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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준 배재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한국크루즈포럼 학술위원장) |
기술면에서도 '스마트 선박'이 화두다. AI 기반 서비스, 음성 조작 스마트 캐빈, AR 엔터테인먼트, 얼굴 인식 탑승, 로봇 바텐더와 룸서비스 등 디지털 경험이 선상에서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동시에 탄소중립과 맞물린 지속가능성 추구가 강조되면서 LNG·전기 추진체, 배기가스 저감장치, 폐기물 바이오디제스터 도입, 선상·기항지 탄소·오염 통제 등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칸이나 베니스처럼 오버투어리즘과 환경 규제에 대응하여 대형선 입항을 제한하고 소형·친환경 선박을 장려하는 분위기도 확산 중이다.
소비층 측면에서는 MZ세대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승객 중 40세 미만이 36%, 29~44세 승객 중 81%가 향후 재이용 의향을 밝히며, 스릴 있는 체험과 SNS 공유가 가능한 여행이 선호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짧은 '씨케이션(seacation)' 상품이나 소규모 특화 노선, 가족·여성 전용 테마 상품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 크루즈 산업 역시 회복과 변화를 경험 중이다. 2024~2025년 기준 제주, 부산, 인천 등 주요 항구에서 기항 횟수와 국제선 비중이 늘었고, 여행사와 협력하여 한류 콘텐츠, 지역 축제, F&B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지자체 중심으로 인바운드 크루즈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특히 인도 및 아시아 대륙, 동남아 지역과의 연결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북·새만금 지역의 '새만금 신항만'(2026년 개항 예정)은 한국 크루즈 산업의 핵심 전환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2025년 6월 중순 '크루즈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해 선사 유치 전략, 인센티브 제도, 지역 관광·한류 콘텐츠 연계 프로그램 등을 본격 수립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8개 기관 MOU 체결, 올해 2월 경제부지사 주관 '크루즈 발전위원회' 출범, 6월 한국크루즈포럼 선상워크숍 참가 등 체계적인 추진구조도 갖춰가고 있다.
새만금은 여유 있는 항만 공간, 친환경 인프라 계획, 주변 관광 자원(군산·고군산군도·고창·전주 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특히 한류 콘텐츠 K-팝 공연, 전북 전통 음식 페어, 드라마 촬영지 투어 등을 접목하면 외국인 승객의 체류 여정에 강한 경험을 투시할 수 있다.
미래를 본다면 새만금은 동북아권에서도 차별화된 크루즈 기항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신항만 완공 이후, 일본 큐슈·오사카 노선, 중국·러시아, 한반도 주변 생태·역사·음식 자원과 연계한 '에코·문화 크루즈' 등을 기획해 운영된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스마트 선박 시대에 발맞춘 디지털 플랫폼 구축(모바일 체크인, AI 기반 추천, 스마트 셔틀), ESG 관련 인프라(친환경 선박, 터미널), 지역 주민·중소기업 참여형 서비스 모델을 동시에 구현한다면 새만금은 '글로벌 그린 크루즈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
현재 글로벌 크루즈 산업은 '작고·친환경·디지털화된 경험'으로 진화 중이며, 한국도 제주·부산·인천 중심에서 소형·신규 항만 등으로 다변화 중이다. 여기에 새만금 신항만은 한국 크루즈 산업의 새로운 도약점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이는 단순한 항만 건설 이상으로, 지속가능한 스마트 관광 클러스터로서의 설계, 지역 및 선사·여행사·정부 간 협력, 그리고 장기적 비전·자본 투입이 수반되어야 실현 가능한 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이제 크루즈 산업의 성공 여부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전략 실행력에 달려있다. /윤경준 배재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한국크루즈포럼 학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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