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늦은 단풍과 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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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늦은 단풍과 계몽

문제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연구본부 책임연구원

  • 승인 2023-11-02 16:50
  • 신문게재 2023-11-0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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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연구본부 책임연구원
그 더웠던 여름이 물러났다. 그리고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함께하는 가을이 왔다. 가을하면 떠오르는 여러 심상과 사물 중에서 단풍은 단연 으뜸이다. 단풍의 고운 색과 하늘의 파란색은 함께 어울려 더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던져준다. 단풍은 은유이기도 하고 오감 체험이 가능한 물체이기도 하다. 국내 날씨 관련 기업 중 한 곳인 케이웨더에 의하면 지리산의 첫 단풍 등장 시기는 30년 전보다 11일이나 늦춰졌다고 한다. 1990년대의 10월 평균기온과 비교해 현재의 10월 온도는 약 0.5℃ 상승했다. 따뜻해진 기후가 늦은 단풍의 이유인 셈이다.

1958년에 하와이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의 찰스 켈링(Charles Keeling)은 누적된 다량의 측정자료에 근거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 증가와 기온상승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10ppm(ppm·part per million·100만 분의 1) 증가하면 기온이 0.1℃ 상승한다. 산업혁명 이전 대기 중의 CO2 농도는 280ppm이었고 최근에는 420ppm에 도달했으니 지구는 그사이에 1.4℃ 뜨거워졌다. 1980년대 들어 지구온난화 및 CO2 농도와의 상관관계는 매우 명확해졌다. 인위적인 기후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의 배출을 억제·규제하기 위한 국제협약들이 등장했다. 1992년에 처음으로 브라질 리우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됐고 이후에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연달아 채택됐다. 가장 최근의 파리협약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현대의 모든 제조, 운송, 식량, 발전, 인프라 산업은 직·간접적으로 화석연료에 강하게 속박돼 있기에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법으로 강제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각 나라들은 자국의 생산과 경제를 위해 기후협약 사항 앞에서 여러 가지 꾀를 부리고 심지어 과감하게 탈퇴하기도 한다. 파리협약의 기온상승 억제가 지켜지지 않으면 오랫동안 지구의 민감한 기후 균형을 유지해온 음양의 피드백이 작동 불능이 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나게 된다. 티핑포인트를 지나면 불가역 환경적인 상황들이 발생한다. 극지대의 얼음이 녹고 영구동토가 해빙돼 온실가스인 메탄이 다량 방출되고 해류가 변화하기 시작해 걷잡을 수 없는 기후 교란이 거듭되고 생태계는 재앙을 맞이하게 된다.

마케팅에서는 새로운 제품이 대중에게 수용돼 매출이 활성화되기 이전까지의 침체기를 캐즘(chasm)이라 일컫는다. 동일하게 대부분의 나라들은 화석연료 포기, 신재생에너지 수용, 적극적인 소비절감이라는 옳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캐즘에 빠져 있다. 단기적 이익과 익숙한 편의로부터 이별이 두려운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에 관련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산업계의 이런저런 이유와 반발로 훼손되고 있다. 또 선거주기의 단시간에 전시(展示)를 만들어 자리를 유지하려는 정치인들에게 기후협약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귀찮은 토픽임이 틀림없다. 심지어 온실가스 방출 억제를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여기는 기괴한 시각도 있다.



지구 온도는 대략 4만 년을 주기로 냉온(冷溫)을 반복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이후 80년이 되지 않은 짧은 기간 사이에 지구는 너무나 급속하게 뜨거워졌다. 하지만, 지구 생태계는 이렇게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기온상승 억제 협약에는 생존을 위한 인류 공동체의 긴박함이 내재하고 있다. 인간은 계몽으로 신화를 극복하고 자연현상을 이용해 진보를 이룩했다. 그 진보는 이제 신화다. 우리는 이 신화를 극복하고 다시 계몽해야 한다. 기후 온난화는 이미 우리 문 앞에 바로 와있다. 생태계와 후손에게 몹쓸 짓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연구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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