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8-초평저수지 붕어마을의 단골집 왕도 칭찬한 붕어찜 맛

  • 문화
  • 맛있는 여행

[맛있는 여행] 8-초평저수지 붕어마을의 단골집 왕도 칭찬한 붕어찜 맛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3-10-09 10:07
  • 수정 2023-10-09 14:53
  • 신문게재 2023-10-10 10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31009_094403863_06
초평 저수지 모습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충북에서 충주호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민물낚시터 진천 초평저수지(草坪貯水池) 인근 붕어마을로 맛있는 여행을 떠났다.

찌는듯한 무더위로 시달린 지가 어제 같은데, 도로 양편 가로수에 푸르름이 가시고 나뭇잎이 비를 맞아 처연한 모습으로 떨어지며 신작로에 뒹군다.

여행은 역시 국도로 다녀야 주변의 풍광도 즐기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쓸쓸한 생각이 들어 음악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자는 생각으로 핸드폰 속의 블루투스이어폰을 꺼내 귀에 넣고 핸드폰 유튜브에서 가을에 듣기 좋은 노래를 찾아 틀어 놓고 떠났다. 잔잔한 가을 노래를 27곡 정도 들었을까? 천년 동안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징검다리가 되어 준 농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KakaoTalk_20231009_094403863_07
진천 농다리 모습
농다리 양편에 마을이 없다. 그런데 왜 농다리가 여기에 있을까? 그 답은 초평호가 생기기 전인 옛 지도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초평저수지는 금강 지류인 미호천 상류의 저수지라고 해서 1949년 미호저수지로 축조됐는데, 저수용량을 늘리고 현대화하기 위해 1989년 현재의 초평댐을 완공해 만수면적 258ha(약 77만평)의 초평호가 생겨났다. 저수지가 생기기 전, 지금은 수몰된 지역에는 7개의 크고 작은 마을이 있었고 이 마을들에서 진천 읍내로 가는 지름길인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을 흐르는 세금천에 놓여 있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28호인 농다리(籠橋)가 있다.

농다리 동편의 작은 산줄기(살고개)만 넘으면 강줄기와 바로 연결되어 마을들을 이어주는 소로와 통했다. 1932년 발행된 향토지 『상산지(常山誌)』 [조선환여승람]의 기록에 의하면 '고려 초 임 장군이 축조하였다'고 기록돼있어 천여년 세월을 버텨온 돌다리라고 한다.

작은 돌을 물고기의 비늘 모양으로 쌓은 후 지네 모양을 본떠 28칸을 늘여 놓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살고개 일원에 미르숲 공원이 조성돼 있고 산책로와 하늘다리를 통해 근근이 옛길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다. 6세기 중엽 신라는 고구려 영역이던 지금의 진천(鎭川)을 차지하고 이곳에 만노군(萬弩郡)을 설치했다. 신라는 김유신(金庾信 595~673) 장군의 아버지 김서현(金舒玄, 564~?)을 태수로 보내게 됐는데, 김서현은 일찍이 지증왕의 손자이자 진흥왕의 동생인 숙흘종(肅訖宗)의 딸 만명공주(萬明公主 , 574~?)를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며 눈짓으로 꾀어 중매도 거치지 않고 야합해 만노군(萬弩郡)으로 만명도 함께 데려가려 했다. 그러나 서현과 만명이 서로 야합한 것을 알게 된 숙흘종은 분노해 딸을 별채에 가두고 사람들에게 지키게 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사랑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그날 밤, 난데없는 벼락이 쳐서 별채를 지키던 사람들이 놀라 정신없는 틈을 타서 만명은 창문으로 도망쳐 서현과 함께 만노군으로 떠났다고 한다.

김유신은 지금의 진천인 만노군에서 태어나 자랐고 그의 탄생지와 태(胎)를 묻은 태실(胎室)이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상계리 태령산성의 정상부에 있으며 자연석을 둥글게 기단으로 쌓고 주위에 돌담을 쌓았다. 어쩌면 김유신은 경상도 사투리가 아니라 충청도 사투리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황산벌'에 나오는 장면이 떠오른다. 신라의 대장군 김유신은 영화 중반까지 정체불명의 백제말, '거시기'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해 전전긍긍하지만, 결국 계백과 장기를 두며 거시기의 뜻을 파악하고, 비가 오는 날 투석기로 찰흙을 투척하는 전략을 통해 백제군을 격파한다. 이게 상당히 아이러니한데, 김유신이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곳이 충청도다.

어쩌면 충청도 사투리에 익숙할 법도 한데…그러나 아무리 같은 충청도라 해도 진천과 부여의 거리감에서 오는 사투리 차이는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농다리를 오가다 뒤편에 숨은 듯이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진 초평저수지로 향했다.

KakaoTalk_20231009_094403863_05
초평 저수지 모습
저수지 주변에는 좌대 낚시터를 안내하는 낚시 매점과 주차장이 있고 저수지에는 마치 동남아 수상가옥을 연상케 하는 좌대 낚시터들이 물에 떠 있다. 이곳은 조사(釣士)들에게는 전국 최고의 1등 붕어 낚시터로 알려져 있다. 당(唐)나라 때 시인 잠삼(岑參, 715∼770)의 어부(漁父)에 "竿頭釣絲長丈餘(간두조사장장여) 장대 끝 낚싯줄 길이는 한 장 남짓, 鼓예乘流無定居(고예승류무정거) 노 저으며 물결 타고 정처 없어라. 世人那得識深意(세인나득식심의) 세상 사람들 어찌 그 깊은 뜻 알랴. 此翁取適非取魚(차옹취적비취어)이 노인은 유유자적할 뿐 물고기 낚는 것 아님을."이라고 했고, 당(唐)나라 시대의 시선(詩仙) 이백(李白, 701 ~762)은 일찍이 "以虹霓爲絲(이홍예위사) 무지개를 낚싯줄로 삼고, 明月爲鉤(명월위구) 밝은 달을 낚시로 삼겠소." 『장자(莊子)』 [외물(外物)] 라고 하듯이 진정한 조사(釣士)는 고기를 잡고 안 잡고 떠나 물안개 자욱한 호수에 앉아 세월을 낚고 그 정취에만 젖어도 족할 만한 곳이 바로 초평저수지다.

아름다운 초평 저수지 주변에는 붕어마을이 있다. 이 붕어마을에 민물고기집들이 많이 있는데, 필자는 여러 집 중 '백년가게', '대를 이은 맛집'이라는 패가 붙어 있는 '단골집(충북 진천군 초평면 초평로)을 찾았다. 이 집은 비록 '백년가게'라는 패가 붙어 있지만, 대를 이은 집은 맞고 약 34년 정도 된 집이라 했다. 백년 그 이상 맛이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붕어찜 1인분을 시켰다.

KakaoTalk_20231009_094403863_01
단골집의 붕어찜 상차림
그런데 여주인은 1인분은 안 된다고 난색을 표한다. 조금 당황스럽다. 혼자 떠나는 맛있는 여행의 문제는 취재대상의 메뉴가 2인분이어야 주문이 가능할 때이다. 할 수 없이 '맛있는 여행' 작가니 부탁한다고 하니 그때 서야 "그냥 붕어찜 붕어 큰놈으로 한 마리 해드릴게요"라고 한다.

붕어요리 중에서도 붕어찜은 일찍부터 유명하여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와 『규합총서(閨閤叢書)』 등의 문헌에 붕어찜 만드는 법이 소개돼 있다. 이에 의하면 "큰 붕어를 통째로 비늘을 거슬러 칼로 등마루를 째어 속을 내고 어만두 소처럼 만들어 뱃속에 넣고 좋은 초 두어 술을 붓고 고기 입속에 백반(白礬) 조그마한 조각을 넣고 녹말을 생선 베어 구멍난 데 묻혀 실로 동여, 노구에 물을 자그마치 부어 만화(慢火:뭉근한 불)로 기름장에 끓이되 밀가루와 달걀을 푼다"고 돼 있다.

이처럼 붕어찜 맛은 필자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입맛이 까다로운 조선 21대 왕 영조(英祖)도 그 맛을 인정했다. 도제조 서명균(徐命均)이 "붕어찜 같은 것이 혹시 입맛에 맞을 재료가 되겠습니까?"라고 하니 "붕어찜이 맛있기는 하지만 나는 평상시 즐기지 않는다."『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라고 했다. 그뿐이 아니라 정조(正祖)는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진찬(進饌)에도 붕어찜을 올렸다. 『일성록(日省錄)』

이처럼 붕어찜은 왕의 수라에만 올라간 것이 아니라 관아는 물론 일반 백성들도 즐겨 먹는 보양식이다. 원안(延安)의 한 원님은 찐 붕어를 몹시 좋아해 하루에도 3·4차례 올리면 그때마다 비었다. 고을 사람들이 비웃으며 청사(廳舍) 벽에다 크게 쓰기를, "6년 동안 무슨 사업했는가, 한 못의 고기만 다 먹었네." 하였고, 별호를 붕어총 즉 붕어 무덤이라 했다.

KakaoTalk_20231009_094403863_02
붕어찜
조선 후기의 학자인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63)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호서의 제천현(堤川縣)의림지(義林池) 붕어는 먹으면 비린 맛이 없고 맛도 제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지만 의림지(義林池)에서는 낚시할 수도 없거니와 민물매운탕집도 없다. 지금은 진천 초평저수지 가을 붕어가 살이 통통한 것이 맛이 있다.

주문한 지 불과 20여분이 되니 붕어찜이 나왔다. 붕어찜 위에 양념이 배인 시래기와 잘 익은 얇은 조각 무 그리고 쫀득하고 얇게 빚은 수제비가 잘 어우러져 있고, 맛은 민물고기 특유의 흙내를 비롯한 잡내가 전혀 없다.

붕어찜 먹을 때 잘못하면 억센 가시 때문에 목에 걸리기도 하는데, 젓가락과 손가락을 적당히 이용해 살을 발라내면서 먹으면 가시 염려는 안 해도 될 만큼 잘 발라진다.

발라낸 붕어 살과 시래기를 함께 입에 넣으니 구수한 감칠맛이 어금니 밑의 침샘을 자극한다. 붕어찜의 붕어 한 마리를 알뜰하게 먹고, 시래기와 양념을 싸달라고 하니 포장을 해 줘 집으로 가져와 두 끼는 붕어찜 양념으로 해결했다.

KakaoTalk_20231009_094403863
단골집 1대 할머니께서 수제비 반죽을 치대는 모습
붕어찜 값을 계산하고 막 나오는데, 이 집의 1대 할머니가 민물매운탕이나 붕어찜에 넣을 수제비 반죽을 치대고 계신다. 필자는 우산을 쓰고 서서 빤히 눈앞에 장면을 보면서도 "할머니 뭐하고 계세요?" 하니 웃으시면서 "수제비 반죽 치대고 있어요"라고 하신다. 빈말이 아닌 "참 맛있어요"라고 하면서 '단골집'을 나왔다.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물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는 조사들을 보며 진천 '맛있는 여행"의 호사를 누려 본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온양온천역 더 깨끗하고, 더 편리하게"
  2. 세종의 산과 길을 걷고 기록하다… '세종산길 16' 발간
  3. 아산시, 노후주택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완료
  4. 잿더미서 다시 일어선 조일푸드…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5. 아산시, 어린이 활동공간 전방위 안전관리 나선다
  1. 아산시의회, 주요 현안사업장 6개소 찾아 추진상황 점검
  2. 9월 집중호우·습한 더위 발생 원인 '장마전선 위치'…20년간 213㎞ 북상
  3. 건양대병원·대전보훈병원, 호스피스의날 인식개선 캠페인 전개
  4.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5.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헤드라인 뉴스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서산공항 운명 가를 타당성 재조사, 서산시 경제·정책성 확보 총력

충남 서산시가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타당성 재조사에 본격 대응하며 사업 정상 추진을 위한 경제성과 정책성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산시는 서산공항 건설사업의 총사업비 증액에 따라 진행되는 타당성 재조사에서 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지역 발전 효과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충남도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번 재조사는 서산공항 건설사업비가 기존 484억 원에서 899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추진됐다. 국토교통부는 8월 기획예산처에 타당성 재조사를 요청했으며, 기획예산처는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금강유역 물관리·소방 역량 결집… 재난 대응망 강화

기후위기 시대 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물관리와 소방 전문기관이 손을 맞잡았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금강유역본부(본부장 이종식)는 23일 전북 전주시 본부에서 전북소방본부(본부장 진형민)와 위기대응 공동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집중호우와 태풍, 대형화재 등 재난 양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양 기관이 보유한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연계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재난 발생 시 물관리 전문기관의 시설과 자원을 소방 대응체계에 적극 활용하는 데 있다. 우선 시설물의 안정적인..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20년째 제자리 성남중 설립…대전 동구의회 대책 촉구

대전 동구 성남동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학교 설립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통학권 보장과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중학교 설립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23일 대전 동구의회에 따르면, 이지현 의원은 제29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성남동 지역 학생들의 통학 여건 개선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성남중 설립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이번 건의안은 2004년 성남동 구성지구에 중학교 학교용지가 계획된 이후 20년 넘게 학교 설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속되고 있는 주민들의 교육환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