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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실안낙조. (사진 = 김영복 연구가) |
사천군와 삼천포시가 사천시로 통합된 지가 어느덧 올해로 25년이나 된다.
우리는 삼천포하면 언뜻 떠오르는 속담이 '잘 가다가 삼천포(三千浦)로 빠지다'라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이야기가 곁길로 빠지거나 어떤 일을 하는 도중에 엉뚱하게 그르치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삼천포 실안으로 빠지면 풍부한 볼거리 먹거리의 천국이 열린다.
사천시 삼천포와 남해군 창선도 사이를 이어 주는 창선·삼천포대교는 2006년 7월에 대한민국 건설교통부가 발표한'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창선·삼천포대교의 포토 존은 삼천포대교 준공기념공원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인 실안해안도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사장교인 삼천포대교와 중로 아치교이면서 작고 아담한 초양대교가 크기 와 색채가 서로 잘 어울려 이를 한 앵글(Angle)에 담아야 사진이 좋다.
이 두 대교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는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특히 실안해안도로를 노을길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길은 삼천포대교가 지나는 초양도와 늑도, 마도, 저도(딱섬) 등과 마주하고 있으며, 이곳은 바다라기보다 마치 호수 같은 느낌을 준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과 그 사이로 드문드문 서있는 죽방렴과 등대가 잘 어우러져 있다.
붉은 해가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넘어갈 때 실안 연안에서 바라보는 부채꼴 모양의 참나무 말뚝으로 만든 죽방렴과 섬, 바다, 그리고 일몰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이 실안낙조(實安落照)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카메라를 메고 실안해안도로로 몰려든다.
그래서 이 실안낙조(實安落照)는 2000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전국 9대 일몰 장소 중 하나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실안해안도로는 그 이전에 이미 실안낙조와 전어, 붕장어, 개불이 유명한 곳으로, 사진작가들과 식도락들이라면 실안 장어촌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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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장어 구이. (사진= 김영복 연구가) |
조선 후기 실학자이며 천주교인인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이 1814년(순조14년)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펴낸『자산어보(玆山魚譜)』에 붕장어를 해만리, 붕장어/갯장어/대광어 라고 했다. 또 "눈이 크고 배안이 묵색(墨色)으로서 맛이 더욱 좋다"고 설명했다.
붕장어는 번식할 때를 제외하면 쭉 민물에서 생활하는 뱀장어와는 달리 붕장어는 바다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바닷장어'라고 부른다. 즉 붕장어는 회귀성 어류가 아니다. 그 외에도 지역에 따라 붕어지, 꾀장어, 벵찬, 참장어, 짱애, 진질장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주로 판매하거나 발견되는 붕장어들은 주로 일반 붕장어와 검붕장어(C. japonicus), 오스붕장어(C. verreauxi)가 있다.
예전에는 붕장어를 잡어로 취급해서 잘 잡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혹여 잡는다 해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붕장어는 갇힌 상태에서는 먹이를 먹지 않는 예민한 습성이 있어서 양식은 생각도 못한다.
그래서 실안의 장어집들은 자연산 붕장어를 요리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실안 해안도로를 마주하고 있는 가까운 곳에 저도, 마도, 늑도와 같은 작은 섬들이 있는데, 이 작은 섬들 사이의 좁은 물길의 조류가 아주 거세다.
이 거친 물살을 온몸으로 헤치며 거슬러 오르는 붕장어의 힘으로 인해 살이 단단하며, 기름끼가 적어 담백하고 쫄깃한 맛을 지녔다.
우리나라의 남해안과 서해안으로 북상하여 6~8월경에 산란하는 회유성 어종인 사천시 실안 붕장어의 맛을 전국 최고로 치며, 지금도 실안장어는 일본으로 수출을 한다.
필자는 꽤 오래전부터 실안 장어촌에 단골집 두어 군데 정도는 정해 놓고 자주 찾는 곳이다.
그런데, 이번 맛있는 여행에 함께 한 아내가 평소에 다니던 단골집들을 제쳐 두고 새로운 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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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안 풍년장어구이. (사진= 김영복 연구가) |
주차장에 들어서니 예사롭지 않은 분재들이 놓여 있고, 차를 주차하고 나니 주인인 듯한 70대 후반의 멋진 노신사가 이층으로 올라가라며 안내를 한다.
이층에 올라가니 역시 이층에도 비슷한 연세의 멋쟁이 할머니가 서빙을 한다. 두 분이 부부라 하는데, "이곳이 저희의 놀이터입니다."라고 하신다. 두 부부가 멋진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
밑반찬 가짓수도 많기도 하지만 꽤 정갈하다. 이 집의 민물장어는 실안 연안에서 잡히는 붕장어의 뼈를 발라 할머니가 직접 불판에 구워 먹도록 잘라 준다.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붕장어를 생강 채와 방아잎을 넣은 양념에 찍어 상추쌈에 올리고 버섯 등 장아찌 등을 넣어 쌈을 싸서 입에 넣으니 환상적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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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구이 한상. (사진= 김영복 연구가) |
그리고 곁들여 나오는 쌈채들이 아주 신선해 보인다. 그런데 이 날따라 아침을 많이 먹고 점심을 일찍 먹게 되어 담백하고 맛있는 장어구이를 먹고 마치 코스처럼 먹게 되는 장어국을 먹지 못하고 나왔다.
장어구이를 다 먹고 계산하러 나오면서 옆을 보니 할머니께서는 장어국 덥힐 준비를 하고 계신다.
왠지 미안하고 죄송한 느낌이 든다.
사실 장어국은 붕장어에 방아잎을 비롯한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끓인 마산, 사천 등 남해안에서 옛날부터 먹던 유명한 향토음식 중에 하나다.
경남에서는 미꾸라지보다 저렴한 붕장어를, 추어탕식 조리법으로 끓여 먹던 음식이다. 땀 뻘뻘 흘리며 훌훌 들이켜듯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온몸이 가뿐해지고 더위가 가신다. 염천의 여름 날씨가 한풀 꺾이며 가을을 예비하는 요즈음이다. 슬슬 기장 붕장어 맛이 더욱 깊어지는 계절이다. 남녀노소는 물론 생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붕장어국이다.
"장어국을 먹으면 장작을 패고 싶어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어는 스태미나 보양식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이다.
경상도 특히 남해안 사람들은 입맛과 체력이 떨어지는 환절기 때나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어지럼증이 나거나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장어국을 보약처럼 끓여 먹었다.
더불어 장어국은 남녘 바닷가 사람들에게는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과 더불어 최고의 기력 회복 음식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까닭에 장어가 잘 잡히는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자연산 붕장어를 소금물에 담가 해감을 토하게 한 뒤 그대로 삶아 살만 추려내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추어탕처럼 국으로 끓여 먹는 것을 즐겼다.
"땀을 많이 흘릴 때는 장어국이 최고다." "장어는 길이 30㎝ 안팎의 자연산 바닷장어가 좋다. 장어국을 맛나게 끓이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장어를 소금으로 깨끗이 씻어 끈적거림을 없앤 뒤 머리와 내장을 떼어내고 가마솥에 넣어 우윳빛이 날 때까지 오래 삶아야 한다. 그라고 비린내가나면 먹다 남은 청주로 살짝 뿌리면 된다."
장어국을 끓이는 방법은 추어탕 끓이는 방법과 거의 같다. 살만 추려낸 장어살과 장어 끓인 뽀오얀 맛국물을 냄비에 부어 된장과 고추장을 푼다. 이어 팔팔 끓는 장어국물에 살짝 데친 봄동과 토란대, 고사리, 머위대, 숙주를 집어넣는다.
이윽고 구수한 장어국 내음이 풍기기 시작하면 송송 썬 대파와 붉은 고추, 매운 고추, 빻은 마늘, 제피가루, 방아잎을 순서대로 넣고 뚝배기에 장어국을 맛깔스럽게 담아 식탁 위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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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
장어국은 외국에서도 보양식으로 유명하다.
독일은 장어국(아르수페)이 별미로 정평이 나 있으며 덴마크는 장어찜, 영국런던 다운타운의 장어젤리는 노동자들이 즐겨 먹는 영국 보신식으로 유명하고 미국에서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약식(藥食)으로 장어 통조림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실안 포구에는 붕장어 외에도 개불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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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 (사진= 김영복 연구가) |
개불은 해양 생물로, 한국에서는 횟집에서 회를 주문하면 서비스로 나와 한번쯤 먹어봤을 만한 해양 생물이다. 개불은 (Urechis unicinctus)이라는 학명도 가지고 있고 색깔은 옅은 갈 색을 띠고 있다.
개불은 단백질이 풍부하며, 필수 아미노산, 미네랄,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여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콜라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남 사천시 실안마을은 서쪽 끝에는 조그만 어촌마을이지만 먹거리가 풍부하고 낙조와 해안도로로 유명하다. 요즘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사천시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인근에 유일한 영화관인 아르떼리조트 메가박스 삼천포점도 있고 깨끄한 모텔들과 카페가 있어 한 번쯤 시간을 내서 다녀올 만한 여행지라 할 것이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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