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어떤 트램을 타고 싶으세요?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어떤 트램을 타고 싶으세요?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0-07-22 17:09
  • 수정 2020-07-23 08:30
  • 신문게재 2020-07-23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이재영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우리 몸이 100냥이라면 눈이 90냥'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 기관 중에서 눈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찐빵에서는 앙꼬가 핵심이다. 어떤 물건이나 일에는 핵심이 있기 마련이다.

대전 도시철도2호선 트램사업에서 앙꼬이자 핵심은 차종 선정이다. '이미 트램으로 결정되지 않았는가?'라고 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여기서 차종은 트램차량(vehicles' type)중에서 어떤 기술, 어떤 브랜드의 트램차량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트램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다. 승용차만 보아도 겉으로는 모양이나 기능이 비슷해 보이지만 경유차도 있고 전기차도 있다. 브랜드에 따라 차량 모양과 내부는 얼마나 차이가 많은가? 트램도 종류나 기술이 제각각이다.

트램은 동력원에 따라 공중에 송전선이 지나는 가선방식과 그렇지 않은 무가선 방식으로 구분하는데, 무가선트램은 '배터리방식'과 '바닥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방식', '작은 배터리로 정류장에서 급속으로 충전하는 방식' 등 3가지다. 차량 제작사는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만 10여 개에 이른다. 다만, 배터리방식은 국내기술이기는 하나 상용화가 되지는 않았고, 차량제작사 역시 국내 하나가 있으나 무가선 트램차량 제작 경험은 없다.

이러한 여건에서 차종의 선정이 중요한 이유는 약 1000억 원이 소요되는 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트램사업의 전부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차종에 따라 시설과 운영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차량에 따라 무게나 힘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배터리차량은 타 차량 대비 10t 이상 무겁기 때문에 노반설계와 공사, 물리적 여건에 제약이 따른다. 수십 군데 별도의 충전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테미고개구간의 경사도가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방식에 따라서는 약간의 경사도 조정만으로 어렵지 않게 운행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차량이냐에 따라 36㎞의 순환선을 2, 3구간으로 나누어서 운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트램차량과 관련돼 있다.

트램차량의 결정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2호선의 특수성 때문이다. 대전트램은 전국 최초의 상업노선이다. 다른 도시의 선례가 되는 것이며 곧 국내 트램시장에서는 첫 구매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 20여 개 도시가 트램을 계획하고 있다. 조만간 꽤 큰 판의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차량제작사와 대전시 모두에게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트램차량 조립공장을 대전에 설치해서 고용을 창출할 수도 있고 공동구매를 통해 비용을 낮출 수도 있으며, 기술이전을 통한 국산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 역시 트램차량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세 번째는 시민의 안전과 서비스의 질이 결정된다. 트램차량은 150만 명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이다. 안전만큼은 극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의정부 고가경전철은 겨울 아침 출근시간에 여러 차례 멈춘 적이 있는데, 이때마다 시민들은 20m가 넘는 교량위에서 난간을 잡고 대피해야 했다. 안전과 신뢰성은 대중교통의 생명이다. 잦은 고장과 멈춤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곧 트램의 실패를 의미한다.

이 외에도 차량디자인 역시 차량에 따라 달라진다. 기능을 고려한 세련된 디자인은 차량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트램차량의 결정문제는 기술적·전략적 문제이며, 이용자와 운영자를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다차원방정식이다. 몇 번의 자문회의를 통해 결정할 일도, 책임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고독한 결정을 할 일도 아니다. 둘 다 합리적인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결정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입찰시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평가기준은 국제적 기준을 준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객관적인 평가요소 및 모형을 도출하고, 여러 주체가 참여한 상태에서 단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팁이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INS 기밀 유출 있었나… 보안문서 수만 건 다운로드 정황에 수사 의뢰
  2.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3.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4. [춘하추동]새로운 시작을 향해, 반전하는 생활 습관
  5. 수도권 뒤덮은 러브버그…충청권도 확산될까?
  1.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2. 3대 특검에 검사 줄줄이 파견 지역 민생사건 '적체'…대전·천안검찰 4명 공백
  3.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4. aT,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 위해 총력 대응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