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문화人] 코로나19에도 14번 공연…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지역서 살아남는 법

  • 문화
  • 공연/전시

[대전 문화人] 코로나19에도 14번 공연…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지역서 살아남는 법

한동운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인터뷰
청년 오케스트라 단체…2015년 창단해 8년째 공연
매년 정기·기획 연주…올해 베토벤 시리즈 도전해

  • 승인 2023-01-24 09:09
  • 수정 2023-01-24 13:36
  • 신문게재 2023-01-25 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7Y0A8864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는 돈이 아니에요. 우리 음악인들이 지역에 자리를 잡고 어떤 형태든 하고 싶은 음악하며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올해로 8년째 대전에서 청년 오케스트라 단체를 운영 중인 한동운 씨의 말이다. 지역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이들은 많지만 졸업 후 음악인으로서 길을 걷는 이들은 몇 안 되는 현실에 한 씨는 2015년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충청권 대학의 졸업생들을 모집해 사회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시작한 오케스트라에는 벌써 70명의 단원이 소속돼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공연계가 얼어붙어 있을 때 2020년부터 3년간 14번의 크고 작은 음악회를 연 것은 유벨톤 심포니의 큰 자랑거리다. 힘든 와중에도 대출까지 받아가며 공연을 올렸던 이유는 음악인들이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을 한 씨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예술감독 한동운
한동운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모습
시작은 '서양 음악전공자들은 꼭 유학을 가야만 한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였다. 대학에서 오랜 강의 생활을 했던 한 씨는 청년 음악인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았다. 졸업 후에도 음악을 계속하고 싶지만 사정 상 유학을 가지 못하고 지역에 남아도 취직자리 역시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다수가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그는 1년에 20회 가까이 음악회를 열며 학생들이 미래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처음에는 편견을 깨기 위한 문화 운동처럼 시작했어요. 학교 연습실보단 무대에서 경험을 해봐야 이 길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있잖아요. 유학을 다녀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2010년부터 5년간 아이들하고 활동했지만 결국 사람들의 인식을 깨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2015년에 오케스트라를 만들었어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충청권 전역 대학 음악 전공 3~4학년 학생들로 모집대상을 확대했어요. 함께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청년들의 의지가 한데 모인 만큼 유벨톤 심포니는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매년 3월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기획연주회를 5회 이상 열고 있다. 정기연주회에선 웬만한 오케스트라에서 쉽게 손대지 않는 난곡들을 선보인다. 기획연주회를 통해선 '무서운 음악회', '라틴 클래식', '독립운동 헌정음악회' 등 유벨톤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단원들의 솔리스트로서의 역량을 위해 현악, 관악, 타악 등 악기별 앙상블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소속 작곡가의 창작 신곡도 매년 발표한다. 모든 연주회의 기획과 연출, 대본 작업은 예술감독인 한 씨가 하고 있다.

"우리는 음악회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에요. 완성도 있는 음악회를 만들어내는 것 플러스 준비하는 과정을 소중히 여깁니다. 클래식이 브랜드 가치가 없고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작년 10월에는 콘텐츠 확장을 위해 지원사업 도움 없이 창작뮤지컬도 만들기 시작했어요. 다른 팀들은 돈이 얼마나 많길래 그러냐며 미쳤다고 하지만 우린 돈이 들더라도 우리가 열고 싶은 공연 열자는 주의입니다."

dbqp (968)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모습
자금난은 유벨톤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무리하면서 공연을 꾸준히 여는 이유도 결국 돈 때문이다. 하지만 유벨톤 심포니에게 돈은 그저 음악을 계속하기 위한 필요 조건일 뿐이다. 남들이 지원사업에 기댈 때, 자금이 없어 공연을 쉴 때 유벨톤은 공연을 더 올렸다. 그들의 목표는 팬을 확보해 유료티켓으로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창단 전 지휘자와 악장을 섭외할 때도 '우린 희생이 기본이다'라는 걸 전제로 시작했어요. 급여도 모든 임원진과 단원들은 n분의 1이 원칙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웠을 때 꾸준히 공연을 올렸던 건 큰 자랑거리예요. 결론적으로 단원들 멘탈이 나가지 않았거든요. 돈을 벌기 위해 몇몇이 물류센터로 향할 때 적게라도 아이들이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자는 생각에 이어왔어요. 그래서 액수에 대한 개념을 버렸어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우리 팀이 어떤 색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clip20230124081432
지난 18일 베토벤 시리즈 공연 포스터
올해 유벨톤은 또 다른 도전을 한다. 베토벤 교향곡 1~9번 시리즈를 주제로 올해 총 24번의 정기연주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 1월 18일 올해 첫 공연을 올렸고 내달 25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두 번째 연주회를 연다.

"베토벤 교향곡 시리즈를 올해 진행한다는 건 연극 하는 사람이 1월부터 9월까지 매달 연극을 올리는 것과 같아요. 이렇게까지 하는 건 단원들이 공부한다는 목적도 있고 베토벤을 선망하는 이유도 있죠. 클래식이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베토벤의 생애나, 음악감상을 재밌게 하는 방법을 해설해주고 시각적인 만족감도 채워주려 해요."

관람은 무료다.

"베토벤 1번부터 8번까지는 전 석 무료로 자발적 후원을 받으려 해요. 지금도 불안하긴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팬으로 1000석을 채우고 꾸준한 후원 그리고 유료티켓으로 먹고사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음악을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에서 무료로 공연을 관람한 사람이 두 번째도 무료라고 하면 또 오지 않을까요"

유벨톤을 거쳐 지역에서 자립한 청년 음악가들을 보면 한 씨는 뿌듯하다. 그는 "여기에 있다가 강남심포니에 간 친구도 있고 실내악 팀을 만든 아이들도 있다. 요즘엔 지역에서 실내악 연주단체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유벨톤의 효과"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동남서-압구정KM 성형외과, 마약범죄예방 나선다
  2. 한덕수 대행 “직면한 위기, 제가 해야하는 일 하고자”… 총리 사퇴
  3.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4. 보이스피싱 예방, 우리가 앞장선다
  5. [르포] "안전한 게 맞나요?"…관저다목적체육관 천장 낙하에 불안 고조
  1. 대전관광공사.과학산업진흥원 이달 원도심 행… 산하기관 이전 신호탄
  2. 대전시, 국토부 '수소교통 복합기지 구축'공모 최종 선정
  3. 도시재생 뉴딜사업 핵심 어울림그린센터 본격 착수
  4. 청주공항 활성화에 대전시 힘 보탠다
  5. [기고] 신뢰받는 선거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헤드라인 뉴스


최상목까지 사퇴, 이주호 사회부총리 대통령 대행… 사상 초유

최상목까지 사퇴, 이주호 사회부총리 대통령 대행… 사상 초유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사표를 제출하면서 국무위원 서열 4위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3 대선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대통령 파면 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책임지겠다던 한 총리와 최 부총리가 모두 약속을 파기하면서 정치권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최 부총리는 1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상정에 앞서 본회의장을 떠났고 오후 10시 30분 전후 사의를 표명했다. 한 대행은 정부서울청사로 돌아와 집무실에서 최 부총..

한덕수, 대선출마 선언…"임기단축 개헌후 대선·총선 동시실시"
한덕수, 대선출마 선언…"임기단축 개헌후 대선·총선 동시실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3년 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하겠다"며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국민들이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하시되, 저는 견제와 균형, 즉 분권이라는 핵심 방향만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나..

세종시 베어트리파크, 어린이날 특별한 추억 선사
세종시 베어트리파크, 어린이날 특별한 추억 선사

세종시 베어트리파크가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5월 5일 아기 반달곰의 백일잔치를 포함해 다양한 어린이날 행사를 진행한다. 국내 유일의 행사로,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베어트리파크는 5월 1일부터 6일까지 무료 체험과 나눔, 마술쇼, 버블쇼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5월 5일에는 아기 반달곰의 백일잔치가 열리며, 관람객들은 마술과 버블쇼를 즐기며 아기 반달곰의 새로운 이름을 짓고 축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외에도 5월 1일과 6일에는 입장객에게 선착순으로 새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