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9강 사금갑(射琴匣)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9강 사금갑(射琴匣)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2-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작성자김용복|작성시간21.02.20|조회수19



제59강 : 射琴匣(사금갑) : 거문고 상자를 쏴라

글 자 : 射(궁술 사, 쏠 사) 琴(거문고 금) 匣(갑 갑, 작은 상자 갑)

출 전 : 삼국유사 기이편(三國遺事 紀異篇), 동국통감(東國通鑑)

비 유 : 왕은 하늘에서 보호하는 초월적 존재, 그리고 정월 보름날 찰밥 먹는 유래



신축(辛丑)정월 초하루(설)를 맞아 즐거운 한 때를 보낸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 지나는 정월 대보름이 내일 모레이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정월의 보름달은 지구와 달의 거리가 평소보다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에 뜨는 보름달이라 하여 대보름(일명 슈퍼문)이라고 한다. 대보름달은 다른 보름달보다. 16% 이상 크고, 30% 이상 밝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밝은 달에 정성을 들여 한 해의 개인 소원과 모두의 소망인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 등 신령한 행위와 축제를 통해 새로이 시작되는 한 해에 대하여 마음의 준비를 한다. 정월 대보름에 얽힌 고사를 살펴보자.

신라 제21대 비처왕(毗處王/일명 소지왕(炤知王)10년(488년) 1월 15일, 왕이 금오산에 있는 천천정(天泉亭)에 거동했다. 이때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우는데, 쥐가 사람 말로 이르기를 "이 까마귀가 가는 곳을 따라가 보시오"했다.

왕이 자기가 직접 갈 수 없어 기사(騎士)에게 명하여 까마귀를 따르게 한 바, 남쪽의 피촌(避村)이라는 마을에 이르렀는데, 그곳에서 돼지 두 마리가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이를 한참 구경하다가 구경에 정신이 팔려, 까마귀가 간 곳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기사는 크게 당황하며 까마귀를 찾기 위해 길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이때 한 노인이 연못 가운데로부터 걸어 나와 기사에게 한 통의 글을 바치며 왕께 갖다드리라 하고 사라졌다.

기사는 그 글을 왕께 바쳤고 왕이 봉투를 받아보니 겉봉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안 열어보면 한 사람이 죽을 것(開見則二人死 不開則一人死)'이라고 쓰여 있었다. 왕은 두 사람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열어보지 않으려 하였으나,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두 사람은 보통사람이고 한 사람은 임금을 가리키는 것이니 열어보셔야 합니다"라고 하므로 봉투를 열어보니, 그 속에는 하얀 종이에 정성스레 쓴 글씨로 '궁중의 거문고 상자를 쏴라(射宮中琴匣/사궁중금갑)'라고 쓰여 있었다.

왕이 편지를 보고 급히 궁으로 돌아와 왕의 거실에 들어가니 침대 옆에 놓아둔 거문고갑이 눈에 들어왔다. 왕이 지체없이 활로 거문고갑을 쏘자, 그 안에 평소 왕비와 정(情)을 통하여오던 중(僧)이 왕비와 함께 숨어있었다. 그들은 장차 왕을 해치고 왕이 되려고 숨어있던 것이었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왕은 정월보름을 '오기일(烏忌日)'이라 정하고 찰밥(오곡밥)으로 까마귀에게 공양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 사금갑 사건 이후로 매년 정월 첫 돼지, 쥐, 말의 날에는 모든 일을 삼가고 동작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삼국유사에 실려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날엔 까마귀에게 찰밥으로 공양하며 제사를 지내는 풍속으로 계속 이어졌고, 다른 말로는 연못에서 글이 나왔다고 해서 '서출지(書出池)'라고도 한다.

까마귀는 조선시대의 '흉조(凶鳥) 까마귀'라는 인식과 달리,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삼국유사 표현을 빌어 '영험하고 빛을 상징하는 짐승'으로 여기고 신령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정월보름날 오곡밥을 지어 먹는데, 오곡밥은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으면 그 해의 운이 좋다고 하여 여러 집의 오곡밥을 서로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이제까지 전해지는 대보름날의 풍속은 다양하고 의미가 깊은 놀이와 행사로 이어져 왔는데, '개 보름 쇠듯 한다'는 속담처럼 개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는데, 만약 음식을 주면 여름에 파리가 많이 꼬인다고 하여 굶기기도 했다. 또한 아침에 소에게 나물과 밥을 줘서 밥을 먼저 먹으면 풍년이, 나물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든다고 농사일을 점치기도 했다.(일명 農占/농점).

이어지는 풍속놀이는 각 지방마다 다르지만 맥기풍(麥祈風), 찰밥(오곡밥)과 묵나물 먹기, 부럼, 농점(農占/소밥주기), 달맞이, 쥐불놀이 등에, 아이들은 연 날리기, 바람개비, 실 싸움, 돈치기를 했고, 어른들은 놋다리밟기, 횃불싸움, 줄다리기, 동채싸음 등 다양한 놀이와 행사를 즐겼다.

올해는 2월 26일이 정월 대보름으로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을 '상원(上元), 또는 오기일(烏忌日)'이라고도 한다. 상원은 중원(中元·7월 15일), 하원(下元·10월 15일)과 함께 삼원(三元) 중 하나로 설날만큼이나 비중을 크게 여겼다. 설날부터 대보름까지는 빚 독촉도 하지 않았으며, 세배를 드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서양문화와 놀이가 유입되어 성행하므로 우리의 의미 깊은 풍속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

세상은 변해도 민족의 혼(魂)과 미풍양속은 면면히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fc30925e80329d655df4623727c202024b6979b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2. [춘하추동]'대전'을 근대의 틀에 가두지 마라
  3. 올해 수능 11월 19일 시행… 평가원 "적정 난이도 확보"
  4. 4월에도 대전 시민 생활불안 더 커진다… 고공행진 기름값에 이은 교통불편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AI 시대는 충남대의 기회…지역 발전 선도 대학으로 거듭날 것"
  1. [중도시평] AI가 논문을 쓰는 시대, 연구자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2. 4월 2일부터 '약물운전' 단속·처벌 강화
  3. 예비후보들 얼굴 알리기 ‘분주’
  4. 화재 안전공업 오일미스트와 금속분진 발생 작업환경측정서 확인
  5. [내방] 조진형 대전 동부교육장·조성만 서부교육장

헤드라인 뉴스


3칸 굴절차량 타보니…"버스와 트램 사이 그 어디쯤"

3칸 굴절차량 타보니…"버스와 트램 사이 그 어디쯤"

"트램이야? 버스야?" 신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3칸 굴절 차량이 대전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1일 서구 도안동 호수공원 일원에서는 전국 최초 도입을 앞둔 3칸 굴절차량의 본격 운행에 앞서 차량 안전성과 도로 적합성을 점검하는 시범운행이 진행됐다. 모습을 드러낸 3칸 굴절차량은 일반 버스를 3칸 연결한 형태로 길이가 30m 정도다. 차량을 얼핏 보면 겉모습이 '트램'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운전석은 맨 앞과 뒤 두 곳에 있어 종점이나 시작점에서 차를 돌리기 위한 공간이 필요없었다. 실내는 통창으로 개방감이 돋보였으며, 내부는 통로를..

전쟁 추경에 지자체 부담 눈덩이…국비 비율 조정 목소리도
전쟁 추경에 지자체 부담 눈덩이…국비 비율 조정 목소리도

정부가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한 가운데, 대전시 등 전국 지자체들이 상당한 지방비 부담을 떠 안게 됐다. 고유가 피해 지원 등을 위한 '3대 패키지' 사업에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해 부담하는 구조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재정난이 심각한 지자체가 적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중동 리스크로 재정난을 부채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총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중동발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에 대응하..

대전서 조리 인재 새 무대 열린다...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 요리경연대회
대전서 조리 인재 새 무대 열린다...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 요리경연대회

대전에서 대한민국 조리 인재들의 새로운 무대가 열린다. 한국음식조리문화협회는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 제1전시장에서 '2026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 요리경연대회'를 진행한다. 이번 대회는 유럽 조리 네트워크인 유럽토크(Euro-Toques)의 공식 승인과 월드마스터 셰프 소사이어티(World Master Chefs Society) 인증을 동시에 획득했다. 국제 기준을 통과한 대회 이력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대회는 유럽 기준의 심사 시스템과 글로벌 마스터셰프 심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 오직 동네 슈퍼에서만…990원 착한소주 등장 오직 동네 슈퍼에서만…990원 착한소주 등장

  • 대덕구청 재난상황실 도로상황 예의주시 대덕구청 재난상황실 도로상황 예의주시

  •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자 토론회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자 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