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대학은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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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대학은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 승인 2023-08-08 09:55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김용하 건양대 총장 3
김용하 건양대 총장
최근 초전도체 LK-99가 세간의 화두다. 혹자는 서양 연금술의 '현자의 돌'에 비유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세기적 기술이 상온·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기술일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 기술의 수준이나 진실 여부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검증하겠지만, 이러한 파괴적 기술 개발을 위해 긴 시간 정진한 노력은 분명 대단하다.

이번 초전도체 개발과 검증 과정을 보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학의 진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현재의 기술에 안주하거나 과학적 고정관념에 침착되어 혁신적 기술을 등한시한다면 영원히 추적자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파괴적 기술의 개발은 그 자체로서의 높은 부가가치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류 기술 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산업적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의 핵심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글로벌을 지향하여야 하고 또한 추적자에서 선도자로 위치 전환해야 한다. 즉 단지 글로벌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서 최고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초전도체 개발은 기술의 진위성 여부와 사업적 성공 가능성과 관계없이 분명 대학의 연구 역량은 중요한 사회적 기능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연구 역량이 글로벌 수준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대학은 분명 글로벌 수준의 핵심가치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이 교육체계로 연계돼 강력한 지식 기반의 사회 구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각기 상이한 학문 영역에서 글로벌 수준의 연구 및 학습 공동체를 구성하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과거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위한 효과적인 관문 수준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는 거점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세계 10위 이내의 경쟁력을 갖추고 개발도상국이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답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공체계, 교육 방식, 학사운영 구조, 연구체계 등 전방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에 걸맞은 체계로 변화됐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지금 대학 신입생들은 이미 선진국형 사회 및 환경에서 태어나서 학습한 학생들이다. 이들에게 구태의연한 교육 방식이나 현재 사회 수준에 어울리지 않은 오래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지 않나 재고(再考)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우리의 교육체계와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혁신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학으로 변모해야 한다. 대학의 자성과 자율적 혁신 노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의무이다. 그리고 지역 대학의 경우, 본질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수준의 경쟁을 위해 노력하고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예외일 수 없다.

대학이 글로벌 수준의 대학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전공을 세분화해 타전공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학습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또한 교원의 지식 혁신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및 유연한 학사운영 방식을 도입할 것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파괴적 수준의 학문 연구를 장려하는 산학연 지식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를 인정해 자발적 지식 고도화를 위한 노력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미래 국가경쟁력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핵심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사회의 발전적 지식을 축적해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 이제 대학의 목표 수준을 각 학문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의 수준에 견줘 결코 높은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 LK-99와 같은 글로벌을 선도하는 혁신이 우리나라 대학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길 희망한다. /김용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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