980년대 암울했던 시절,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4년 꼬박 야학활동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구로공단에서요. 졸업 후엔 교사, 교수, 교육위원장, 소양교육 강사, 환경교육 강사, 교육연수위원장 등 '교육'이 들어가는 직함을 무수히 가지면서 30년 넘게 활동해 왔습니다. 그간의 경험이 대전시민을 위한 평생교육 진흥에 도움됐으면 좋겠습니다.

-평생교육진흥원 출범 4년째입니다.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한 것으로 아는데.

▲첫째, 평생교육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그동안 민·관·학의 분야에서 평생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역할을 담당해온 분들과 함께 연계해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둘째, 평생교육에 대한 정보체계를 축적했습니다. 평생교육백서와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대전시 전체의 평생교육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또 시의 모든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모아 온라인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모아망'을 구축해 953개 기관에서 운영되는 2만8928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모아망'은 전국 우수 사례로 꼽혀 벤치마킹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셋째, 평생교육을 확산시켰습니다. 특히 대전시민대학 운영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습니다. 이제 그 방향을 대전시 전체를 하나로 보는 상생적 중추기능의 확보로 보고 공공성을 확보해 나아간다면 모든 시민의 사랑을 받는 균형잡힌 기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명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배달강좌도 전국적으로 자랑할 만합니다.

-취임 후 평생교육진흥원의 운영방향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입니다. 그래서 공공성을 염두에 두고 운영해야 합니다. 대전 전체를 하나로 보고 각 자치구, 대학, 유관기관들, 심지어는 민간영역까지도 상생 파트너로 삼아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따라서 대전평생교육의 중추적인 역할과 기능을 회복해 본래의 설립취지나 목적에 맞게 정책 연구,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우수 강사 육성 지원 같은 일들을 해나갈 것입니다.

또 평생교육이라는 공공의 서비스를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 등에게도 교육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형평성 있는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대전이 가진 훌륭한 교육도시, 과학도시, 문화도시, 행정도시의 인프라를 잘 활용해 지식이나 재능 기부 프로그램 등을 적극 개발하고자 합니다.

물론 시정과의 연계성 또한 강화할 생각입니다. 시의 정책 방향과 유리되거나 엇박자를 내서는 결코 바람직한 성과물이 나올 수가 없지요. 또한,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비판과 충고, 언론의 지적, 시민사회의 건전한 제안들을 겸허히 수용할 것입니다.

-대전시민대학과 배달강좌, 연합교양대학이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히는데 그동안의 평가와 앞으로 운영방향이나 개선점이 있다면.

▲대전시민대학과 배달강좌, 연합교양대학은 진흥원에서 운영한 직접 평생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평생교육을 양적으로 확대하고 시민들에게 인식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진흥원은 다양한 내용을 직접 교육하기보다는 진흥원만이 할 수 있는 기능에 충실하고 타 기관들에서 하기 곤란하거나 공공성 있는 교육 기능을 보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대전시민대학은 공공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배달강좌는 자치구와 그 역할을 나눠 시행하며, 연합교양대학은 우리 지역의 우수 강사들을 좀 더 확보해 참여도를 높이는 것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입니다.

-구상 중인 신규 프로그램은 무엇인지요.

▲저의 역점사업으로 '대전학'을 정립해 특화 발전시켜나가는 것입니다. 지역학은 지역의 정체성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즉 그 지역을 만들어내고 발전시켜온 역사적 과정을 이해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모색해 보자는 종합적인 학문입니다. 대전학은 대전의 역사, 인물, 지리, 환경, 교육, 산업, 문화 등 제반 내용을 학문적으로 집대성해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고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시민의 자긍심과 정체성, 지역공동체 정신과 대전사랑 시민의식 등을 고취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대전의 진정한 특질이 무엇인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브랜드화해서 도시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인가'라는 인식을 출발점으로 해 지역학과 인문학이 융합된 진정한 의미의 '지역학 아카데미'인 것입니다. 대전에 사는 우리가 바로 이곳 대전을 모르고 나라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애향심 없는 애국심, 통일운동은 본말전도고 어찌 보면 위선이라고 봅니다.

-특별히 신경 쓰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평생교육진흥법에 따라 최초로 설립된 곳이 바로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입니다. 입법 방향과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되는지, 보완점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소관 부처가 다른데다, 평생교육의 실질적인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분석해 국회에 법률개정을 제안하려 합니다.

또 하나는 대전시민대학을 대전서민대학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수강생 상당수는 전직 관료나 교육공무원 등 연금 생활자입니다. 말 그대로, 어느 정도 먹고살만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분은 강좌를 10개나 듣고 있을 정도입니다.

정작 강좌에 참여해야할 소외 계층과 저소득청, 다문화 가정이 부족합니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강의를 제대로 듣을 시간조차 부족한거죠. 야간강좌가 생긴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배달강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진정한 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대전서민대학'이 되도록 방향을 수정할 방침입니다.

-평생교육진흥원 내부 조직 등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인지요.

▲기존의 조직들을 재편성해서 일목요연하고 통일성 있는 조직을 만들 것입니다. 예컨대 대전시민대학은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속 하나의 하부 조직인데도 시민들에게는 원과는 별도의 조직체로 비쳐 있어요. 들어가는 홈페이지도 따로 전화번호도 따로입니다. 어느 부서에는 직원이 한 명인데 어느 부서에는 20명이 배속돼 있고요. 그러다 보니 직원 간 이질감도 존재하고요. 이 모든 것을 균형 있게 정상적인 조직운영체계로 바꾸려고 합니다. 업무조정에 따른 조직개편은 불가피합니다.

-대전시, 자치구 등 외부 기관과의 협조도 중요한데, 특별히 당부하고픈 말씀은 무엇인지요.

▲대전시는 물론이고요, 각 구청과 대학 등 평생교육 유관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조하겠습니다. 상호 배려가 없는 독불장군식 운영은 안 되지요. 저는 우리 평생교육진흥원이 꼭 해야 할 것과 굳이 안 해도 되는 것들을 분야별, 영역별로 잘 구분해 운영토록 하겠습니다. 민간영역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해서 상호 협력적인 상생관계가 형성돼야 도시 전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의 경쟁력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전평생교육의 중추기관으로서 그 위상을 정립하고 정체성을 바로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부친께서는 민주화 운동을 펼친 충청권 인사로서 국민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대부이신 송좌빈 선생님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많은 분이 아버님의 안부를 걱정해 주시고 궁금해하셔서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1924년생 갑자생이신데요, 올해로 아흔두 살이십니다. 젊은 시절 일제침략기에는 창씨개명과 학병 거부로 집을 나가 항일을 하셨고, 6·25때에는 군에서 오지 말라는 데도(징집연령도 지났고, 노모, 처자 등 부양가족이 있으므로) 자원입대해 조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참전하셨습니다.

전역 후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평생을 한국 정치의 중심을 떠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옥고와 탄압, 감시와 멸시를 받으며 살아오셨지만, 병환 한 번 안 나시고 카랑카랑하게 살아오셨는데 13년 전 교통사고로 그만 일어나질 못하십니다. 식사는 잘하시는데 간디처럼 바싹 마르셨어요. 말씀도 단문에 단답 정도 하시고요. 평생을 부귀영화나 안락함 없이 고생만 해오신 분인데 이제 고령에 기동조차 못하시니 자식 된 도리로 어찌할 수 없어서 슬픕니다.

-마지막으로, 수강생을 비롯한 대전시민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1806년 독일(프로이센)이 막강한 나폴레옹의 군대에 패하고 모든 국민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당시 베를린대학의 초대 총장이었던 피히테는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연설을 합니다. 애국심에 기초한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주는 명연설이었습니다. 그는 “국가와 조국을 구할 길은 오직 교육뿐이다”면서 교육을 강조했고, 이후 독일에서의 교육은 지금까지도 국가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정말로 교육선진국이지요.

저는 평생교육으로 행복한 대전을 만들어보자고 역설하고 싶습니다. 오늘날 학교교육이 간과하는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들, 우리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들을 평생교육으로 그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합니다.

▲송용길 원장 프로필= 생년월일: 1955년 4월 24일
출생지: 대전광역시 동구 주산동
학력: 동명초, 대전중, 충남고, 단국대(국어국문학 학사), 고려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
경력: 배화여고 교사, 한국수자원공사 교수, 환경부 강사, 국가전문행정연수원 강사, 대전시 공익사업선정위원, 산업단지심의위원

대담=김덕기 취재1부장(부국장)

정리=윤희진·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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