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3개의 거울과 걸견폐요(桀犬吠堯)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3개의 거울과 걸견폐요(桀犬吠堯)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2-14 14:0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나라가 혼란하지 않고 백성이 편안한 태평성대가 있기나 한 것일까? 중국에서는 태평성세로 표기한다고 한다. 중국 또는 유교에서는 요순(堯舜)시대를 가장 이상적인 태평성대로 본다. 이후에도 시대별로 태평성대라 일컬을만한 시대가 여럿 회자된다. 과문한 탓이겠으나, 상대적으로 이상세계에 가깝다는 표현이지 이상세계에 훨씬 못 미친다는 생각이다. 갈등과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집단 또는 개인 간의 문제만이 아니어서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조차 늘 갈등과 다툼으로 대립한다. 한편, 갈등, 대립, 경쟁, 불균형, 싸움 등이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태평성대는 그저 이상일 뿐, 반대편 그들 모두가 삶의 동반자 아닐까?

김후 저 《불멸의 제왕들》 3부 지혜 편에 의하면 "일반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정관의 치(貞觀之治)', 측천무후(測天武后)의 '무주의 치(武周之治)', 당 현종의 '개원의 치(開元之治)'로 이어지는 1세기 남짓한 기간이 중국 역사상 가장 융성했던 황금시대였다."고 한다. 정관, 측전, 무주는 연호이다. 태평성대로 치부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태평성대로 볼 만한 시기는 셋 모두 길지 않다. 그나마 백성입장에서 이고, 권력자 사이에서는 극렬한 권력 투쟁과 피비린내 나는 숙청이 이어진다. 비정상적 수단으로 권력을 장악했다는 말이다. 이세민은 지용덕(智勇德)을 겸비한 명장으로 당나라 최고의 개국공신이다. 2천년 중국 왕조사에서 최고의 현군으로 꼽히지만, 이른바 '현무문 정변'으로 형과 아우를 살해하여 효수하고, 두 달 후 선왕 이연으로부터 양위 받는다. 측천무후는 이세민의 후손 대부분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권력 찬탈과 유지를 위해 자기의 친자도 차례로 살해 한다. 6대 황제인 현종 이융기(李隆基)는 반란을 일으켜 할머니의 무씨 가문 일파와 어머니 위씨 가문 일파 대부분을 참살하고 아버지를 황위에 복귀시킨다. 적장자가 아니었으나 형의 양보로 황태자가 되었으며, 즉위하자마자 고모 태평공주와 권력다툼 하여 그를 숙청한다. 정통성에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도 종종 벌인다.

실질적인 태평성대였는지 의문도 의문이지만, 존속 살해 같은 권력다툼과 폭정에 관계없이 업적으로만 평가해야 하는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통성 논란의 극복이나 비위를 막기 위해 선정을 베푼 측면도 있다.



성군이라는 당태종의 치세가 후세에 귀감이 되어 동아시아 제왕학의 교과서로 꼽힌다. 당태종의 실록에서 뽑아 만든《정관정요》는 신하와 나눈 일종의 정치대담집이다. 책에 등장하는 이세민의 신하가 45명에 이른다. 그 중 가장 아꼈던 신하가 위징(魏徵)이라 읽힌다.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위징이 죽자, 거울 하나를 잃었다며 탄식한 말이다.

"구리로 거울삼아 의관을 바로잡고, 옛일을 거울삼아 흥망성쇠를 알 게 되며, 다른 사람을 거울삼아 득실을 안다.(以銅爲鑑 可正依冠 以古爲鑑 可知興替 以人爲鑑 可明得失" 3개의 거울을 제시하고 있다. 그 3개의 거울 중에 하나를 잃었다며 한탄한 것이다. 하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거울이다. 용모 살피는데 사용하지만, 숨은 뜻은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다. 성찰이다. 두 번째 거울은 지난 일을 살피는 것이다. 역사의 거울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과 비슷하다. 역사로 미래를 준비한다. 세 번째 거울은 다른 사람이다. 이웃이 모두 스승이란 의미다. 좋은 것은 본 받아 배우고, 나쁜 것은 고쳐서 배울 일이다. 역사의 거울은 시공을 초월한 다른 사람을, 이웃은 사람 뿐 아니라 자연이라 볼 수도 있겠다. 늘 강조해왔듯 우리는 자연, 사람, 자신과의 만남에서 배움을 얻는다. 세 가지 거울에 늘 비춰봄으로서 바르게 갈 수 있다.

때때로 거울보고 외모 단장은 해도, 마음은 비춰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 비난은 해도 자신을 돌아보진 않는다. 패망의 역사는 강조하면서 미래는 준비하지 않는다. 태평성대를 비춰봐야 할 것 아닌가? 맹목적으로 그저 짖어대지나 않는지 거울에 비춰볼 일이다.

걸견폐요(桀犬吠堯)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史記》<회음후편(淮陰侯篇)>에 나오는 "도척(盜?)의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짖는다(?之狗吠堯)"는 말이 후세에 바뀐 것이다. 직역하면 하나라의 폭군 걸왕의 개가 성군인 요임금을 보고 짖는다는 것이다. 요임금이 어질지 않아서가 아니라 개는 주인이 아니면 짖는다. 선악에 관계없이 강한 충성심을 보여, 상대가 아무리 훌륭하고 바르더라도 주인 위해 개는 막무가내 짖기도 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2.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3.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4.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5.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1.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2.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3. ‘몸짱을 위해’
  4.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5. 세종시 싱싱장터 납품업체 위생 상태 '양호'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