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호연재 문학관' 건립을 희망하며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 '김호연재 문학관' 건립을 희망하며

최충규 대전 대덕구청장

  • 승인 2025-06-11 16:53
  • 신문게재 2025-06-12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최충규 대덕구청장 프로필 사진★ (2)
최충규 청장.
대덕구는 덕을 품은 도시 '회덕(懷德)' 천년의 역사 문화를 계승한 도시다. '회덕'은 공자가 논어에서 "군자는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살 땅을 생각한다.(君子懷德, 小人懷土)"라고 말했듯이,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군자지향'의 의미를 갖는 단어다. 회덕현은 역사 속 대전 사람들의 유구한 삶의 서사를 이어왔는데, 오늘날 대덕구 행정동의 하나인 회덕동으로 그 이름이 남아있다.

우리 대전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는 시대별로 많은 인물들이 배출되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아주 특별히 대전이 품은 위대한 여성 문인이 있다. 바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문인 김호연재(金浩然齋, 1681~1722)이다. 김호 연재는 사대부가의 여성으로서 그 활동이 단절되었던 시대에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과 확고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244수의 한시 작품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김호연재는 병자호란 때에 국토가 청나라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 것을 목도하고 숭고한 목숨을 던져 충절의 상징이 된 선원 김상용 선생의 현손녀이다.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증손자 송요화와 혼인함으로써 회덕의 여성으로 살다 갔다. 김호연재는 당당한 명문가의 후손으로 태어나 지적 자부심이 대단했던 여성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문학적 재주와 기개를 접고, 나약한 한 여성으로 숨죽여 살아야 했던 시대 상황에 고뇌했다.

300여 년 전 김호연재는 자신이 처해있었던 문학 환경을, "뜻이 있어도 말하기 어렵고, 문필 있으나 감히 다하지 못한다. 소리를 삼켜 홀로 통곡하고, 흐르는 눈물이 옷깃을 적실 뿐."이라고 고통스러워했다. 김호연재는 성현의 도를 따르고, 군자의 길을 걷고자 한 여성 선비다. '탕탕한 군자의 마음'을 지닌 자기 자신이 너무도 아깝다고 독백했다. 김호연재는 그러한 운명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좌절했다. 날개 꺾인 한 영웅의 외침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김호연재의 삶과 문학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호연재의 작품은 전통시대 우리나라 여성문인 가운데에서도 자의식이 뚜렷하고, 정체성이 확고한 작품세계로 평가받고 있다. 그녀가 남긴 주옥같은 시집 '호연재유고'가 여러 권이 있다.

대전시와 우리 대덕구는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여성문학사에서 가장 빛나는 김호연재를 보유한 도시다. 김호연재라는 여성인물을 통해 '문학도시 대전'이라는 새로운 문화 아이콘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김호연재 문학관이 건립되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대전과 대덕구의 문화적 자부심을 대한민국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생각한다. 김호연재 문학관이 건립되어 문학도시 대전의 품격을 높이고, 시민의 삶과 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콘텐츠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최충규 대전 대덕구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70세 이상 버스 교통비 지원, 조례 제정 추진
  2. 대전 여야,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놓고 '공방전'
  3. 대전의료원 ‘어떻게 지을까’… 시공사 공고 앞두고 주민·의료계 의견 듣는다
  4. 대전교도소·대전의사회 협력,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5. '대학생이 제안한 위성을 우주로'…항우연 경연대회 7개 팀 선정
  1. 32사단, 대둔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착수
  2. 대전 금연구역 5만여 곳에 지도원 35명… 단속 한계에 정책 실효성 의문
  3. 90년 역사 품은 테미오래,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4. 대전 서구 '구청장 직통문자' 100일…민원 999건 접수
  5. 탈석탄 충남, 신재생 전환 이익 절반은 역외로

헤드라인 뉴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가 전국 교정시설 중 처음으로 스마트 메디컬센터를 구축하고 대전시의사회와 협력해 수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안과와 이비인후과 그리고 신경과에 대한 시설 내 전문진료를 시작한다. 2005년 교정시설의 원격진료가 허용된 이후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을 위한 가장 혁신적인 도전으로 여겨져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는 22일 유성구에 위치한 대전교도소에서 스마트 메디컬센터 개소식을 갖고 새롭게 조성하고 확보한 시설과 장비를 소개했다. 이날 법무부 교정본부 권창모 의료과장과 이동철 의료 교정관이 참석하고, 김재술 대전교도소장 주관으로 임정혁..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세종시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시설 직원이 구속 송치됐다. 경찰이 초기 수사 과정의 미흡함을 인정하며 재수사 돌입한 지 5개월 만이다. 세종경찰청 강력마약범죄수사대는 시설 직원 A(30대) 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 13일 대전지방공소청에 구속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지난 5월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시설 내 목격자 진술과 A 씨의 근무 시간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정황을 확보하고 지난 7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앞서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A 씨에게 무혐의 처분..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대전과 세종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이 797명에 달하지만, 이들을 위한 한국어학급은 한 곳도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과 충북이 각각 한국어학급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전·세종은 고교 단계의 한국어 교육 기반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대전지역 고교 이주배경학생은 655명, 세종은 142명으로 집계됐다. 두 지역의 학생 수를 합하면 797명이지만, 고등학교 한국어학급은 모두 운영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