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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환 대표 |
전통시장 소상공인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최악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취지를 설명하는 공무원을 보며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이내 김 대표는 지역을 살리자고 기부하는 국민들에게 남들보다 고기 100g이라도 더 얹어서 보내자는 소명감을 가지고 전격적으로 일에 달려든다.
연말, 삼겹살을 배송하며 첫 컴플레인이 발생했었다. 삼겹살 정형의 특성상 비계가 조금 더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김 대표는 배송하는 모든 고기의 정형을 본인 손으로 직접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7,000건 중 컴플레인은 단 10건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원만히 처리하여 지금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매출이 크다지만, 위와 같이 장사했으니 이문이 크게 남았을 리 없다. 김 대표는 지역에서 27년간 축산업에 종사하며, 그간 지역의 흥망성쇠를 목도한 소시민이기도 했다. '답례품으로 납품하면 매출에 보탬이 됩니다'라는 접근보다는 시시때때로 찾아와 일손을 보태며 '지역을 살리는 데 기부한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답례품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진솔하게 이야기한 동구청 공무원들의 말이 김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연축산과 같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질과 양으로 승부를 보는 답례품 업체는 많지 않고, 앞으로도 생겨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일단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업체는 지원과 선정에서부터 서류 작업이 발생하고, 온라인 판매에 익숙지 않은 소상공인들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배송하고, 고객들의 민원 등에 직접 대응해야 하는 복마전에 놓이게 된다. 홍보나 마케팅은 언감생심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정책의 설계가 세밀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들 덕에 규제만 늘어난다는 볼멘소리도 심심찮게 한다.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소상공인들에게 대금 지급 방식도 문제가 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모금액의 30%까지 답례품 비용으로 쓰게 되어 있기에, 며칠 내로 바로 지급을 해줘야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데, 반복적으로 예산을 새롭게 세우고 의회의 승인을 받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예산이 집행되는 구조 속에서 시기가 맞지 않으면 사업을 영위하는 데 큰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많은 소상공인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이 제도에 뛰어들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에서 성과를 내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서류 작업에 익숙하고 자금 여력이 되는 곳일 수밖에 없다.
가령 김 대표는 올해도 힘내서 열심히 해보자는 고민을 하고 있지만, 전통시장 한 켠의 좁은 점포에서 사업을 해 나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 점포를 늘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 통상적으로 소상공인들은 개인사업자인 경우가 많고, 정부의 정책과 제도를 활용해 사세를 확장하거나 마케팅을 펼쳐본 적이 없다. 김 대표의 가장 큰 걱정은 제도가 활성화되면 될수록 소상공인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설 자리가 없을 거란 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회적기업이란 개념이 정책화되었을 때, 정부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이 아닌 공공의 한계를 넘어서 건강한 시장 주체를 키우겠다는 전략 운용을 위해 고용노동부 산하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립했다. 고향사랑기부제도 마찬가지다.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이 제도는 단순한 기부 장려책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새로운 순환을 만드는 포괄정책이다. 이제는 이 제도를 공익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새 정부 차원에서 이를 전담하고 지원할 정책과 조직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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