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맞선 老화백의 '라스트 댄스'… 지켜준 30년 우정

  • 문화
  • 공연/전시

병마와 맞선 老화백의 '라스트 댄스'… 지켜준 30년 우정

4월 3일 민동기 화백 고별전 '바람소리Ⅱ' 개최
대전 '명보회' 회원들 마음모아 고별전 준비해
"병마 이겨낸 승리자 찬사…민 화백 전시 축하"

  • 승인 2025-03-26 16:34
  • 수정 2025-03-27 10:30
  • 신문게재 2025-03-27 1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50326_103553824_03
34년간 이어져온 '명보회'는 '명절 전날 보문산에 가는 모임'의 줄임말이다. 이름대로 매년 설과 추석 그리고 칠월칠석 총 세 번은 꼭 만나며 회원들의 삶과 함께 해왔다. 칠월칠석 무더운 여름날 임영진 성심당 회장의 생일을 기념해 명보회 회원이 모여 생일을 축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부터 민동기 화백, 유정열, 이광수, 이영배, 임영진, 김기홍)./사진=명보회 제공
30여 년 간 우정을 쌓아온 지인들이 은퇴를 앞둔 70대 시각장애 노(老) 화백의 고별전을 열어줘 감동을 주고 있다.

더 이상 붓을 들 수 없는 예술가의 아름다운 '라스트 댄스'를 위해 만든 무대로 더욱 뜻깊게 다가오고 있다.

26일 취재에 따르면 민동기 작가의 고별전 '바람소리Ⅱ'가 4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대전 중구문화원에서 열린다.

이번 고별전은 민 작가의 지난 40여 년간의 예술 여정을 되돌아보는 자리로, 그의 지인들이 존경심을 담아 직접 마련한 특별한 행사다. 이 고별전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한 예술가의 인생을 기리며 그가 남긴 예술혼을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시작은 '명보회'였다. 명보회는 '명절 전날 보문산에 가는 모임'을 줄인 말로, 34년간 이어져 온 사모임이다. 임영진 성심당 회장과 정갑용 한국그린전력 회장 등이 활동하는 이 모임은 이름대로 매년 설과 추석 그리고 칠월칠석 총 세 번은 꼭 만난다. 이들이 모여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학연으로 이어진 이들끼리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곁들이며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 모임의 일원인 민 작가는 최근 들어 급격히 몸이 안 좋아졌다. 70세 나이지만 녹내장으로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으면서 더는 캔버스 앞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수십 년 동안 그의 작품활동을 지켜보고 응원해 온 명보회 회원들에게 이러한 투병에 의한 불가피한 작품활동의 중단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이에 지난해 칠월칠석 모임에서 명보회 회원들은 민 작가의 고별전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고, 그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 이번 전시가 탄생하게 됐다.

이번 전시를 추진한 박금옥 대전장애인스킨스쿠버연맹 회장은 "민 작가님께서 건강 문제로 작품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그의 미술 일생을 담은 마지막 전시를 열게 됐다"며 "돌아가신 후보다 살아계실 때 이러한 의미 있는 전시를 준비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깊다고 생각돼 고별전으로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KakaoTalk_20250326_103553824_01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민동기 작가./사진=명보회 제공
민 작가는 그동안 강렬한 색감과 자연의 순리를 담은 감성적인 작품들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의 작품은 40년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생명력과 열정이 느껴진다. 특히 파란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일렁이는 호수의 물결이 담긴 그의 수채화는 보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미술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이번 전시는 민 작가의 스무번째 개인전이자 2021년 열렸던 개인전 '바람소리'의 후속 전시다. 총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각 작품의 크기는 20호로 웅장한 그림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덕일 대전중구문화원장은 축사를 통해 "힘든 역경 속에서도 병마와 싸워가며 삶을 버텨낸 승리자가 바로 민동기 선생"이라며 "미술인들을 위해 세운 공로를 알기에 이번 전시회에 뜻깊은 찬사를 보내며 어려움 속을 헤쳐 나온 희망찬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민 작가는 전시를 앞두고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아픈 중에도 따스한 봄날에 전시를 준비하며 활력을 되찾았다"며 "특별한 고별전이라는 선물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최화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형 라이즈' 13개대학 643억 투입 83개 과제별 사업 수행
  2. 대선정국 도심단절 철도 도로 입체화 관철시급
  3. 이재명, 사법 리스크 극복하고 세 번째 대권 도전 성공할까
  4. 대전 기간제 교사 5년간 400여명 늘었다… 정교사는 감소세
  5. SKT 유심교체 첫날, 대전 대리점 곳곳 긴 줄… 노년층 혼란 극심
  1. [기고] 대전·충남 통합의 과제와 전망
  2. 대전 당원 만난 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
  3. 유심 교체의 긴 줄
  4. 늘봄학교 이후 수입 줄어… 설자리 잃은 방과후 강사들
  5. [홍석환의 3분 경영] 잃어버린 나

헤드라인 뉴스


대전 토끼봉에 일제 방공호 2개 "길목에 만든 일본군 참호"

대전 토끼봉에 일제 방공호 2개 "길목에 만든 일본군 참호"

대전에서 충북 옥천을 잇고 한때는 청주 방향으로 분기하던 교통 요충지에서 일제강점기 방공호 동굴 2개가 추가로 확인됐다. 밖에서 동굴 입구가 보이지 않도록 벽을 세워 숨겼고, 산봉우리 아래 4개의 동굴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팠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대전 동구 신상동 오리골마을에서 만난 송정의(91) 옹은 벚꽃길로 유명한 회남로 주변에 일제강점기 조성된 동굴에 대해 증언했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이 마을 역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하 방공호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곳은 1975년 대청댐이 준공되어 수몰되기 전에는..

5월 충북 1448세대 분양… 대전·세종·충남 분양 없어
5월 충북 1448세대 분양… 대전·세종·충남 분양 없어

충청권 내 5월 아파트 분양은 1400여 세대 규모로 모두 충북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세종·충남은 분 물량이 없어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8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5월 전국 분양예정 물량은 22개 단지 1만 7176세대(일반분양 1만 1065세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일 실적과 비교해 7% 줄어든 물량이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 1만1697세대, 지방 5479세대가 공급된다. 전국적으로 보면 수도권은 ▲경기 6603세대 ▲서울 4333세대 ▲인천 761세대가 예정돼 있고, 지방은 ▲부산..

예산 급감·정부 무관심 ‘도심융합특구’, 정치권이 불씨 살린다
예산 급감·정부 무관심 ‘도심융합특구’, 정치권이 불씨 살린다

정부가 지역소멸 해결을 위해 추진한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이 방치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씨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구체화 되고 있다. 도심융합특구 사업을 추진 중인 5대 광역시의 국회의원들은 포럼을 만들어 공동대응에 나서고, 사업에 필요한 원활한 재원 확보를 위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다. 우선 국회 도심융합특구발전포럼(포럼)은 4월 2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개최하고,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정부, 민간, 학계 등이 모여 도심융합특구 추진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진다. 도심융합특구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모델 삼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당원 만난 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 대전 당원 만난 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

  • 향토기업과 함께 대선 홍보…선거 김 출시 향토기업과 함께 대선 홍보…선거 김 출시

  • 유심 교체의 긴 줄 유심 교체의 긴 줄

  • 내가 만든 모형항공기 하늘로 슝~ 내가 만든 모형항공기 하늘로 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