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수학을 업으로 사는 연구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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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수학을 업으로 사는 연구자의 삶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승인 2023-11-23 17:10
  • 신문게재 2023-11-24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저는 어쩌면 복 있고 행복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에는 자신의 적성이나 꿈과는 다른 직장을 다니며 항상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저는 평생을 업으로 여기는 것을 직장에서 제 업무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저는 업을 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꿈꿔 왔던 수학자의 길을 가기 위해 대학과 대학원에서 수학에 대한 이론들을 배우면서 그 이론들을 개척한 뉴턴이나 힐베르트 등 위대한 수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동경했습니다. 30대에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로는 그런 학자들이 되고자 새롭고 가치 있는 이론들을 만들고자 노력했으며 논문이나 보고서 등을 통해 저의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저도 하늘의 뜻에 저의 운명을 순응시킬 줄 아는 지천명의 나이인 50대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후세에 의해 평가된 기존의 1, 2, 3차 산업혁명과는 달리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스스로가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밀하고 고도하게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은 우리 삶의 모든 곳에서 데이터를 생성 가능케 하고, AI는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활동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이제 미래를 선도할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턴이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빅데이터와 인간처럼 사고하고 인지하는 기계(또는 기술)인 AI를 결합시켜 4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원동력은 AI가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하고 인지적 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한 수학에 있으며, 더 자세히는 미분의 적용에 있습니다.

미분은 뉴턴이 변화의 정도를 수량으로 표현하기 위해 만든 수학적 도구입니다. 뉴턴은 자연현상에서 '물체는 왜 움직이며 변화는 왜 일어날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고자 노력해 움직임에 대한 현상을 '질량을 갖는 물체의 변화는 그 물체에 작용되는 힘과 비례한다'라는 운동 법칙을 통해 설명했습니다.

프린키피아를 통해 변화의 정도를 수학적으로 나타내는 미분의 발표는 과학적 전개 방식과 사고의 패러다임에 대해 혁명적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일의 과정을 작용하는 힘과 에너지와 관계로 이해함으로써 발생한 산업혁명들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프린키피아 이전의 과학적 전개는 자연에서 관찰에 의해서 얻어진 일정한 패턴이나 현상에 대해서 가설을 세우기 폭넓은 실험과 관찰을 통하여 가설이 입증되면 그 가설을 이론으로 받아들이는 귀납적(경험적) 전개로 이루어지기에 가설을 뒤엎는 사례가 발견되면 이론이 틀리게 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린키피아의 발표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자연현상을 관찰이나 실험에 의해서 연구하지 않고, 현상에 관련된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수식(방정식)으로 표현이고, 그 수식을 통하여 현상을 분석하고 연구하여 이론을 만들어가는 연역적(논리적) 전개로 이루어지게 됐습니다.



AI에 의해서 수학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에서 우리나라 사정은 암울하기만 한 듯합니다. 얼마 전 지방대에 강연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실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방의 우수 대학으로서 학생들 취업도 잘되던 대학이 이제는 학과 정원이 100명이 안되고 교수도 5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을 유치하고자 학과의 이름도 바꾸었다고 합니다.

미래의 발전과 후세의 학문적 연구에 도움을 주는 '미분'의 발명과 같은 업적은 학자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꿈이지만, 이론의 개발뿐만 아니라 후배들이 자유롭게 연구에 몰두해 자신들의 꿈을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이론 못지않게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을 업으로 여기며 살아온 중견연구자로서 지방대학의 수학과 폐쇄나 축소 그리고 제한된 연구비 등 열약한 연구환경에 처한 후배들을 위해선 더더욱 필요한 책임이라고 여깁니다. 저도 이제 봉황이 날다 쉴 수 있는 오동나무를 심고자 합니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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