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탄소를 적게, 오래, 다시 쓰기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탄소를 적게, 오래, 다시 쓰기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 승인 2023-11-09 15:02
  • 신문게재 2023-11-10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장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요즘 산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키워드는 ESG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4월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에서 처음 등장한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특히 '환경'은 기업의 경영과정에서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하며 사용하는 자원이나 에너지, 발생하는 쓰레기와 폐기물의 양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ESG는 기업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고 있으며, 특히 벤처기업 투자사 및 금융기관 등 세계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결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사실 ESG 시대가 부상한 것은 기후변화 및 코로나19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아직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세계적 재난 상황 속에서 환경문제 및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은 지금까지 없었던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다.

원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국내의 화학산업은 석유자원의 고갈 문제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 폐플라스틱 발생 등으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화학산업은 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핵심소재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산업연구원 분류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 정밀화학산업, 고무 및 플라스틱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원유 정제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석유화학제품은 분해가 어려워서 폐기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산업에서 원유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한 화학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즉 탄소순환이 가능한 자원을 이용하거나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유용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2022년 미화 약 500억 달러를 천연가스 구매에 지출했을 정도로 해외 에너지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현실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과 함께 에너지·자원고갈에 따른 어려움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각을 넘어 고탄소 산업생태계의 파괴적 혁신과 순환경제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기술혁신이 절실하다. ESG 경영 역시 기술혁신부터 시작돼야 하며, 탄소의 효율적 사용, 재순환에 이르는 전주기를 고려한 전략수립과 공감대도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탄소를 함유한 화학제품은 유용하게 사용되는 한편, 제조 과정 등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이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환경오염은 산업의 발달과 함께 심화되고 있는데, 기후변화와도 연관된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쌓이고 있다. 특히 대기 중에는 산업현장이나 화력발전소, 자동차 및 선박 등에서 발생한 오염물질들이 온실가스, 미세먼지를 형성하기도 하고, 그 중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은 기후변화를 유발한다. 일례로 환경 문제는 지역 범위에서는 악취, 국가 범위에서는 미세먼지,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는 온실가스 등의 형태로 보이는 광범위하고 복잡한 이슈다.



우리나라는 수입한 원유로부터 증류 과정을 거쳐 휘발유·경유·등유와 같은 연료와 함께, 석유화학 원료를 제조할 수 있는 납사(탄소 덩어리, 끓는점 100~180℃)를 확보하고 있다. 납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합성섬유 제품을 만드는 기초원료가 되고 있다. 따라서 화학제품을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원유 수입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탄소가 주성분인 화학제품은 제조하고 사용 후 폐기할 때까지 어떠한 형태로든 폐기물이 발생해 지구환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과정이 동반되는 탄소 함유 화학제품에 대해 적게, 오래, 다시 쓰기를 생활화해 최종적으로는 탄소 유입, 즉 원유 수입이 감소하게 해야 한다. 이것은 화학뿐 아니라 과학기술이 함께 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으며, 과학적인 방법을 총동원한다면 분명 적합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최근 이산화탄소, 폐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해 순환경제 구축에 기여하려는 노력들이 활발하며, 이는 자원 및 에너지 절약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기술과 함께 논의되고 있다. 특히 정부출연연구소를 비롯한 과학계에서는 '순환경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더욱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2.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3. 대전 유성 노인회서 견학갔다가 80대 실종 9일째…인력 600여명 투입 '희망을'
  4.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5.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1.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2.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3. 대전A고 학교운영위원장 교권침해? 24일 '교보위' 촉각
  4.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5. [S석 한컷]서포터석에서 탐탐이 치는 K-리그 기자! 음치-박치-엇박자 서포터 현장팀 체험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