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0강 처선지용(處善之勇)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0강 처선지용(處善之勇)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3-02 10:4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60강 處善之勇(처선지용) : 처선(處善/조선 연산군시절의 내시)의 용기

글 자 : 處(살 처/머물다) 善(착할 선) 之( ~의, 관형격 조사) 勇(날쌜 용)

출 전 : 조선오백년야사(朝鮮五百年野史) 연산군일기(燕山君日記)

비 유 :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것을 알면서도 불의에 맞서 바른말을 하는 용기



처선지용(處善之勇)은 조선 연산군 시절 내시(內侍) 김처선(金處善)의 불의(不義)에 대응한 강직한 행동에서 유래되었다.

조선 최고의 암군(暗君)인 10대 연산군(燕山君.1476~1506)의 성품이 날로 포악(暴惡)해지고 방탕(放蕩)이 극(極)에 달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조정 대신들은 직언(直言)을 했다가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 뻔했으므로 아무도 말을 못하고 오히려 아첨(阿諂)만 일삼았다.

이러한 때 환관 김처선(金處善, ?~1505)은 나라 꼴이 이 지경인데도 아무도 용기 있게 나서서 간언(諫言)하는 사람이 없음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자신이 죽음으로써 이 잘못된 군주의 불의(不義)의 행동을 바로잡을 결심을 하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내가 오늘 입궁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테니 그리 알라." 그러고는 집을 나섰다.

그날도 연산군은 많은 궁녀들을 거느리고 자신이 창안한 음란한 놀이 처용희(處容戱)를 벌이고 있었다. 이에 이미 각오한 김처선이 분연한 자세로 연산군에게 아뢰었다.

"늙은 놈이 지금까지 일곱 분의 임금을 섬겼고, 글도 조금 읽었습니다마는, 고금에 전하와 같은 분은 처음입니다. 부디 이성을 찾으시어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에게 선정(善政)을 베푸시옵소서!"

배석했던 대신들은 질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불같이 노한 연산군이 김처선을 향해 직접 활을 쏘니 화살이 그의 옆구리에 박혔다. 그래도 그는 의연하게 말했다.

"늙은 내시(內侍)가 어찌 목숨을 아끼겠습니까? 전하께서 오래도록 용상을 지키시지 못할까 봐 그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더욱 화가 난 연산군은 이번엔 김처선의 다리를 쏘았다. 그가 쓰러지자 연산군이 소리쳤다.

"일어나서 걸어라. 어서 걸으란 말이다!" 김처선은 연산군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전하께서는 다리가 부러져도 걸어 다닐 수 있습니까?"

그래도 김처선이 간(諫)하기를 그치지 아니하자 연산군은 그의 다리와 혀를 자르게 하여 죽이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아 그의 가족들까지 참수하고, 그래도 모자라 그의 부모의 무덤까지 파헤치게 했다.

김처선은 비록 환관(宦官)이긴 했으나 참다운 용기를 지닌 진정한 신하(臣下)였다.

내시 김처선의 본관은 전의(全義/지금의 세종시)이고 그는 내시로서 세종 때 입궁하여 연산군에 이르기까지 일곱 임금을 시종하였다.

문종 때 영해로 유배되었다가 단종 때 귀양이 풀리고 직첩이 되돌려졌으나, 1455년(단종 3) 정변에 관련되어 삭탈관직당하고 유배되어 본향의 관노가 되었다.

세조 때 다시 복직되어 1460년(세조 6) 원종공신(原從功臣) 3등에 추록되었으나, 다시 세조로부터 시종이 근실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아 자주 장형(杖刑)을 당하였다. 성종으로부터는 전어(傳語: 통역)에 공이 있고, 의술을 알아 대비의 신병 치료에 이바지하였다고 하여 가자(加資)되고 상급을 받기도 하였으며 품계가 자헌대부(資憲大夫)에 이르렀다.

그 뒤, 연산군이 즉위하자 다시 시종에 임하였으나 직언(直言)을 잘하여 미움을 받던 중 1505년 죽음을 무릅쓰고 임금의 비행을 직간하다가, 연산군에 의해 직접 다리와 혀가 잘리고 죽음을 당하였다. 연산군은 김처선의 양자인 이공신(李公信)과 7촌까지도 연좌시켜 처형하고 본관인 전의(全義)도 없앴다.

그리고, 조야(朝野)에 명하여 '處(처)'자(字)와 '善(선)'자(字)를 이름에 쓰지 못하게 하였다. 그 뒤 약 250년이 지난 1751년(영조 27) 고향에 정문(旌門)이 세워졌다. 동양의 철인(哲人) 장자(莊子)는 '곧은 나무가 먼저 베어지고, 맛있는 샘물은 먼저 마른다.(直木先伐 甘井先竭/직목선벌 감정선갈)'라고 했다.

같은 의미이지만 당태종(唐太宗)의 언행록이라는 오긍(吳兢)의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곧아지고, 임금은 간언(諫言)을 따르면 성스러워진다(木從繩則正 君從諫則聖/목종승즉정 군종간즉성)'이라 했다.

요즈음 최고 권력에 맞서는 참다운 인재를 보게 되어 신선함을 더해 준다.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국민 편에 서서 온갖 고초를 감내하는 최감사원장, 윤검찰총장, 신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대중에 많이 회자(膾炙)되는 까닭은 정의를 위한 맡은 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용기와 소신 있는 업무수행이기 때문일 것이다.

5-장상현-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립한밭대 연구자 11명, 세계 상위 2% 과학자 선정
  2. 이번엔 대동교… 트램 공사로 15일부터 왕복 2차로 축소
  3. 천안지역 택시 운수종사자 조합, 택시통합·행복콜 폐지 성토...'사회적 합의 우선'
  4. 대전 배추값은 낮아졌지만 속재료는 인상... 김장철 앞 부담 늘어날까
  5. 대전 태평동5구역 재건축 사업 난항… 시공사 선정 문제에 조합 내부 갈등까지
  1. 청주 원도심 다시 잇는다… 공간·상권·생활에 새 활력 대혁신
  2. 멈춰 선 충남교육공무직 순환전보… 법적 판단이 분수령
  3. 허태정號 기조실장 '믿을 맨' 오나 친정체제 강화
  4. 서산 온가족축제, 추억의 교복부터 맷돌커피까지, 10월 31일 '레트로 여행' 떠난다
  5. "부지 매입비 아끼고 주차난 푼다"…인천시, 공원 지하에 주차장 800면 조성

헤드라인 뉴스


세종 2031년까지 중앙행정기관 44곳 이전… 행정수도 발돋움

세종 2031년까지 중앙행정기관 44곳 이전… 행정수도 발돋움

정부가 2031년까지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등 44개 기관의 세종 이전을 추진하면서, 세종시는 국가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도약할 중대한 전기를 맞게 됐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종식하고 세종시를 실질적인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사실상 모든 중앙부처를 집결시키겠단 의지다. 정부는 임시 청사를 활용하는 27개 기관을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이전하고, 나머지 17개 기관은 2031년까지 독립 청사를 신축 후 순차적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가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으로 규정된 외교·통일·국방·법..

與野 코레일 철도공단 국감 KTX·SRT통합 대립각
與野 코레일 철도공단 국감 KTX·SRT통합 대립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국철도공사·국가철도공단 국정감사에선 KTX와 SRT의 고속철도 통합 운행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두 회사의 통합으로 철도 이용객 편의 증대와 운임 인하 효과가 있었다고 호평했다. 반면, 보수야당인 통합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졸속 추진이라고 혹평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통합 운영 시작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이 전년 대비 12% 늘고 수서축 이용객은 28%가량 증가했으며, 국민 교통비 부담도 약 228억원 절감됐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2026] 국감] 지식재산처 국감, `라방 위조상품 판매` 등 쟁점
[2026] 국감] 지식재산처 국감, '라방 위조상품 판매' 등 쟁점

13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지식재산처 국정감사에선 최근 라이브 방송을 통한 위조 상품 판매와 AI를 무단으로 악용하는 상업 서비스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예전에는 오프라인에서 은밀하게 위조상품을 판매했다면 이젠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라이브 방송을 타고 위조 제품이 널리 퍼지고 있다"며 해외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한 위조 상품 거래 실태와 지식재산처의 단속 및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위조상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 기온 뚝…‘겉옷 챙기세요’ 기온 뚝…‘겉옷 챙기세요’

  • 구직자들로 북적이는 대전 일자리박람회 구직자들로 북적이는 대전 일자리박람회

  • 대덕구의회 파행에 뿔난 주민과 단식 돌입한 김찬술 구청장 대덕구의회 파행에 뿔난 주민과 단식 돌입한 김찬술 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