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붕어섬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붕어섬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 승인 2025-07-02 16:47
  • 신문게재 2025-07-03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2024042401001890500074491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대청호 수몰 지역인 대전시 동구 모래재(사성동)에는 꾀꼬리봉에서 질마고개로 이어진 물미산이 있다. 이산에 접한 주원천은 흰 모래사장과 강바닥까지 투명하게 보일 정도 깨끗한 물로 마을 아이들이 모여 멱을 감던 곳이다. 대청댐 담수 이후 이산은 물에 잠겨 봉우리만 수면 위로 나와 있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마치 금붕어 모양을 닮아 보여 일명 붕어섬으로 불린다. 이산과 연결된 질마고개는 동구 사성동 덜미기마을 북쪽 낮은 고개이다. 그 모양이 마치 길마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질마고개가 있던 곳으로 대청호 물이 들어찼다. 그래서 물미산은 손으로 잡힐 듯 하나 건널 수 없는 섬이 되었다. 이 붕어섬(물미산)에서는 수몰된 진벌의 내탑 초와 충암선생 묘역이 있던 탑산마을 은빛 모래가 유명한 내탑 수영장과 창구반석의 탑봉이 있던 곳까지 다 보이는 조망터다. 또한 이곳은 주원천 건너 달개미마을과 건너편 세창이와 구름다리가 있던 곳도 관망할 수 있는 대청호안의 섬이 되었다.

필자는 대청호 수몰 지역에 관심이 있어 그곳에서 살고 있는 수몰 지역 원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수몰로 고향을 잃고 정든 이웃들과 헤어져 만나지 못하는 상실감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대청호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명상정원은 양칭이마을 뒷산으로 아리랑목장이 있던 곳이다. 주원천 변 동면 장터 소장이 서던 공터에는 가끔 천막으로 만든 간이극장이 들어섰던 곳이다. 은빛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내탑수영장과 금강을 건너는 나룻배가 있던 탑산마을 등 그들의 기억 속에 고향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그러나 물속에 잠겨 용궁이 된 고향마을은 시퍼런 호숫물 속에 잠들어 있어 고향을 그리는 수몰 지역 사람들의 마음만 간절할 뿐이다. 그들의 희생으로 인근 도시의 사람들은 깨끗한 생활용수를 안정되게 공급받고 있다. 그들의 아련한 추억이 어린 물속 고향마을은 대청호오백리길 이름으로 관광객들에게 수변 경관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힐링의 대상이 되었다.

수년 전 대청호 안에 있는 붕어섬에 대청호수로와 오동선 주민들의 가교로 대청호를 전국적인 관광명소 만들기 위해 연륙교 교량을 추진하려는 일이 있었다. 이런 관광 위주 개발은 상수원 보호구역인 이 지역에 난개발을 불러올 수 있다. 수몰민들은 단순한 과거 추억과 회상만이 아니다. 그들은 조상 대대로 수백 년간 살아왔던 삶이 단절되고 잊혀가는 상실감이 더 큰 마음의 상처다. 댐 건설로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고향에서 쫓겨난 그들에게 더 이상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수몰 지역 원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그들이 힘들 때 찾아와 물에 잠긴 고향을 바라보며 헤어진 이웃들과도 만나서 소통하고 그간의 아픔을 치유하고 그들이 살아왔던 삶의 흔적을 기록하고 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들의 고향이 잘 보이는 붕어섬에 그러한 일을 전문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치기 위해서 수몰 지역 원주민을 위한 친환경적인 기념관이나 박물관 등 설립이 필요하다. 그곳에는 굳이 연륙교 같은 시설도 필요 없이 탑산, 가호, 아득이나루가 인근에 있었듯 나룻배를 타고 그곳에 들어가면 또 어떨까? 그러면 대청호반이 단순한 풍광을 보는 관광지만 아닌 대청호 물속에 수장 된 수몰민들의 삶과 역사가 재 조명되어, 대청호 주변은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미래로 전승되는 더 풍요로운 곳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2. 대천해수욕장, 126명 안전요원 총출동
  3.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4. [교육부 하반기 업무계획] 국가인재위원회 신설… 거점국립대 3곳 성장엔진·AI 분야 패키지 지원
  5. 성남시, 1기 분당신도시 교통정책 새판 짠다
  1.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2. 세종시 '동네 의원' 2곳 폐원… 지역 사회 도마 위
  3. 충청권 공립 신규교사 1244명 사전예고… 대전 초등 34명서 4명으로
  4. 과학기술정보연구원, 1억원 상당의 신기술 기업 이전 완료
  5. 컨텍, 우주 지상국 서비스 기업 KSAT과 안테나 6기 계약 체결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대전시가 2037년까지 전력자립도 108%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 산업계는 목표 달성의 핵심인 대형 발전소 건설이 과거 서구 평촌산업단지 LNG발전소 건설 추진 당시처럼 주민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며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6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5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전의 전력자립도는 2.96%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력자립도가 5%를 밑도는 지역은 전국에서 대전이 유일하다. 16위 광주(9.56%)의 3분의 1에도 못..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철도사업의 출발점인 정부의 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26~2035년) 발표가 임박하면서 지역 철도사업 반영을 위해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의 역량 집중이 요구된다. 전국 지방정부 건의와 국정과제 등 검토사업만 300개 600조원에 달해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6일 대전시와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연내 확정할 전망이다. 당초 지난해 말 발표가 예정됐지만, 국토교통부는 발표를 올해로 미뤘다. 6월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지역 간 갈등과 선거 전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송전선로 반대 대행진, 서구청장에 "직접 나서 의견수렴·대안 제시해야"
송전선로 반대 대행진, 서구청장에 "직접 나서 의견수렴·대안 제시해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과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 대행진 참가단이 대전에 도착해 주민 의견 수렴과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6일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송전탑백지화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20여 명은 유성구청에서 서구청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뒤 전문학 서구청장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서를 전달했다. 대전에서는 서구와 유성구 일부 지역을 경과대역으로 하는 345㎸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추진되면서 예정 지역 주민들이 건강권과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참가단은 서구가 송전선로 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