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파리 올림픽 중계를 시청하면서 가진 몇 가지 단상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파리 올림픽 중계를 시청하면서 가진 몇 가지 단상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 승인 2024-08-05 14:39
  • 신문게재 2024-08-06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112001001576700062641
박양진 교수
반환점을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 연일 전해오는 반가운 소식이 유례없는 무더위를 견디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 가운데 메달 획득의 효자(효녀) 종목은 역시 양궁이고, 오랫동안 남녀 양궁에서 강세를 보이는 대한민국 선수단에 대하여 여러 가지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고 주장하고, 대표적인 명궁으로 사서에 기록된 부여의 동명과 고구려의 주몽 등이 느닷없이 소환되고 있다. 하지만 70m 사거리에 있는 과녁 가운데의 지름 12.2㎝ 10점짜리는커녕 122㎝ 크기의 과녁조차 맞힐 수 있는 우리 국민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일반인은 화살을 과녁 근처까지 쏘거나 심지어 양궁의 시위를 끝까지 당기기도 쉽지 않다는 경험담이 많다.

중국의 고대 문헌에서도 명궁에 대한 기록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10개의 태양 가운데 9개를 쏘아서 떨어뜨렸다는 신화의 주인공으로서 날아가는 새도 맞추었다는 궁술의 선인 후예가 있고, 백 걸음 밖에서도 '백발백중'했다는 사자성어의 주인공인 남중국 초나라의 양유기(養由基)도 있다. 하지만 역대 올림픽 양궁에서 그동안 중국이 획득한 금메달은 단 1개에 불과하다.

올림픽 양궁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로서 민족적 특징이나 심지어 DNA를 언급하는 것은 메달을 딴 선수 개개인의 피땀 어린 노력과 훌륭한 성과를 폄훼하는 언사이다.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이런 뛰어난 능력을 갖춘 선수들을 선발하고 양성하는 양궁 종목의 수월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대항전의 형태로 치러지고 있는 올림픽 종목에서의 성적을 국가적, 민족적, 또는 인종적 특징으로 단순하게 환원시키는 것은 고정관념이나 인종주의적 편견을 은근히 조장하는 일이다. 우리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평소 주장하는 것과 이번 올림픽의 총·칼·활 등과 격투기 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로 당연하다.

그런데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자신의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그 영예와 성취감은 개인 종목에서 거둔 성과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골프와 테니스 등은 대표적인 개인 대항 경기라고 할 수 있다. LPGA에서 21차례 우승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골프의 여제 박인비는 리우올림픽에서 116년 만에 골프가 부활하자 금메달을 딸 수 있었고, 시상식에서 애국가 연주를 들은 것이 최고의 감동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테니스계의 간판스타인 세르비아의 조코비치는 그랜드슬램에서 가장 많은 24차례나 우승하고 세계랭킹 1위에 13년에 걸쳐 428주 동안이나 머문 기록을 가지고 있다. 마침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남자 단식에서 우승하면서 드디어 커리어 골든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올림픽은 4년에 한 차례 열리기 때문에 실력과 함께 행운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한편, 파리 올림픽의 개막식을 보면서 우리나라를 북한으로 호칭한 명백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그 기획의 참신성과 창의성에 감탄한 바 있다. 기왕의 개막식은 모든 행사가 주경기장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면, 파리 올림픽의 개막식은 그 무대를 파리 시내 전역으로 확대하여 시간과 공간을 과감하게 분리하는 새로운 기획을 보여주었다.

각국 선수단은 특정 장소에 입장하는 것이 아니라 배를 타고 센강을 순서대로 지나가는 앞뒤가 열린 형태였다. 이들의 행진 사이사이에는 그랑 팔레, 루브르 박물관, 에펠 탑 등 파리의 명소를 무대로 해서 자유, 평등, 박애, 연대 등 12개 주제의 공연이 배치되었다. 열기구 형태의 성화는 화석 연료 대신 전기를 사용하고 주경기장이 아닌 튈르리 정원에 설치되었다. 개막식의 마지막도 관중과 분리되어 에펠 탑의 오륜 마크 아래 설치된 특설 무대에서 셀린 디온이 '사랑의 찬가'를 열창하면서 마무리되었다. 한 장소에 모여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던 과거의 형태에서 과감히 벗어난 이번 개막식은 그 파격적 형식과 다양한 내용에서 혁명적인 참신함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자 현충원 참배! 허태정 방명록에 남긴 말은?
  2. 대전농협-보라미봉사단, 농촌 일손돕기 볼사활동 진행
  3. 장기수 천안시장 당선인, "시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고 시민과 함께 미래 열 것"
  4. 소비자원-정수기 사업자정례협의체, 학교 정수기 안전 사용 캠페인 진행
  5. [한화에어로 참사] "더는 일터에서 목숨 잃지 않길"…합동분향소 조문 잇달아
  1. 세종시 '탄소중립' 이벤트, 13일까지 지속… 어디로 가볼까?
  2. 오석진 당선인 첫 공식 행보는 '애도'
  3. 농식품부, 범정부 협력으로 농어촌 삶의 질 높인다
  4. 대전 갑천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3년 기념미사…준설계획엔 공동대응
  5. 690g 초미숙아, 세종서 100일간 치료 끝 퇴원 앞둬

헤드라인 뉴스


간호사 출신 보건소 공무원이 투표소서 쓰러진 60대 남성 구해

간호사 출신 보건소 공무원이 투표소서 쓰러진 60대 남성 구해

6월 3일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진 시민을 응급처치로 구해낸 보건소 공무원이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투표관리관이었던 천안시서북구보건소 신미숙 의약팀장은 선거 당일 오전 7시 54분께 백석동 제6투표소(천안백석1차아이파트 1층 주민회의실)에 설치된 기표소에서 60대 남성이 누워있는 상황을 목격했다. 단국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험이 있던 신 팀장은 쓰러진 남성이 의식이 없고, 맥박이 뛰지 않는다고 판단해 곧바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남성의 호흡은 조금씩 되찾았고, 1..

`늑구를 찾아봐` 재개장 대전오월드 관람객들에 새로운 재미
'늑구를 찾아봐' 재개장 대전오월드 관람객들에 새로운 재미

늑구 탈출 사고로 운영을 중단했던 대전 오월드가 약 두 달간의 시설 보완을 마치고 6월 5일 재개장했다. 오월드 측은 동물 보호 차원에서 사육 중인 14마리의 늑대 가운데 어느 개체가 탈출했던 '늑구'인지 식별할 수 있는 별도 표식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늑대 사파리 앞에 늑구의 사진과 함께 다른 늑대와 구별할 수 있는 외형적 특징이 소개된 '늑구를 찾아봐'라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안내판에 따르면 늑구는 다른 개체보다 체격이 크고 미간에 두 줄의 선이 있으며 꼬리에 검은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재개장 이후 SNS에도 늑대 사..

공캠 `청춘 야장`의 밤거리… 세종시민 갈증 해소
공캠 '청춘 야장'의 밤거리… 세종시민 갈증 해소

2024년 9월 개교한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와 그 일대가 홍대 거리 못잖은 번화가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1000명 안팎의 재학생 규모와 주변 환경으로 본 현재는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다. 외곽순환도로(차량 1분)와 비알티(BRT) 정류장(도보 3분), KTX 오송역(버스 18분) 접근성이 좋을 뿐, 대학생들이 머물만한 공간은 전무하다. 당장 '외딴 섬', '유령 캠퍼스'란 오명을 씻어내고, 지역 주민과 한데 어우러지는 장부터 만들어내는 게 숙제로 남아 있다. 캠퍼스 도서관(학술문화지원센터)을 개방하고 책을 대여해주는 시도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 분주한 개표소 분주한 개표소

  •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당선 ‘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