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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60~70년대에는 선거 때마다 고무신 선거니 또는 막걸리 선거니 하는 말들이 따라다녔다.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이라 더욱 그런 향응을 받고 표를 찍어주는 일이 많았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에 우리가 이런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면 과연 나라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을까?
몸매를 들어내야 하는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많이 불어난 체중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정말 눈물겹다. 최근엔 이런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사람이 혼자가 아닌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안에 한 사람이 비만하면 전염병과 같이 다른 가족들도 비만해진다. 이렇게 한 가족 내에 같은 질환이 여러 명에게서 나타나는 것을 가족력이라 하는데, 이는 선천적 유전만큼 중요하다.
가족들의 공통 습관에 의해 나타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렇게 가족들이 공유하는 음식, 운동, 일상생활 및 성격 등 전반에 걸친 공통적 습관을 후천적 유전이라 부른다.
이런 습관 중에 잘못된 습관들은 여러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본인까지 3대째 당뇨병이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습관적으로 과식하고, 달콤한 케이크를 디저트로 먹고 있었던 환자를 만났던 경험도 있다.
잘못된 습관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식습관이다. 부모가 비만이면서 폭식이나 과식의 습관이 있으면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이 정상적인 부모의 자녀에 비해 6.6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비만과 함께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가 세트로 발생하게 된다.
가족의 공통된 생활 방식은 질병의 대물림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생활의 공통적 방식, 즉 습관 중 확인해 봐야 하는 것으로 식생활 습관 중 먹는 양과 횟수, 식단의 구성 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운동의 횟수와 강도, 총 수면 시간과 잠의 질, 생활 습관으로 여가 즐기는 방법, 또 직업의 특성으로 육체노동의 강도와 정신적 스트레스 정도가 포함된다.
이런 생활과 연관된 습관들은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생활습관과 연관된 병으로는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고, 고지혈증, 통풍, 불면증도 연관이 있다.
올바른 습관을 가져야 한다.
생활습관을 크게 나눠보면 식생활습관, 운동습관, 배변습관, 수면습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빨리 먹고, 많이 먹고, 짜게 먹고, 달게 먹는 식습관만 고쳐도 정말 많은 질병에서 해방될 수 있다.
짠 국물을 마시는 습관이 고혈압 등 혈관질환의 주범으로 확인되어 국물을 먹지 않거나 또는 적게 먹어야 한다는 권고를 하고 있다.
또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도 고혈압, 당뇨, 불면증 등의 질병을 예방하는 데 필요하다. 수면습관도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하루 6시간 미만의 수면인 수면부족이면 심뇌혈관 질환(심근경색, 뇌졸중)의 발병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나쁜 습관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또 하지 못하도록 많은 훈계를 한다. 하지만, 자신의 나쁜 습관은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사실 자녀의 나쁜 습관들이라 알려진 컴퓨터 게임, 음주, 흡연 등은 많은 수에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습관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국내 한 알코올 의존증 전문병원에서 연구한 결과 알코올 의존증으로 입원 치료받은 200명의 환자 중 남성에서 ‘부모가 알코올 문제가 있었다’고 47%에 해당하는 66명이 답을 하였다고 보고했다.
부모의 음주 습관이 그대로 대물림된 것으로 보인다. 흡연 습관도 대물림되는데 미국 퍼듀대학의 흡연자 부모와 그들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흡연자면 자녀가 흡연할 확률이 비흡연자 부모를 가진 자녀에 비해 약 3배 높게 나타났다.
컴퓨터 중독도 마찬가지로 확인됐다.
많은 질병과 중독 등이 나쁜 생활 습관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고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잘못된 생활 습관을 제대로 알려고 3대에 걸친 가계도를 그리고 옆에 질병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도 적어볼 필요가 있다.
윗대의 선조와 그 아래의 내가 같은 생활습관이 있으면 선대에 발생한 질병이 나에게도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잘못 알려진 국민의 생활습관과 연관된 상식을 고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얼마 전 병원 치료를 받지 않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모임이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일을 기억하자. 나쁜 습관을 버려야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국민에게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가혹한 정책일 수 있다. 의사들이 알아서 치료하라는 것도 어찌 보면 예방적 대책이 없어서 의료비 상승만을 가져올 수 있다.
잘못된 상식은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사회도 망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보건복지부와 또 의료 관련된 여러 기관의 힘을 모아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생활습관병에 대한 최선의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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