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엘라 피츠제럴드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엘라 피츠제럴드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 승인 2024-02-07 17:17
  • 신문게재 2024-02-08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조부연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필자는 디자이너에 가까운 도예가다. 맞춤한 이름이 있는데 '도자 디자이너'라고 한다. 작품이 꼭 상품 같다. 백화점 그릇 코너에 가면 볼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든다. 도자기로 이런저런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많다. 최근에 광주에 사는 젊은 유통업자가 강아지 식기 디자인을 의뢰했다. 두 달여 만에 시제품을 완성했는데, 반응이 꽤 좋은 모양이다.

요즘은 수원의 족발집을 개업하려는 젊은 자영업자에게 보낼 내열 찜기 디자인이 한창이다. 필자는 디자인하고 시제품만 만든다.

어쩌다 글 쓰는 일까지 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대전예술 미술 분야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짧은 글들을 요청받아 쓴다. 요즘 글쓰기가 어렵다. 글은 엉덩이로 쓰고 글쓰기는 체력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무엇보다 집중하기 어렵다. 진득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몰입해도 모자랄 판에 자꾸만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 요즘은 쓰고 싶은 글보다 써야만 하는 글들이 많다. 정작 여러 해 준비 중인 필자 이름을 내건 도자기 실용서 집필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래서 신나지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며칠 놀기로 했다.

지난 주말과 휴일에 모처럼 휴식을 가졌다. 물론 집 콕을 선택했다. 잘 먹고 푹 쉬며 가벼운 소설을 읽는 주말을 계획했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70 Essential Hits' 3장을 CD플레이어에 걸고 볼륨을 낮춰 반복 재생했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코의 <백조와 박쥐>와 카르스덴 두세의 <명상 살인>, 두 권의 소설을 쉬엄쉬엄 읽으며 틈틈이 의뢰받은 원고의 초안도 타이핑했다.

여성 재즈 보컬을 아주아주 좋아한다. 빌리 홀리데이, 사라 본, 엘라 피츠제럴드, 재즈계의 3대 디바로 불린다. 그중 최애는 엘라 피츠제럴드(1917~1996)다. 스윙 풍의 재즈가 좋아 엘라의 음반을 사들였다. 우울한 저녁, 어깨춤이 추고 싶으면 그녀의 'Cheek To Cheek'을 듣는다.

엘라의 노래 중에는 계절을 찬양한 노래가 무척 많다. '엘라가 노래하는 사랑의 계절들'이란 플레이 리스트가 있을 정도다. 미스티, 섬머타임,셉템버 송 등등. 그중에 "September Song"을 가장 좋아한다. 이 곡은 많은 가수가 불렀지만 엘라의 버전이 가장 유명하다. 이 곡은 사랑에 빠진 여인이 사랑하는 이와 보낸 꿈 같은 며칠을 노래한 러브송이다.

감미롭다. 엘라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약간의 쇳소리가 섞인 비브라토가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풍성하다. 엘라의 음색은 저음에서부터 고음까지 폭이 넓다. 특히 엘라의 저음은 마치 부드러운 솜털로 만들어져 내 몸에 딱 맞는 베개를 베고 잠든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녀의 고음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청량함이 있다.

3분 43초의 짧은 "September Song"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다. 곡의 마지막 후렴구에서 점점 줄어드는 9월을 안타까워하는 대목이다. 가사도 좋지만, 멜로디가 가슴을 저민다. 9월이 지나면 10월인데, 11월로 건너뛴다. 이게 신의 한 수다. 너무나 애절하게 'September'를 부르짖는다. 그리고 허탈하게 'November'를 노래한다. 아마도 'October'라고 했다면 이 곡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다.

"Oh, the days dwindle down to a precious few September, November" "오!, 그 많던 나날들이 점점 줄어드네요. 조금 남은 9월 그리고 곧 11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국방 과학수도 날개단다
  2. [맛있는 여행] 116-연꽃이 아름다운 관곡지(官谷池)의 건강한 밥상
  3. [우리동네 정비사업] 대전 대표 노후지 대덕구, 사업성 악화로 상당수 정비사업 '제동'
  4. [편집국에서]대한민국 축구와 민선9기 대전시
  5. "논쟁 휘둘려 기회 놓치면 안돼"…연내 특별법 제정 역량결집 시급
  1. [현장취재]크리스천리더스클럽, 제주헤리티지로 비전트립 다녀오다
  2. [월요논단] '온통대전'을 넘어, 시민이 설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3.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단재도 서포도 백호도…대전만 낯선 지역의 인문자산
  4.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5.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헤드라인 뉴스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 공공기관 이전 앞두고 민선 9기 대전시 역량 시험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발전에 견인할 핵심 공기업 유치를 위한 대전시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철저히 배제된 만큼, 혁신도시 완성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도심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20일 지역 정치권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2차 공공기관 이전 내용을 발표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실무적인 부분은 상당 부분 진행됐고, 가능하면 8월이나 늦어도 9월까지는 윤곽을 마련해 대통령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한화, 불펜 흔들리고 중심타선 공백…후반기 전력 어쩌나

후반기 반등을 노리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전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불펜이 흔들리며 마운드 운영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 선발진 재정비에 나섰지만, 중심타선마저 부상 악재를 맞으며 전력 운용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가 후반기 첫 과제로 떠오른 숙제는 불펜이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후반기 첫 4연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장면을 반복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19일 경기에서는 8-1로 앞서던 승부를 지키지 못한 채 연장 11회 9-9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의 한·미 통산 25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인선 논란 증폭…박수현 지사 인사 잡음 잇따라

박수현 충남지사의 취임 이후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정무부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과 민선 9기 도정 첫 조직개편에 대한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임용 절차를 놓고 노동조합이 특정 자격 미달 인사를 위한 '맞춤형 규정 개정' 의혹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다. 지역 시민사회에 이어 공직사회와 산하기관 노동조합까지 잇따라 인사와 조직 운영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면서 박 지사의 첫 인선 기조가 연이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남문화관광재단지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충남도와 재단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함께 지킨 자유, 영원한 감사’

  •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전통시장에 바람이 솔솔…‘시원하게 장보세요’

  •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장마 주춤한 사이 활짝 핀 개망초

  •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 무더위 피해 서점에서 북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