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제 숨은 영웅에게 절실한 새 정부 정책은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제 숨은 영웅에게 절실한 새 정부 정책은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 승인 2025-05-18 16:57
  • 신문게재 2025-05-19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11고두환
고두환 대표
광주광역시 동구 남광주시장에서 정육점 '자연축산'을 운영하는 김웅기 대표. 지난해 12월, 전통시장 정육점 하나가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돼지고기 7,000건을 배송했다. 매출은 한 달간 2억 원이 훌쩍 넘었고, 김 대표는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두 달여간 링거를 5번 맞으며 물량을 대응했다. 지난해 24억 원을 모아 전국 기초자치단체 모금 1위를 기록한 광주 동구 고향사랑기부제의 숨은 영웅은 전통시장의 소상공인이었다.

전통시장 소상공인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최악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취지를 설명하는 공무원을 보며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이내 김 대표는 지역을 살리자고 기부하는 국민들에게 남들보다 고기 100g이라도 더 얹어서 보내자는 소명감을 가지고 전격적으로 일에 달려든다.

연말, 삼겹살을 배송하며 첫 컴플레인이 발생했었다. 삼겹살 정형의 특성상 비계가 조금 더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김 대표는 배송하는 모든 고기의 정형을 본인 손으로 직접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7,000건 중 컴플레인은 단 10건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원만히 처리하여 지금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매출이 크다지만, 위와 같이 장사했으니 이문이 크게 남았을 리 없다. 김 대표는 지역에서 27년간 축산업에 종사하며, 그간 지역의 흥망성쇠를 목도한 소시민이기도 했다. '답례품으로 납품하면 매출에 보탬이 됩니다'라는 접근보다는 시시때때로 찾아와 일손을 보태며 '지역을 살리는 데 기부한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답례품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진솔하게 이야기한 동구청 공무원들의 말이 김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연축산과 같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질과 양으로 승부를 보는 답례품 업체는 많지 않고, 앞으로도 생겨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일단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업체는 지원과 선정에서부터 서류 작업이 발생하고, 온라인 판매에 익숙지 않은 소상공인들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배송하고, 고객들의 민원 등에 직접 대응해야 하는 복마전에 놓이게 된다. 홍보나 마케팅은 언감생심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정책의 설계가 세밀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들 덕에 규제만 늘어난다는 볼멘소리도 심심찮게 한다.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소상공인들에게 대금 지급 방식도 문제가 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모금액의 30%까지 답례품 비용으로 쓰게 되어 있기에, 며칠 내로 바로 지급을 해줘야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데, 반복적으로 예산을 새롭게 세우고 의회의 승인을 받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예산이 집행되는 구조 속에서 시기가 맞지 않으면 사업을 영위하는 데 큰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많은 소상공인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이 제도에 뛰어들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에서 성과를 내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서류 작업에 익숙하고 자금 여력이 되는 곳일 수밖에 없다.

가령 김 대표는 올해도 힘내서 열심히 해보자는 고민을 하고 있지만, 전통시장 한 켠의 좁은 점포에서 사업을 해 나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 점포를 늘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 통상적으로 소상공인들은 개인사업자인 경우가 많고, 정부의 정책과 제도를 활용해 사세를 확장하거나 마케팅을 펼쳐본 적이 없다. 김 대표의 가장 큰 걱정은 제도가 활성화되면 될수록 소상공인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설 자리가 없을 거란 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회적기업이란 개념이 정책화되었을 때, 정부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이 아닌 공공의 한계를 넘어서 건강한 시장 주체를 키우겠다는 전략 운용을 위해 고용노동부 산하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립했다. 고향사랑기부제도 마찬가지다.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이 제도는 단순한 기부 장려책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새로운 순환을 만드는 포괄정책이다. 이제는 이 제도를 공익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새 정부 차원에서 이를 전담하고 지원할 정책과 조직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3년간 대전서 송치된 뇌물죄 공무원만 8명…계약 비리는 관행?
  2. 농촌공간 정비사업 '금산군' 선정
  3. 천안검찰, 수의계약 허점 이용 100억원 편취한 혐의 등 일당 8명 기소
  4. 도민 화합의 축제 제 77회 '충남도민체육대회' 개막
  5. 김태흠 지사, 민선8기 4년차 시군 방문 돌입
  1. 세종시, '영화·드라마 촬영지' 잠재력 확인...남겨진 숙제는
  2. ‘고향에 선물 보내요’
  3. 대전권대학 '드론캠프·농구 교류전' 대전보건대서 열려
  4. 대전에서 잡(JOB)는 내일
  5. ‘선생님 저 충치 없죠?’

헤드라인 뉴스


이 대통령·경제단체장·재벌총수들, 경제 위기 극복 ‘한목소리’

이 대통령·경제단체장·재벌총수들, 경제 위기 극복 ‘한목소리’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단체장, 재벌총수들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민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 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다. 간담회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안덕근 산자부 장관과 이형일 기재부..

내란특검 조은석·김건희특검 민중기·채상병특검 이명현 지명
내란특검 조은석·김건희특검 민중기·채상병특검 이명현 지명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특별검사로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을,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은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지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을 추천한 지 8시간이 안 된 12일 오후 11시 9분 전후에 지명을 완료하면서 3대 특검팀 출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은석 특검과 민중기 특검은 민주당이, 이명현 특검은 혁신당이 추천했다. 전남 장성 출생으로 광덕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조은석(65년생·사법연수원 19기) 특검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청주지검장, 문..

코스닥 상승 견인하는 대전 상장기업…시총 63조 원 돌파
코스닥 상승 견인하는 대전 상장기업…시총 63조 원 돌파

국내 주식시장이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대전의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3년간 지역의 상장기업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시총 규모도 63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충청권 상장기업 전체 시총의 절반에 육박한다. 대전에 본사를 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신약개발 기업 인투셀이 지난달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지역 상장기업 수는 66개로 늘었다. 2015년 설립한 인투셀은 리가켐바이오 공동 창업자 박태교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창업 10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인투셀은 상장 첫날 공모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

  • 대전에서 잡(JOB)는 내일 대전에서 잡(JOB)는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