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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의령4·26위령제·추모공원 준공식<제공=의령군> |
우범곤 순경의 총기 난사로 56명이 숨졌고, 마을은 한순간에 공동묘지가 됐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국가는 이 비극에 침묵했고 유족들은 홀로 상처를 삼켰다.
그리고 43년이 흐른 지금, 마침내 '의령 4·26추모공원'이 완공되며 그 침묵에 균열이 생겼다.
지난달 26일, 의령군은 유족과 주민 800여 명과 함께 추모공원 준공식 및 제2회 위령제를 열었다.
아무 말 없이 40년을 넘긴 유족들의 눈물이, 이날 만큼은 햇살 아래 터졌다.
변화를 이끈 것은 행정의 결단과 방송의 힘이었다.
2021년 SBS '꼬꼬무'에서 사건을 조명한 뒤, 군청 홈페이지엔 문의가 빗발쳤고, 군은 국비를 요청해 위령제와 추모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작곡가 정의송은 위령제에서 '소쩍새 우는 사연'을 불렀고, 경찰청은 이곳을 '경찰 역사 순례길'에 포함시켜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공원에 모여든 이들의 표정에서 읽힌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아이 손을 잡고 희생자들의 이름을 따라 읽는다.
돌무덤이었던 마을이, 이제는 역사와 공감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됐다.
궁류면 주민들은 체육대회에서 오태완 군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했고, 한 할머니는 눈물 대신 꽃다발을 건넸다.
그 손끝엔 고통의 기억이 아닌, 감사의 떨림이 있었다.
"43년의 아픔에 비하면 삼사 년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 군수의 이 말은 위로를 넘어 하나의 다짐이 됐다.
의령 4·26추모공원은 단지 공원이 아니다.
잊힌 이름들을 되새기며, 다시는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터전이다.
눈물로 심은 씨앗은 이제, 역사로 피어오르고 있다.
의령=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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