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25] ‘심청이 환생·산 공부·차원높은 창법’…판소리, 불교에서 왔나?

[10년간의 취재 기록-25] ‘심청이 환생·산 공부·차원높은 창법’…판소리, 불교에서 왔나?

대형사고 많은 바닷가에 무속인들 몰렸고, 판소리 일부 성음은 범패와 비슷
노재명 국악학자, “판소리 명창, 잡가·굿노래·정가 등 가림없이 섭렵”
충남 논산출신, 김성옥, 판소리 진양조 장단 ‘처음 발명’

  • 승인 2021-10-18 10:06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25편_사진1김성옥_국악음반박물관소장
노재명 판소리학자가 판소리를 이루다시피한 유서깊은 중고제 명가문 김성옥 일가를 표현한 설치미술 2016년 작품.상단 왼쪽부터 김성옥 명창과 그의 아들 김정근 명창 모습 초상화.중단 왼쪽부터 김정근의 아들 김창룡 명창과 김창진 명창 모습.하단 왼쪽부터 김창룡의 아들 김세준 명고수와 김세준의 딸 김차돈 명창 모습.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우리나라 판소리의 뿌리는 어디에서 시작됐고, 초기엔 어떤 방식으로 불렀을까.

판소리의 첫 시작은 여러 설이 있다. 불교의 범패에서 시작됐다는 설과 무속인의 음악에서 시작됐다는 설 등이다. 실제 불교적 성음과 무속인 음악 등이 판소리에 녹아있다.

불교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렇다.

판소리 심청가 중 '배는 고파' 대목에서 불교적 음악요소를 엿볼 수 있다. 추운 겨울 장승상 부인 집에 갔던 심청이가 밤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자, 심봉사가 심청이를 애타게 기다린다. 심봉사는 집 앞 개천까지 나와, 심청이를 기다리던 중 개울가 물속에 빠지고, 몽은사 화주승이라는 스님이 심봉사를 물속에서 꺼내준다는 대목이다. 이때 스님이 등장하는 장면 등이 불교적 요소를 갖고 있다. 창자는 이 대목에서 스님처럼 염불을 왼다. '아아~ 오오~ 의의의~ 아아아~' 등이다. 장단은 엇몰이다. '스님'이라는 특수성, 뜻밖의 인물이 출현하기 때문에 정박에서 벗어난 엇박자를 사용했다.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국악학자)은 저서 <명창의 증언과 자료를 통해본 판소리 참모습>(2006년) 등에서 이러한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노 관장에 따르면 춘향가의 만복사 찾아가는 대목에 염불 가사가 담겨있다. 심청의 환생은 불교의 윤회를 기반으로 하는 내용이다. 판소리 명창들이 자주 가는 판소리 독공 산 공부 장소는 주로 사찰 중심이라는 점도 판소리와 불교의 밀접한 관련성을 잘 보여주는 삽화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판소리 명창들이 득음을 위해 잡가, 굿 노래, 정가 등 가림 없이 섭렵했다. 또 깊은 역사와 차원 높은 창법을 지닌 불교 성악에서도 자연히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박송암, 문구암 스님은 범패가 판소리 음악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했다. 실제 비교해 봐도 범패의 창법, 저음 단전 성음 등은 이동백·김창룡의 중고제 판소리 녹음과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가왕 송흥록은 백운산 월광선사에게, 이동백은 진주 리곡사 옥천암에서 옥천대사에게 염불 공부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25편_사진2옥녀봉예술촌
KBS 방송작가 출신의 조수연 대표가 강경에서 운영 중인 옥녀봉예술촌. 조 대표는 이곳에서 강경 출신 김성옥 명창 일가의 가무악 관련 공연과 전시 등 여러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무속적인 측면은 이렇다. 굿을 할 때 외는 소리와 판소리의 성음이 비슷하다. 성음 자체가 비슷한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리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선시대 중·후반기 무속인들이 가장 많이 모였던 곳이 바닷가 주변이다. 지금은 교통사고 등 도심권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당시엔 뱃사공들의 '해양 사고'가 큰 사고로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바닷가 주변, 즉 해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고, 뱃사공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무속인들이 이곳으로 몰렸다.

따라서 무속인들의 굿소리가 판소리로 이어지거나 발전됐다는 설이 현재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실제 초기 판소리 명창들의 출생지는 충남 서천 등 바닷가 인근이다. 또 명창들의 출생지도는 충남 해안가에서 내륙지역인 공주까지 폭 넓게 그려지고 있다. 그만큼 충남지역은 초기 판소리의 성지였다. 충남지역은 판소리 명창을 낳았다. 먼저 김성옥 명창이다. 충남 논산 강경읍(1931년 4월 읍으로 승격) 출신인 김성옥은 조선 순조시대 인물이다. 김성옥은 강경읍에서 성장한 뒤, 전북 익산시 여산면으로 이거한다.

'조선창극사' 21페이지를 보면 김성옥이 송흥록의 매부라고 돼 있다. 김성옥이 여산면에서 살 때, 송흥록 가문인 '여산 송씨'와 혼사가 이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보형 국악학자는 이런 조사 의견을 낸 바 있다. "송흥록의 매부가 근대 5명창 김창룡의 할아버지인 김성옥이다. 김성옥이 논산시 강경읍에 살았는데, 강경과 웅포(전북 익산시 웅포면)가 아주 가까운 것으로 봐서, 송흥록이 웅포에 살았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특히 김성옥은 진양조 장단을 처음 발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김성옥이 창안한 진양조를 송흥록, 송광록 형제가 듣고 발전시켰다. 1930년 11월 26일자 '매일신보' 국창가수의 고금록-김창룡 기사와 정노식의 '조선창극사'를 보면 송광록은 본래 김성옥의 판소리 고수였다고 밝히고 있다.

노재명 판소리학자는 "지금도 강경 젓갈이 유명하듯 논산 강경은 농·수산물 등의 풍부한 시장이 형성됐다"며 "교통물류 등이 활발해 많은 인파가 몰렸고 그래서 자연히 풍류가 발달해 판소리 명창들도 운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제천서 실종된 40대 남성… 여전히 행방묘연
  2. 이장우 "3대하천 준설 덕에…더는 물난리로 불편 없도록"
  3. 대전천 휩쓸린 50대 숨진채 발견…대전충남 폭우 4명 사망
  4. 8년간 재활용품 수집으로 모은 1천만원 기부한 86세 이형진 할아버지
  5. 지역 어르신들에게 삼계탕 선물
  1. 서울 집값 24주 연속 상승… 대전은 27주 연속 하락 '양극화' 뚜렷
  2. 문화유산회복재단, 유성구청 업무협약 맺고 학생 실감교육 실시
  3.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5년 7월18일 금요일
  4. 제10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18일부터 나흘간 개최
  5. K-water 금강유역본부, 충남 예산군 이재민에 긴급 지원

헤드라인 뉴스


정청래 62.7% 충청서 기선제압 …與 당권주자들 해수부 논란엔 `침묵`

정청래 62.7% 충청서 기선제압 …與 당권주자들 해수부 논란엔 '침묵'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 첫 지역 순회 경선인 충청권 권리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정청래 후보가 62.77%의 득표율로 중원을 민심을 잡으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정작 충청권 강력 반발하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논란에 대해 당권 주자와 최고위원 등 세 명의 후보 모두 한마디도 하지 않아 지역 민심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19일 민주당에 따르면,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 결과 정청래 후보가 3만 5142표(62.77%)를 획득하며 2만 846표(37.23%)를 얻은 박찬대 의원을 큰 격차로 제쳤다. 투표에는 전체 권리당..

제10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18일부터 나흘간 개최
제10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18일부터 나흘간 개최

올해로 10회를 맞은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KITS:Korea International Tourism Show)가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7홀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KITS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전시산업원이 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국내외 관광업계 정보 제공의 장과 관광객 유치 도모를 위한 비즈니스의 장을 마련해 상호 교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KITS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별 특색을 살린 여행 콘텐츠와 국제 관광도시 및 국가 홍보, 국내외 관광 콘텐츠 간 네트워..

[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선사해주는 꿀벌은 작지만 든든한 농사꾼이기도 하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수박, 참외, 딸기 역시 꿀벌들의 노동 덕분에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공급의 약 90%를 담당하는 100대 주요 농산물 중 71종은 꿀벌의 수분 작용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꿀벌응애'라는 외래종 진드기 등장에 따른 꿀벌 집단 폐사가 잦아지면서다. 전국적으로 '산소호흡기'를 들이밀듯 '꿀벌 살리자'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대전 지역 양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위험한 하굣길 위험한 하굣길

  •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