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5강 한식(寒食)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5강 한식(寒食)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4-0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65강 : 한식(寒食) : 차가운 음식을 먹는다.

글자 : 寒(찰 한), 食(밥 먹을 식)



출처 : 춘주좌씨전(春秋左氏傳), 열국지(列國志)

비유 : 군주가 은혜를 잊고 참회함 / 끈기, 충성, 효성, 청렴한 사람을 비유





한식(寒食)은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매년 청명(淸明) 다음날이거나 같은 날이다. 설날, 단오(端午), 추석(秋夕)과 함께 우리의 전통 4대 명절에 속한다.

계절적으로는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이며 조상의 무덤을 보수하는 때로 여겨져 왔다. 한식은 원래 중국에서 들어온 절기였으나 한국에 토착화되었다. 지역적으로는 한반도 북쪽지역이 남쪽지역에 비해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식은 중국춘추시대 진(晉)나라 문공(文公)과 개자추(介子推)〉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중국 춘추시대에 진헌공(晉獻公)에게는 본처(本妻)의 아들 세 명과 첩(妾)의 아들 두 명이 있었다. 헌공은 첩(여희)을 총애했고 여희는 헌공이 죽으면 자기와 아들 두 명의 운명을 걱정하여 헌공으로 하여금 이미 태자로 임명된 본처의 맏아들 신생(申生)을 죽이고, 둘째 아들 중이(重耳)와 셋째 아들 이오(夷吾)를 제거하기 위해 병력을 동원하였으나 두 명의 공자는 진나라를 탈출하여 망명의 신세가 되었다.

둘째 공자 중이는 인품도 훌륭하고 끈기와 용맹을 겸비한 청년으로 대부분 타국에서 환영을 받았다. 그러다 작은 나라인 위(衛)나라를 방문하였는데 위나라는 쫓겨 다니는 중이를 환영하면 혹 진나라의 분노를 살 것 같아 박대하며 쫓아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그 망명의 무리들 중에 두수라는 자가 중이 일행의 돈과 패물 등을 훔쳐 도망하는 바람에 그 일행들은 굶주리고 피로하여 움직일 기력조차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중이도 지쳤고, 그를 따르는 10여 명의 수행자들도 지쳤는데 중이가 느닷없이 혼잣말로 "아! 고깃국 한번 먹어보았으면"고 하니까 모든 수행원들이 중이를 원망스럽게 생각하고는 고깃국은 커녕 밥이라도 실컷 먹었으면 하는 눈치이다.

그때 일행 중 개자추(介子推)라는 신하가 슬쩍 무리에서 나와 없어졌다. 조금 지나가자 다시 그가 나타났는데 어디서 났는지 고깃국 한 그릇을 들고 와서 중이에게 바친다. 중이가 깜짝 놀라 고깃국을 먹으면서 어디서 구했느냐고 물으니 개자추가 돌아서면서 작은 소리로 "공(公)을 위해 자기 허벅지 살을 떼어 그 살로 국을 끓였습니다"라고 말을 하였다. 중이는 그때 눈물을 흘리며 많은 것을 느끼고 다시는 밥 타령을 포함한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고 오직 고국으로 돌아가 진(晉)나라의 군주가 될 것을 가슴속 깊이 맹세하였다.

한편 진나라는 내부의 권력투쟁 때문에 여희와 그의 아들들이 살해당하고 내분에 의해 나라 사정이 복잡해지면서 망명하고 있는 중이를 다시 모시게 되었고, 귀국한 중이는 진나라 군주가 되어 문공(文公)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망명생활(19년)했던 쓰라린 교훈을 생각하며 진나라를 잘 다스려 춘추오패(春秋五覇)중 두 번째 패권국이 되었다.

진(晉)나라 군주가 된 문공(文公, 중이)은 나라의 질서를 바로잡고 다시 시작하는 차원에서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였는데 망명생활을 같이한 신하들은 거의 1~2등 공신에 임명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잘못하여 개자추를 공신명단에서 빠뜨렸다.

이때 개자추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공신명단에 빠진 것을 알면서도 항의조차 하지 않고, 어머니를 모시고 멀리 면산(綿山)에 은거하며 어머니께 효도하며 잘 살았다.

한편 이 사실을 늦게 알게 된 문공은 부랴부랴 개자추를 찾게 되었고, 면산까지 직접 가서 찾았으나 개자추가 산에서 나오지 않자 신하 중 한 명이 "개자추는 효성이 지극하여 산에 불을 지르면 나올 것"이라는 보고에 문공은 불을 질렀고 산이 다 탔으나 개자추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문공이 군사를 풀어 수색해보니 큰 버드나무를 껴안고 새카맣게 탄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두말할 것 없이 개자추와 그의 어머니인 것이다.

유사성어로 '할고충군(割股忠君)과 포목소사(抱木燒死)'가 있다.

그 일을 직접 목격한 문공은 이에 그를 애도하는 뜻에서 이날부터 한 달 동안 불을 쓰지 않도록 조치하고 불이 없는 동안 모든 음식은 차게 먹도록 하여 개자추에 대한 미안함을 기리게 되었다. 그 후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찬 음식 먹는 기간을 한 달을 사흘로 사흘을 하루로 줄여 개자추를 기리고 있다.

요즈음은 사람들이 점점 사나워지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과격한 성격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또 과거에 '군자국(君子國)'이라는 예의 바른 나라 소리를 듣던 윤리(倫理), 도덕(道德), 예절(禮節)조차 이제는 기대하지 못할 지경까지 왔다.

이에 사람들은 이렇게 잘못되어가는 사회 무질서를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 한다. 맞는 말이지만 필자는 학교 교육과 함께 부모에 의한 가정교육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라 확신한다.

내가 부모님께 효도를 하면 그것을 보고 크는 아이들이 효도하지 않을 리가 없다.

내가 이웃 어른들을 공경하면 자라는 아이들이 그것을 보고 어른을 공경하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사서(四書)중 대학(大學)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교훈이 있다. 수신이 먼저요, 그 다음은 가정을 잘 다스려야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천하가 평화로움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가정교육에 방점(傍點)을 찍고 싶다.

내가 도둑질하면서 아들에게 너희는 도둑질하지 말라고 하면 교육이 되겠는가?

상류기탁하류난청(上流旣濁下流難淸 / 윗물이 이미 흐린데 아랫물이 맑기는 어렵다)

지금 우리나라의 윗물은 정화될 수 없을 만큼 흐려있다. 아랫물까지 맑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허무한 꿈이 아닐까 한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2.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3.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4.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5. <인사>대전시
  1. 충남대-대전시 등 10개 기관, ‘반려동물 산업 인재 양성 업무협약’
  2. 대전시 제2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3.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 필요성·추진 의지 거듭 강조
  4. 대전시, 반려동물산업 육성에 힘쏟는다
  5. [한성일이 만난 사람]김용교 전 아산시 부시장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추진에 대전 관가 설왕설래

李정부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추진에 대전 관가 설왕설래

이재명 정부가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것을 둘러싸고 지역 관가에서 설왕설래가 뜨겁다. 일선 현장에선 76년 만에 독소조항 폐지 기대감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 문화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환영기류가 우세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일각에선 개정안 국회 통과 때 자칫 지휘체계가 휘청이면서 오히려 주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대전 지역 공직사회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전날 입법 예고한 국가공무원법 상의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둘..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대전시는 26일 시청 응접실에서 대전관광공사, ㈜인섹트바이오텍과 함께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를 위한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캐릭터 중심의 제품을 넘어 지역 재료·스토리·생산기반을 더 촘촘히 담아야 한다는 취지로 대전의 과학·바이오 정체성을 상품에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다. 이번에 출시 준비 중인 '꿈돌이 닥터몽몽'은 인섹트바이오텍의 연구 포트폴리오로 알려진 자연 유래 단백질분해효소(아라자임) 등 바이오 효소 기술을 반려동물 간식 제조공정 단계에 적용해 기호성과 식감 등 기본 품질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섹..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열띤 경쟁 속에서 펼쳐진 공주시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25일 공주환경성건강센터에서 공주시와 중도일보가 주최·주관한 '2025 공주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들이 안전 상식을 재밌는 퀴즈로 풀며 다양한 안전사고 유형을 학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74명의 공주지역 초등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해 골든벨을 향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본 대회에 앞서 심폐소생술 교육이 먼저 진행되자 학생들은 교사의 시범을 따라가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라고 묻거나 친구에게 압박 리듬을 맞춰보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